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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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알라딘에서 미리보기가 생겼다. 아니 미리보기가 생긴 지는 좀 되었다.모든 책이 다 있는 것은 아니고 최근에 출판된 책들만, 그리고 대체로 목차나 머릿말 정도를 보는 정도였다. 그런데 또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최근 들어 그 미리보기가 구색만 맞추는 단계에서 대략 책 본문 내용의 20쪽 정도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게 왜 바뀐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출판사와 온라인 서점과 작가 사이의 어떤 합의 내지는 관행이 형성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모르겠는데 어쨌든 확실한 것은 책을 구매하는 입장에서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어릴 때 주말이면 서점에서 몇 시간이나 죽치고 있던 아이가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심신이 지쳐서 온라인 서점으로만 주구장창 구매하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오프라인 서점에 나가야만 가능한 점이 있었다. 책을 들어서 죽 훑어보기. 이 과정에서 책을 살 지 말 지 고민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유일하게 온라인 서점이 오프라인 서점에 뒤진다고 생각한 부분이 어느 정도 보완이 된 셈이다.

 

특히 학술서나 교양서보다는 에세이를 구매할 지, 말 지를 고민할 때 이 미리보기는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이게 그러니까... 영화로 치자면 예고편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어떤 영화는 예고편만 보고 예매했다가 욕하고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물론 반대의 의미로 뒤통수를 치는 경우도 있다. 우연히 본 영화가 너무 훌륭해서 감동했다가, 뒤늦게 예고편을 찾아보고 나서 아, 이 영화 관계자들 예고편 신경 좀 쓰지... 안타깝네...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 책으로 비유하자면, 예고편이 재미있어서 구매했는데 본편도 재미있는 영화로 비유하면 될 것 같다. 5점 만점에 3.5는 나오는 오락영화 정도에 비유하면 될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구매하기로 마음 먹은 결정적인 부분은 미리보기에도 나오는 배추가 김치되는 에피소드이다. 내가 여태껏 보고 겪은 주사로는 역대급이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던 중 이 부분을 미리보기로 보다가 너무 웃어서 눈치가 보였다. 그에 못지 않은 일화들로 책이 꽉꽉 차 있으니 혹시 읽을까 말까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다른 건 몰라도 웃기는 것은 확실하다고 추천하고 싶다. 역시, 나의 주사는 이불킥을 하고 싶어도 남의 주사는 재미있는 법이다.

 

보통 에세이가 정말 좋아지면, 그 에세이를 쓴 작가와도 개인적인 친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이나마 하게 된다. 실제로 나에게 이런 친구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하게 되고. 에세이란 작가의 민낯을 가장 매력적으로 보여 주는 장르 아닌가. 그러나 이 책의 경우는 약간 달랐다. 그러니까 살짝 멀리서 떨어지면 재미있는 친구인데 단짝까지는 안 갔으면 하는... 아마도 술에 대한 태도 때문인 것 같다. 맨 정신에 못 할 말은 술 마신 상태에서도 하면 안 된다는 일부의 생각에 작가는 명확하게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는데, 물론 이 작가의 경우에는 아마 귀여울 것 같기는 하지만... 나의 경우 지금까지 쌓아 온 내 나름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취중진담이라는 말에 대해 상당히 냉소적인 사람이 되었다. 요는... 술에 대한 태도가 다르더라도 이 책을 즐겁게 읽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것!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술 한 잔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재미가 맞아맞아 하는 재미일지, 아니면 하하 이런 사람도 있네? 하는 쪽일지는 각자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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