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색 연구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김병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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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의사 같은 군인 타입의 신사가 있다. 물론 군의임에 틀림없다. 얼굴은 새까맣지만 본디 살갗이 검지 않다는 것은 손목이 흰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열대 지방에서 돌아온 것이리라. 고생 끝에 병을 얻어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초췌한 얼굴이 웅변적으로 말하고 있다. 왼쪽 팔에 부상을 입고 있는 모양이다. 놀리는 폼이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우리 육군 군의가 고생을 하고 팔에 부상까지 입은 열대 지방이 어딜까? 물론 아프가니스탄이다. 이 정도 과정을 지나는 데는 1초도 안 걸렸네. 그래서 내가 그 말을 했더니 자네가 놀라더라 이 말일세.

자네는 에드거 앨런 포의 뒤팽을 상기시키네 그려. 그런 인물이 소설의 주인공 외에 실지로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모햇어.

물론 칭찬할 셈으로 자넨 뒤팽에다 비교해 주었겠지만, 내가 생각할 때 뒤팽은 훨씬 더 인물이 떨어지네. 15분 동안이나 잠자코 있다가 느닷없이 적절한 말을 하여 친구들의 사색을 깨뜨려서 놀라게 한다는 그 친구의 수법은 매우 천박한 겉치레야. 물론 천재적인 재능은 어느 정도 지니고 있었겠지만, 포가 생각했던 만큼의 경이적인 인물은 절대로 아니네.

자넨 가볼리오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나? 루콕은 탐정으로서 자네의 이상에 맞을 것 같은가?

루콕 따윈 불쌍한 얼뜨기지.

나 같으면 24시간에 처리했을 것을 루콕은 여섯 달이나 걸렸으니 말이야. 그건 차라리 탐정이 피해야 할 사항을 가르치는 데 쓸 교과서가 될 만한 책이야.

이 친구는 머리가 좋을지는 모르지만 자만심도 어지간하군.


왓슨과 홈즈의 첫 만남이다. 이러던 왓슨이 홈즈에 대한 마음을 애정과 존경으로 바꾸어가는 과정은 홈즈 시리즈의 또 다른 재미이다.


인간이란 참으로 풀 수 없는 수수께끼니까요.

원우드 리드가 이 문제에 대하여 멋진 말을 했어, 하나하나의 인간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지만 집단으로 보면 수학적 확실성을 갖춘 존재라고 했다네. 예를 들어 어느 한 사람의 미래의 행동은 절대적으로 예측할 수 없으나 평균적인 한 무리의 행동은 정확하게 예언할 수 있지. 개인은 종류도 많고 다양하지만 평균치는 언제나 일정하다는 것이 이 통계학자의 주장이라네.

 

역시 뭐니뭐니해도 클래식은 영원한 법이다. 옮긴이의 글 중 이런 부분이 있다.

시대적으로 보아서는 고색창연한 느낌이 들지만, 이 시리즈만큼 추리소설의 재미를 두루 갖추고 있는 작품도 드물며, 영구히 신선한 놀라움을 지닌 고전으로서 존재할 것임에 틀림없다.

맞는 말이다.


옮긴이의 말에는 셜로키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네 사람의 서명에서는 왓슨의 상처 입은 다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첫 작품 주홍색 연구에서는 왼쪽 어깨의 부상을 언급하는데 이 모순을 가지고 셜로키언들 사이에서는 왓슨이 부상을 입은 자리가 어디냐가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정답은 명확하다. 작가가 착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가지고 갖가지 견해가 등장하는데,
첫째, 두 번째로 입은 상처는 없다. 왓슨이 거짓말을 한 것이고 사실 왓슨은 치질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둘째, 다리 상처는 왓슨이 어깨 상처가 나는 시점에 방어하는 과정에서 자기 실수로 생긴 상처이고 시간이 흐르자 두 개의 상처의 원인을 한데 묶었다.
셋째, 사실 다리가 아니라 국부에 입은 상처이다.
넷째, 사실 다리가 아니라 발뒤꿈치에 입은 상처이다.
다섯째, 홈즈가 권총 쏘는 연습하다가 실수로 왓슨에게 상처를 입혔으나 홈즈의 명예를 지켜 주기 위해 왓슨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참 쓸데없다고도 볼 수 있는데, 셜로키언들은 아주 진지하다.
이 모든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결론은 딱 하나다. 그냥 작가가 실수한 것이다.

이제 홈즈 시리즈는 창조해낸 작가마저 집어삼킨 것이다. 다른 소설처럼 탐정으로 인해 창조주가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피조물 스스로 빛나면서 작가의 존재가 희미해졌다.

언제 읽어도 재미있고, 결말을 알아도 재미있다. 그게 홈즈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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