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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ㅣ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곧잘 오해를 받곤 하는데, 우리 사신은 자살이나 병사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가령 '불시에 차에 치여서'라든가, '느닷없이 나타난 노상강도에게 찔려서'라든가, '화산폭발로 집이 무너져서'같은 죽음에 대해서는 우리가 실행하고 있지만 그 이외의 것과는 관계가 없다.
따라서 진행중인 병이나 자신이 지은 죄로 인해 받은 극형, 빚에 시달리다 못한 자살 등은 우리 사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인간들이 때때로 "암이라고 하는 사신에 걸려들어서" 같은 수사법을 구사하면 "뭉뚱그려서 취급하지 말아 달라고!"하며 우리는 분노에 떤다.
"오기와라는 어떻게 생각해? 연애란 뭐라고 생각해?"
"그걸 알면 이 고생을 안 하지요."그는 그렇게 답했다."하지만 예를 들어"하고 말을 이었다. "자신과 상대방이 같은 것을 생각하거나 같은 말을 하게 된다는 건 행복한 일이잖아요."
"같은 것?"그게 뭐람.
"가령 같은 음식을 먹은 뒤 같은 소감을 갖는다거나 좋아하는 영화가 일치한다거나 같은 일로 불쾌감을 느낀다거나 그런 경우 그저 행복하잖아요."
"행복하다고?"
"광범위하게 말하자면 그런 모든 것들이 연애의 범주 안에 드는 게 아닐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오기와라가 웃었다.
"행복할지 불행할지는 죽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라고."
"살아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니까." 노파가 절실하게, 하지만 엄숙하지는 않게 말했다.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어. 관뚜껑이 덮이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