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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마이 러브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20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장백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한 사건이 일어나고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면서 연결되고, 그 사건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면서 마치 점으로 등장인물들이 연결되고 중첩되는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다 읽고 나면 챈들러라는 작가는 살인사건이나 미스터리를 푸는 것보다는 특정한 분위기나 감정을 살리는데에 더 집중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굳이 등장인물들이 이렇게 다 등장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전반적인 분위기나 주인공의 감정선을 살리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을지는 몰라도,
살인사건이라는 큰 줄기를 놓고 보면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일단 주인공은 필립 마로우, 탐정이고 그 외 중요한 등장인물 중 마로이라는 남자와 마리오라는 남자가 있다. 주인공 빼고 나머지 두 명도 영화나 드라마로 치면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굳이 이름을 이렇게 비슷하게 지을 필요가 있나 싶다.
마로우, 마로이, 마리오...
원서를 보지 않아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 영어 표기도 비슷한 알파벳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일부러 독자들로 하여금 헷갈리게 하거나 혹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나만 헷갈린건가? 예를 들어 한 명의 이름이 스미스이고, 또 다른 남자의 이름은 패딩턴이고, 또 다른 남자의 이름이 에반스라면 죽죽 읽어나갈텐데 이름이 나오면 한번 멈춰서 아 이 이름은 누구, 한 다음에 넘어가게 된다.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는지... 아니면 마치 주인공의 또 다른 자아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적 장치였는지...
그도 아니면 정말로 나만 읽기 힘들었는지...
책 표지는 마치 옛날 영화 포스터를 보는 느낌이었다. 일부러 의도한 그림체인지는 모르나 여자의 모습은 처음 봤을 때 잉그리드 버그만 배우가 떠올랐다. 영화로 만들어진 적도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의 원제는 farewell, my lovely.
동명의 영화는 잘가요 내사랑 이라는 이름으로 국내개봉했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이 왜 굿바이 마이 러브 로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다. 최소한 옮긴이가 해설에는 적어줘야 하지 않았나 싶다.
잘가요 내사랑이든 굿바이 마이 러브이든 둘 다 원제의 느낌을 전혀 못 살렸다고 판단이 드는데...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원제를 보면 그야말로 옮긴이가 설명한 '필립 마로우의 우수'가 느껴지는데 한글 제목으로는 어느 쪽이든 가벼워진 느낌이다.
영화의 설명을 읽어보면 보지 않아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원작의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정리해서 보다 명료해진 것 같다. 그래도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까지는 아닌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소설이 그 정도로 매력적이지는 않았나.
챈들러가 칭송했던 해밋과 챈들러를 비교하면 챈들러쪽이 더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해밋의 말타의 매가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자고로 책 한권 읽은 사람이 전혀 안 읽은 사람보다 위험하다는 말이 있으니,
챈들러와 해밋 각각 한권씩만 읽은 내가 함부로 평가할 부분은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