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6
S.S. 반 다인 지음, 안동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일단 이 책의 띠지 설명을 먼저 보겠다.

 

현학적 게임, 반 다인의 세계

예의바르고 격조높은 하버드 영어로 직조된 가슴조이는 서스펜스와 페이소스의 교차

반 다인 3대 걸작 으뜸으로 꼽히는 특 A급 미스터리!

 

예의바르고 격조높은 하버드 영어는 과연 어떤 것인가?

 

표준어의 정의인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 보다도 더 와닿지가 않는다.

 

아마도 예의바르고 격조높은 하버드 영어가 현학적 게임, 반다인의 세계에 상당한 지분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인데,

무엇보다도 하버드 영어로 직조된 가슴조이는 서스펜스와 페이소스의 교차라는 것은 어떤 것인지,

설령 서로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읽다 보면 현학의 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온갖 고전에서 따온 말들이 범람하고

살짝살짝 클래식 이야기도 나오고 미술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은데

그야말로 현학의 끝판왕이다.

그냥 제낄까 하다가 혹시 사건의 실마리와 관련이 있는지 일일이 주를 읽다 보면

서스펜스로 가슴이 조이다가도 주를 읽으면서 가슴이 풀어지며 편하게 숨을 쉬게 되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주가 너무 많고, 하나하나의 주도 획획 넘어갈 수 있지를 못하다 보니 의도치않게 서스펜스에게 강제로 휴식을 내어주게 된다는 것이다.

 

반 다인 3대 걸작은 뒤에 해설을 찾아보니 비숍, 카나리아, 그린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영미권 독자들로부터 1위를 차지한 것이 그린살인사건이라고 한다.

일단 어느정도는 공감이 간다. 일단 재미가 있다. 비숍살인사건은 전에 읽었었는데 그보다 더 재미있었다.

 

집 안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데 옛날 식의 표현으로 하자면 이른바 바깥주인의 사망 이후 10여년간 잠겨진 특정 방에 대해서는 안주인이 열쇠를 주기 까지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 방에서 결정적인 증거들이 발견되는데 그 방에 대한 수사는 전체 소설의 반이 지나서야 이루어진다. 500쪽이 안 되는 소설인데 280쪽이 넘어서야 그 방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이게 대체 요즘 관점으로는 말이 되는 소리인지 싶다. 그 시대니까 그랬겠거니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시대라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될 것 같다.

그저 '추리'소설의 어떤 틀에 작가 자신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굴다 보니 전체 '소설'의 흐름이 약간 삐딱해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재미가 있다.

 

반 다인도 비숍 때보다는 확실히 존재감이 있어서 반가웠고.

이 소설 다음으로 비숍 살인사건이 나왔는데, 어쩌면 반 다인이 뒤로 가면 갈 수록 병풍이 되어가는 것인지?

 

참고로 다시 한번 훑어 보는 반 다인 작가의 살인 사건 시리즈 출판 순서이다.

 

벤슨 살인사건 (Benson Murder Case, 1926)

카나리아 살인사건 (Canary Murder Case, 1927)

그린 살인사건 (Greene Murder Case, 1928)

비숍(주교) 살인사건 (Bishop Murder Case, 1929)

스카라베(스케라브, 딱정벌레) 살인사건 (Scarab Murder Case, 1930)

케닐 살인사건 (Kennel Murder Case, 1933)

드래곤 살인사건 (Dragon Murder Case, 1934)

카지노 살인사건 (Casino Murder Case, 1934)

가든 살인사건 (Garden Murder Case, 1935)

유괴 살인사건 (Kidnap Murder Case, 1936)

그레이시 앨런 살인사건 (Gracie Allen Murder Case, 1938)

겨울 살인사건 (Winter Murder Case, 1939)

 

차례차례 읽으면 좋겠지만 나는 동서미스터리북스의 순서대로 읽고 있어서 그렇게는 어려울 것 같고.

우리나라에 출간 안 된 소설도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읽을 수 있기를.

 

, 참고로 P.259 cortex cerebri(뇌피하세포)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거 혹시 푸와로의 회색뇌세포를 의식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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