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성 동서 미스터리 북스 57
모리스 르블랑 지음, 이가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는 기암성, 괴도 신사 뤼뺑 두 소설이 실려 있다. 예전에 까치 출판사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에서는 두 소설이 각각 한 권씩 책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무려 한 권에 이 소설을 다 담았다. 순서도 괴도 신사 뤼뺑이 더 먼저 나와야 하는데 기암성이라는 소설의 위상(?) 때문인지 기암성을 먼저 배치하였다. 까치 출판사의 책을 먼저 읽어서 그런지 여러 모로 마음에 안 차는 부분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작가와 작품, 그 당시 시대상을 짐작할 수 있는 여러 내용들이 해설을 통해서 나왔던 전집과는 다르게 소설만 덜컥 실려 있는 데다가 소설의 내용에서도 순서를 뒤집은 문제가 걸렸고, 그 때문인지 원래도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던 셜록 홈즈의 무분별한 등장이 더 거슬렸다.

까치 출판사판의 기암성에서는 소설 말미의 해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암성을 발표한 해인 190971일자 피가로지에 모리스 르블랑 자신이 추리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의 입장을 소개하며, 영국의 코난 도일과 자신의 작품세계의 차이점-추리와 논리성에 치중한 영국 소설과 다양한 감성과 상상력의 변덕을 한껏 받아들인 자신의 작품들의 다른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그 내용을 그대로 실어주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뭐 다 읽어봐도 작가의 궤변이라는 생각이 들고, 엄청난 팬덤을 가지고 있는 다른 나라 작가의 탐정을 오리지날 캐릭터를 싸그리 무시한채 자기 마음대로 칼질하여 작품에 등장시켰다는 것은 해당 작가에게도 무례하지만 그 작품의 독자에게는 예의를 떠나 그야말로 개념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역자나 편집자도 그런 점을 의식해서 일부러 그런 해설을 덧붙인 것 같았는데 그래도 그 해설이 있고 없는 것이 소설 전체의 인상을 크게 좌우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어쨌든... 누가 봐도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닌 척 포장하는 태도가 때로는 역겨울 정도로 거북해서 오히려 안타까웠다. 왜 이런 좋은 소재를 가지고 더 잘 쓸 수 있었을 텐데 굳이 다른 소설의 주인공을 희화화해 넣어서 오히려 소설 전체를 다운그레이드시킨 것일까 하는 생각에. 이 또한 나의 주관적인 생각에 불과할 뿐일지도 모르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