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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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1967년에 출판되었다.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의 쿤데라는 1948년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에 입당했으나 1950년에 당에 반하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당에서 추방당했고 1956년 재입당이 승인되었으나 1970년에 또다시 당에서 추방당한다. 농담은 1967년에 쓰인 작품이다. 가벼운 농담마저 허용하지 못하는 사회, 그 사회에서 축출되어 버린 주인공을 감안하면 당연히 본인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찾아보니까 이 책의 원제는 Zert 인데, 아마 체코슬로바키아어로 농담이라는 뜻인가 보다. 체코어와 슬로바키아어는 사실상 사투리 정도로 거의 비슷하다고 하니까. 1975년에 프랑스로 망명한 쿤데라는 현재는 체코국적을 회복한 상태인데,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된 시기가 1993년이라고 하니 올해로 딱 30년인 셈이다. 1993년부터 쿤데라는 프랑스어로 글을 써왔다고 하며, 이전에 출간된 작품들도 작가 본인이 직접 프랑스어로 번역했다고 한다. 체코라는 나라의 역사도, 쿤데라의 일생도 풍파가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체코라는 나라의 역사를 알아보면 도움이 되겠지만, 비전공자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아 그것은 다음 기회에....... 그리고 쿤데라의 소설은 역사적 배경을 몰라도 재미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주인공에게 큰 영향을 준 여자는 총 3명인데, 3명의 여자와 만나고 사귀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어떻게든지 농담적인 요소가 있다. 첫 번째 여자에게 보낸 엽서의 농담 때문에 주인공은 자신이 소속된 곳에서 쫓겨나고 지위를 잃으며 추락한다. 그러면서 이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두 번째 여자와의 만남 과정은 당사자들은 절절하겠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제 3자가 들으면 웃어버릴 부분은 분명히 있다. 세 번째 여자와의 만남은 과연 이 만남이 어떻게 결말을 지을지 조마조마하면서 보다가 소설의 클라이맥스에 도달하게 되면 이것은 그야말로 단어 그대로의 Toilet Humor . 사실 이 소설 전체가 거대하고 촘촘하게 잘 짜인 블랙코미디이며, 인생이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채플린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흔한 클리셰로 AI가 농담을 할 줄 알고 이해하게 되면 인간성을 획득한 것으로 묘사되는 예술작품이 참 많은데, 이것이 제거된 사회는 그야말로 로봇들만의 사회가 아닌가. 그러고 보니 robot도 체코어라고 한다. 영어가 아니라.

자꾸 단어에 집착하면서 리뷰를 쓰고 있는 것 같은데 자신의 모국어가 아닌, 다른 나라의 언어로 소설을 새롭게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반복해서 생각하게 된다. 특히나 작가는, 화가나 무용가와는 달리 특정 언어로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사람이 아닌가. 쿤데라의 작품도, 작가 개인에 대한 호기심도 계속해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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