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
엘러리 퀸 지음, 김성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일단 재미있다. 진짜 재미있다. 빨리 엘러리 퀸의 다른 이야기도 읽고 싶다.
엘러리 퀸 시리즈로는 처음이고 작가의 전체 소설로 확장하면 Y의 비극 다음으로 두번째다. 국명 시리즈도 비극 시리즈도 다 좋다. 매력적인 작가로구나.


독자에의 도전

범인은 누구일까? 나는 지금까지 쓴 소설 가운데서 범죄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사실들이 모두 갖추어졌을 때 독자 여러분의 지혜에 도전해 왔다.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에서도 전례에 따라서 도전하기로 했다. 이 이야기를 여기까지 읽었다면, 지금까지 나타난 자료를 근거로 하여 엄밀한 논리를 구사해서 추론하면 여러분은 상상력에 의존하지 않고도 누가 범인인가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뒤에 이어질 해설을 몇 장 읽어보면 금방 알게 되겠지만, '만일……'이라든지 '그렇지만……' 같은 조건을 전혀 붙이지 않고도 정답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논리에 행운의 신의 도움 따윈 필요도 없겠지만, 부디 여러분들이 신중히 판단하여 멋지게 맞출 수 있도록 기도하는 바이다.

엘러리 퀸

자고로 추리소설이란 이런 맛이다. 엘러리 퀸 시리즈는 실제 탐정이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한 회고록을 들려주며 독자도 같이 이 수수께끼를 풀어보자고 독자의 손을 소설 속으로 잡아끄는 느낌이 든다. 페어플레이를 하자는 것인데 마치 반다인의 소설이 어디 독자 너 나랑 한번 겨루어 볼래? 어차피 너가 지겠지만, 같이 느껴진다면 퀸의 경우에는 한번 봐봐, 힌트는 다 주었으니 열심히 고민하면 맞출 수도 있어! 이렇게 이야기해주는 느낌이랄까.



엘러리는 갑자기 몸을 일으키고 무릎을 탁 쳤다.
"아버지, 아주 멋진 걸 생각해 냈습니다!"
"얘야!"
노경감도 조금 전의 기분좋은 얼굴은 간 곳이 없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나도 방금 생각이 나는구나! 네가 그 턱없는 대륙 횡단의 술래잡기를 하는 바람에 비행기니 뭐니를 마구 타고 돌아다녔으니, 아마 집의 저금 통장의 반은 썼을 게다. 계산은 나한테 돌릴 작정이냐?"
엘러리는 낄낄 웃었다.
"이 문제도 한 번 논리를 적용해 보죠. 가능한 방법이 세 가지 있습니다. 그 하나는, 제가 쓴 경비를 낫소 군에다 청구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아이샴 지방 검사의 얼굴을 보았다. 검사는 깜짝 놀라 뭔가 말을 하려다가 말고 침착성을 잃은 다부진 얼굴에 얼빠진 웃음을 띠며 의자에 기댔다.
"아니, 그건 도저히 실현이 어려울 것 같군요.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은, 그 손실을 제가 부담하는 거죠." 엘러리는 입을 다물고 머리를 내저었다. "안되지, 그래서는 너무 지나치게 박애주의에 치우치게 되지……. 제가 방금 아주 멋진 걸 생각해 냈다고 했지요?"
본 경감이 투덜거리 듯이 말했다.
"아니, 당신은 그걸 교제비로 적어놓을 수도 없고 스스로 손해를 감수하지도 않겠다면 도대체 무슨 수로……."
"경감님." 엘러리는 천천히 말했다. "내가 이 사건을 재료로 해서 소설을 쓰지요. 그리고 그 표제는 저의 유식함을 과시해서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이라고 붙이지요. 그렇게 하면 독자들이 비용을 부담해 줄 테니까요."

이 부분은 작가의 귀여운 변명이라고 할까. 사실 읽다보면 이집트랑은 1도 관련없는데 나라이름으로 시작하는 시리즈를 만들려다보니 다소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반 다인의 6글자 살인사건 시리즈에 분명히 영향을 받았다에 한 표.


다음은 옮긴이의 작가 소개이다.

현대의 미스터리소설은 미국의 천재 작가 에드거 앨런 포에서 시작된다. 그의 <<모르그 거리 살인 사건>>이 미스터리소설의 가장 오랜 고전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미스터리소설은 발생지인 미국보다 영국이나 프랑스에 이식되어 그곳에서 먼저 본격적인 꽃을 피우고 붐을 일으켰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나 르블랑의 뤼뺑이 독자에게 불러일으킨 반향은 대단한 것이었다. 이에 자극을 받아 미국에서도 포의 뒤를 이으려는 작가들이 나타났다. 첫째로 등장한 사람이 학자이면서 익명으로 미스터리소설을 쓴 반 다인이다. 곧이어 3년 뒤에 그를 추격하듯 나온 사람이 엘러리 퀸이다.
엘러리 퀸 역시 본명이 아닌 익명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엘러리 퀸이라는 이름이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고 두 사촌 형제의 합작에 의한 필명이라는 점이다. 말하자면 두 사람이 협력하여 작품을 써서 엘러리 퀸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셈이다. 그들의 본명은 각각 프레드릭 대니, 맨프리드 B. 리다. 둘 다 1905년생이며 대니가 10월, 리가 1월이니 리가 형뻘이 된다.


이쯤에서 정리해보는 엘러리 퀸 국명 시리즈

로마 모자 미스터리(The Roman Hat Mystery), 1929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The French Powder Mystery), 1930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 (The Dutch Shoe Mystery), 1931
그리스 관 미스터리 (The Greek Coffin Mystery), 1932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The Egyptian Cross Mystery), 1932
미국 총 미스터리 (The American Gun Mystery), 1933
샴 쌍둥이 미스터리 (The Siamese Twin Mystery), 1933
중국 오렌지 미스터리 (The Chinese Orange Mystery), 1934
스페인 곶 미스터리 (The Spanish Cape Mystery), 1935

옮긴이는 이 중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를 최고라고 하는데 확실히 재미는 있지만 다른 작품들을 다 읽어봐야 비교할 수 있을 테니 일단 최고점수는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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