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양말 - 양말이 88켤레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아무튼 시리즈 18
구달 지음 / 제철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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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속담에 이런 표현이 있다.

'천성은 문으로 내쫓으면 창문으로 들어온다'는.


22쪽에 나온 말이다.


그래, 천성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천성은 본래 타고난 성품이나 성격을 의미한다. 앞에 있는 천은 하늘 천. 그러니까 하늘이 내려준 것이다. 영어로는 nature. 자연 그 자체다.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양말은 사실 나에게는 실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예쁜 양말을 보면, 특히 여행지에서 보면 사오고 싶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사온 기억은 없다. 왜냐하면 양말이니까. 내 발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니까. 그렇지만 알베르 카뮈처럼 흰 양말을 깔끔하게 신은 사람, 아니면 캐나다 총리처럼 양말에 메세지를 담아 신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디테일에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사실 누구나 호감을 갖는 것은 쉬운 일 아닌가. 그렇지만, 내 천성으로는 아닌 것 같다. 나는 양말은 결국 막 신는 사람이고, 양말을 신지 않는 상태를 더 선호하는 사람이다. 그게 편하니까... 


아무튼 시리즈를 띄엄띄엄 읽고 있는데, 나의 천성으로는 상상을 하기 어려웠던 삶을 한 자락씩 엿보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편협한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사소한 것에서부터 내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편협한 어른이 되는 것 아닌가. 양말에 의미를 부여하고, 양말이 아닌 다른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다른 이들은 상관없이 내가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는 대상을 하나씩 늘려가는 것도 삶의 재미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재미있는 삶이 결국 삶의 본질이 아닌가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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