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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평점 :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살면서 어느 한 시기에는 데미안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유명한 문장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고 보면 알 속에서 아직 나오지 않은 새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양막으로 둘러싸인 태아는 가만히 있어도 영양분이 공급되어 생존할 수 있는데, 모체 밖으로 나오려고 할 때부터 투쟁이 시작된다. 모체 밖으로 나와서도 투쟁이다. 가만히 있으면 살 수가 없다. 있는 힘을 다해서 엄마 젖을 빨아야 한다. 태어나기 전에는 투쟁이라는 것이 없다. 그저 평화와 안온함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