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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로호프 단편선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8
미하일 숄로호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평점 :
표지 그림은 바실리 페로프라는 화가의 마지막 여행이라는 작품이라고 한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라서 누구인지 검색을 해 봤는데 러시아 화가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초상화로 유명하며 러시아 화가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화가라고 한다. 19세기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화가로, 그 당시 러시아에서 사실을 그린다는 것은 자신의 명성을 높임과 동시에 스스로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동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이 표지 그림의 제목은 마지막 여행, 그림을 보면 말이 끄는 썰매에 관을 싣고 가는 3명의 사람이 보인다. 왜 마지막 여행인지 알겠다. 살아있는 사람 3명에 관의 무게까지 홀로 버텨야 하는 말은 힘들어 보이고, 어른 한 명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며 아이 둘 중 관을 끌어안고 있는 아이의 표정은 넋이 나가 있다. 다른 아이 하나는 모자와 옷에 쌓인 채로 입을 벌리고 있어서 스스로의 의지대로 움직일 힘조차 없어 보인다. 그림 하나만으로도 19세기 러시아의 사회를 고발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 만하다.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화가가 묘사하는 이 시기 러시아 사회가 어떠했는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의 절망감도.
작가인 숄로호프가 태어난 것은 페로프가 사망한 후 몇 년 뒤이다. 같은 시대에 살았던 적은 없으나 화가의 시대이건 작가의 시대이건 이 시대의 러시아가 혼란스러운 시대였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다는 시대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고요한 돈 강이라는 책을 어릴 때 봤던 기억이 있다. 우리 집은 아니었으니 아마 친가나 외가 둘 중 한 군데였던 것 같다. 아주 어릴 때 반복적으로 봤던 기억은 커서도 잔상이 남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여러 권으로 되어 있었고 두꺼웠으며 다소 낡아 보였는데 마지막 글자 강은 한자로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숄로호프가 1965년에 노벨상을 수상했으니 한국에까지 소설이 당연히 번역되어서 출판되었을 것이고, 노벨상 받은 작가이니 당시 친가가 되었든 외가가 되었든 그의 소설이 있을 수 있겠다. 소설을 산 사람이 삼촌이었는지 고모였는지 누구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선물을 받은 것일 수도 있고.
노벨상을 받은 숄로호프는 현실 정치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레닌 상과 스탈린 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암 진단을 받은 후 막내딸을 선집 출판 편집자로 지정했으며, 이 책의 역자 또한 딸을 직접 만났다는 후기가 이 책에 담겨져 있다. 그의 소설이 묘사하고 있는 러시아 민중의 삶은 비참하다. 가족 간에 고발이나 살해도 일어난다. 정작 작가는 개인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다 누렸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는 생전에 공산주의 국가인 조국으로부터, 그리고 내 짧은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게도, 작가의 조국이나 그 조국의 통치자의 이념과는 반하는 가치를 높게 평가할 서구 세계로부터, 문학적인 찬사와 현실에서의 영향력을 전부 획득했다. 심지어 사후에는 자신의 딸에게까지 그 영향력을 부분적으로 물려주며 발휘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