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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장석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8
월키 콜린즈 지음, 강봉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목인 월장석을 포털 사이트에 쳐보면 국어사전에 다음과 같이 나온다.
특정한 방향으로 푸른빛을 내는 알칼리 장석. 닦으면 달빛을 연상시키는 빛을 내며, 닦는 방법에 따라 묘안석 같은 빛이 난다.
그럼 또 묘안석은 뭐냐고 할 수 있는데 묘안석은 영어로 cat's eye. 방향에 따라 다른 색을 나타내는 특징을 가지는 보석인데 고양이의 눈을 떠올리면 바로 연상이 될 것이다. 방향에 따라 녹색으로도 흰색으로도 회색으로도 갈색으로도 보일 수 있는 보석.
즉 아주 신비로운 빛을 내는 보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월장석은 인도 사원의 보물이다. 당시 동양에 대해 서양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느낌을 이미지화한 결과일 것이다. 여러 각도로 볼 때마다 달라지니까 알기 어렵고, 신비스럽고, 그러니까 때로는 위험하게도 느껴지는 것은 월장석이기도 하고 당시 서양에서 바라 본 인도, 동양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그렇기에 이런 저런 이유로 인도인들이 많이 등장한다. 영국과 인도의 혼혈인도 등장하는데, 작가인 윌리엄 윌키 콜린스는 영국의 추리 소설가로 젊은 시절 홍차 장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홍차 문화는 시작은 동양이었지만 유럽에 건너온 후 영국에서 꽃피운 대표적인 문화다. 홍차가 가장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나라도 인도다.
이 책에서 인도인에 대해 인종차별적인 묘사보다는 인간적인 면모가 많이 드러나는 이유는 어쩌면 그 이유일 수도 있겠다.
T.S 엘리엇은 이 책을 두고 "영국 최초, 최장, 최고의 추리 소설"이라는 평을 했다고 한다. 물론 현대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이후 아서 코난 도일에게 밀린 감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장이 줄어드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재미있었고, 이렇게 두꺼운 책인데도 들고 다니는 것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력 있는 소설이었지만, 전형적인 추리 소설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나 싶다. 이미 추리 소설 트릭에 많이 익숙해진 터라... 읽다 보면 아, 이 사람이 범인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오는 대목이 있다. 돈이 궁하다거나... 인물에 대한 배경 설명 중 특정 부분이 지나치게 생략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거나...
그래도 반전은 확실히 재미있다. 범인의 정체가 아니라 다른 반전이...
그리고 찾아보니 커프는 영국 추리소설 최초의 수사과장으로 불린다고 하며, 이 소설이 후대의 추리소설에 끼친 영향이나 선보인 트릭을 보면...
영국 시골 집을 배경으로 한 절도
내부인의 소행
훈제 청어(이 사람이 범인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더라-는 것)
전문적인 탐정
어리석은 지역 경찰
탐문 조사/심문
수많은 용의자들
가장 의심받지 않은 사람이 범인
밀실살인
범죄재현
막판 반전
등이 꼽힌다고 한다.
추리 소설의 기법을 가진 로맨스 모험 소설이라고 하면 요즘 독자들에게 더 잘 다가오려나?
아, 그리고 하나 더 추가! 집사 베털레지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내가 본 집사 캐릭터 중에서는 그야말로 원톱 집사다. 작가도 이 캐릭터에 공을 많이 들였을 것이다. 장이 바뀔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데 베털레지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이야기가 가장 많은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나는 내 방으로 가서 땀에 흠뻑 젖어서 의자를 앉았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궁리를 했다. 이처럼 불안한 심정으로 있을 때 다른 사람 같으면 결국 흥분해서 정신을 못 차릴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우선 파이프에 불을 붙여물고 나서 <<로빈슨 크루소>>를 펼쳐드는 것이다.
읽기 시작한 지 5분도 안되어 다음과 같은 멋진 한 구절을 만났다.
-161페이지.
<위험에 대한 공포는 실제보다 몇만 배나 더 무서운 것이다. 그리고 불안의 무거운 짐은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재액(災厄)보다도 훨씬 더 큰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것을 읽고도 <<로빈슨 크루소>>에 신뢰를 두지 않는 자는 머리의 나사가 헐거워진 사람이든가, 아니면 자만심으로 장님이 될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과는 의논을 해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 모든 것을 믿어 주는 사람 위에 신의 자비는 약속되어 있는 법이다.
"이런 일이 앞으로도 죽 계속된다면,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 되어 버리겠는데요. 의심하고 엿보고 엿듣고....... 우리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프랭클린님? 머지 않아 우리는 모두 벙어리가 되고 말 겁니다. 왜냐하면 서로가 남의 비밀을 알려고 엿들을 것이며, 또 모두들 훤히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내가 런던에서 그 고약한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이곳에 왔을 떄는 벨린더 집안만큼 행복한 가정이 영국에 또 있을까 싶었을 정도였소. 그런데 한 번 보시오. 지금의 상태를! 서로 흩어지고 미워하고 공기까지도 수수께끼와 의혹으로 상해 있소! 핸커슬 외삼촌과 그 생일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던 '떨리던 모래'에서의 그날 아침 일을 기어갛고 있고, 베털레지? 월장석은 대령의 복수를 훌륭하게 수행했소, 베털레지. 더욱이 대령 자신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방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