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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여자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9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양병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The night was young, and so was he. But the night was sweet, and he was sour.
이 책의 첫 문장이다. 유명한 문장인지 인터넷을 찾아보면 금방 나온다.
로맨스를 품을 만큼 달달한 밤인데도 우리의 주인공은 젊음이 무색하게 기분이 쓰디쓰다. 첫 문장에서부터 낭만이 물씬 풍겨나온다. 그리고 역시 낭만적이다.
낭만적인 배경과 대조되는 우리의 주인공. 뭔가 사건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 간질간질하다. 꼭 풍선이 터질 것 같이 아슬아슬하면서도 언제 터지나 하고 지켜보게 되는 마음이 된다.
잔인한 살인 사건이 벌어진 도시. 익명의 대도시라 대체 누가 범인인지 알기도 어렵다.
The Phantom Lady 라는 제목. 그리고 책을 넘기면 나오는 첫 문장.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로 보내는 초대장으로는 아주 훌륭하다.
바에서 만난 신비한 여인, 조용하지만 고급 요리가 나오는 레스토랑, 매혹적인 여배우가 등장하는 공연이 펼쳐지는 극장, 그리고 다시 바.
마치 하룻밤 꿈같은 이야기가 사형집행 전 150일 오후 6시라는 챕터에 펼쳐진다.
그리고 나서 차례는
사형집행 전 150일 심야
사형집행 전 149일 새벽녘
사형집행 전 149일 오후 6시로 이어지더니
시간을 급속도로 건너뛰어
사형집행 전 91일
사형집행 전 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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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이어진다.
이 책의 차례만 훑어봐도 긴장감이 느껴지는데 참고로 책의 차례 중 마지막 챕터 3개는
사형집행 그날
사형집행 시간
사형집행 다음 1일 이다.
정교한 트릭을 기대한 독자라면 개연성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비판할 수 있다. 미국이나 서구권에서는 잊혀진 소설로 절판되었다는 이야기도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점점 조여오는 듯한 압박감, 매력적인 등장 인물에 대한 묘사, 그리고 등장 인물보다 더 고혹적으로 그려지는 배경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개인적인 평가다. 같은 동서미스터리북스에 있는 통과는 반대편에 위치한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