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
이충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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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중독은 통제 불능이나 망상이라기엔 도박처럼 특성 자체가 파괴적이다. 성격적 결함이나 유전적 요소가 쇼핑 중독자를 만든다는 측도 있지만 완화된 신용카드의 발급 조건, 소비경쟁심리, 무조건 밀어붙이는 광고, 집에서 잠옷을 입은 채 몇 십만 원을 우습게 쓰게 만드는 요즘의 전자 상거래 때문이란 진단도 자연스럽다. 어쨌든 항우울제가 쇼핑중독을 억제한다는 보고들은, 모든 이상행동을 정신병리학으로 분류하는 제약회사들의 마케팅과 관련돼 있다. 기분을 좋게 만들어 허튼 짓을 못하게 한다는 건, 그들을 좀비로 만드는 것 아닌가.

 

중독이란 게 무엇이든 한 가지만 줄곧 생각하는 어떤 열정적인 상태라면, 아주 멋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쇼핑중독자들은 열심히 번 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을 개선하는 동시에 사회경제가 굴러가게 만드는 사람들이며, 쇼핑백에 희망찬 내일을 담는 사람들이며, 영원히 정열을 불태우는 사람들이며, 쇼핑만이 시든 욕망에 다시 불을 당길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아는 순수한 사람들이 아닐까? 
 

 

<아르마니와의 대화에서>

우리가 옷을 입는다는 건 왜 그토록 중요한가요?

내게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그 옷을 입고 자신감과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양장점이나 양복점에서 똑같이 만들어낸 옷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옛날과 달리, 요즘 패션은 다양한 선택을 통해 우리가 모두 다르다고 느끼게 해줍니다. 요즘 사람들은 시장의 수많은 제안으로부터 자기 개성에 따라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패션은 우릴 ‘돕는’거죠. 남들과 같지 않은 스타일을 가질 수 있는 건 패션 때문이니까요. 옷을 입는 건 우리의 정체성을 연장하는 일입니다. 그게 중요하지 않다면 도대체 뭐가 중요하겠어요? 
 


                                                                                                                                 
 


위에 적은 작가의 말, 그리고 아르마니의 대답이 이 책 전부를 관통하는 주제인 동시에 현대인이 가져야 할 자세일 것이다. 쇼핑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 대부분 그 전부터 알고 있었던 이야기들이지만 내가 쇼핑을 즐기지 않는 몇 안 되는 여자 중 하나이기에 책의 대담성과 화제 자체의 흥미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패션 잡지사에 일하는 남성의 시각을 통해 본 '쇼핑 그 자체'만큼은 분명히 재미있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와 '스타일'이 동시에 떠올랐다. 나는 '악마는...'의 안드리아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이지만 내가 지향하는 것은 패션 잡지사에 들어가기 전의 안드리아가 아니라 나오고 난 이후의 안드리아다.

한가지... 아르마니의 말만큼은 자기모순적인 것 같다. 남들과 같지 않은 스타일을 가지는 것이 패션이라... 그렇다면 런웨이와, 유명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의 시장 주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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