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의 아주 특별한 여행 - Amazing Survivors
안젤리나 졸리 지음, 박유안 옮김 / 바람구두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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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을 찾아 떠난 이 여행의 일지가 어떻게하여 쓰여졌는지, 내 삶이 왜 이런 방향으로 흘러갔는지, 그리고 처음 그렇게 발을 내디딘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답을 써 내려가며 저는 한가지는 분명하다 싶었습니다. "나는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이지요. 내 삶에서 이런 길을 걸었던 게 너무 감사합니다. 그토록 대단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토록 굉장한 경험을 했던 게 고마운 겁니다.

 

이들에게 벌어진 온갖 일들과 이들이 실제 살아가는 형편을

직접 보고 나면 슬픔과 고통에 잠기리라 애초에 짐작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지금 내가 보는 건 살아보겠다는 그들의 의지이고,

아직도 웃음을 잃지 않은 그들의 얼굴이다.

 

우리에게 들려오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문제들이 죄다 사라졌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걸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아빠나 엄마가, 아니면 남편이나 아내가, 가장 사랑하던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을 때, 또 그 고통에 대해 어찌 해볼 도리가 없을 때, 그것이 어떤 느낌일지 나는 잘 모르겠다. 엄마가 아이에게 먹을 걸 주지 못할 때, 아빠가 자기 가족을 부양하지 못할 때, 남편이 자기 아내를 보호하지 못할 때 말이다.

 

아이들의 눈빛은 행복해 보인다.

아이들에게서 행복의 기운을 느낀다는 건 멋진 일이다.

아름다운 학교, 이곳이 바로 천국이다.

 

끊임없는 악몽의 연속이다. 떨고 땀 흘리다 잠이 깬다. 대학살박물관에서 보았던 기억이 악몽으로 나를 짓누르는 것이다. 그 감방들 안에서 내가 숨이 찼던 것처럼, 너무나 겁나고 불편하여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 되어서야 잠이 깬다. 그 감옥에서 보낸 오후 한때가 우리를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이 모든 것을 다 기억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은 아주 많다. 잠깐의 기억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그들은 대체 어찌 살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들은 강한 의지와 영혼의 힘으로 잘 살고 있다.


 

이들은 다시 와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다시 왔을 때, 그러니까 1년 뒤쯤, 그때도 이들이 살아 있을까, 그런 몹쓸 생각이 일어나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다시 차에 오르면서 문득 느꼈다. 나는 이 사람들을 앞으로 끔찍이 그리워하게 되겠구나...

 

이 여행에서 회복하는 데 한참이 걸릴 테고, 한편으로는 아예 회복되지 않았으면 바라는 마음도 있다.

머리는 잊으라 말한다. 그 기억이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그 고통의 무게가 내 가슴과 영혼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우느라, 무력감을 느끼느라, 나는 너무 지쳤다. 다시 숨을 쉬고 싶다. 그리고 나서 이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할 것이다.

 

불을 밝히고 통신에 쓰이던 화산석 부싯돌이 보였다. 다른 통신법으로는 고작해야 연기와 불, 소리 등이 전부였던 시대다. 우리 문명이 얼마나 진화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의 질이 그때 당시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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