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연인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0
D.H. 로렌스 지음, 정상준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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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편집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냥 1부를 1권으로 2부를 2권으로 하지 왜 굳이 2부를 쪼개어서 앞부분을 1권 앞에 넣었는지 알 수가 없다. 1, 2권의 분량을 맞추려고 한 것 같은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양쪽의 균형을 맞추고 싶었다면 차라리 쪽수가 적은 편에 작가의 소개나 당시 영국의 시대상이나 사회상을 소개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는 빠지지 않는 작가에 대한 소개도 없고 표지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가위질을 당했던 소설의 역사를 생각하면 완역본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작가에 대한 소개나 표지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면 소설 읽는 재미가 더 풍성했을 것이다. 표지의 그림은 누구인지 정말 궁금한데 마치 아들이 그린 어머니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하다. 폴은 어머니가 사망했을 때 소녀 같다고 생각한다. 그림 속의 매혹적이고 황홀한 소녀가 내 아들들은요, 내 연인들은요... 하고 입을 열어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처음에 책을 읽다 보면 이건 어머니의 광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올가미라든지... 사랑과 전쟁이라든지... 등등이 떠올랐는데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굳이 광기라면 아들의 광기라고 이름붙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것을 광기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소설 속에서 어머니의 남편이자 아버지도, 다른 형제들도 중요하지 않다. 폴이 만나는 여인들도 일종의 오브제로 느껴진다. 다 읽고 나면 그저 작가의 자아도취이자 나르시시즘의 끝판왕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폴은 어머니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충실했기 때문에 그의 영혼에는 자기희생의 만족감이 있었다. 그녀는 그를 가장 사랑했고 그는 그녀를 가장 사랑했다. 그러나 폴은 어머니의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의 새롭고 젊은 삶은 너무나 강력하고 긴박해서 다른 것을 향하여 돌진했다. 그것은 그를 미칠 정도로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이것을 알아차렸고 미리엄이 그의 이 새로운 삶만 가져가고 그 뿌리는 자기에게 남겨주는 여인이기를 쓰라리게 원했다. 그는 미리엄에 대해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어머니에 대해서 싸웠다.

 

폴은 어머니가 이 사건에 대해 알게 되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는 굴욕과 자의식으로 고통스러웠다. 이제 그의 삶에는 어머니에게 결코 말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그에게는 어머니와 분리된 삶이 있었는데-그것은 그의 성생활이었다. 그 나머지는 아직도 어머니에게 속했다. 그러나 그는 무엇인가를 그녀에게 속여야 한다고 느꼈고 그것이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들 사이에는 어떤 침묵이 있었는데 그는 그렇게 침묵하는 가운데 어머니에게서 자기 자신을 방어해야만 한다고 느꼈다. 그는 그녀에 의해 저주받은 것 같았다. 그래서 때때고 그는 어머니를 미워했고 그녀의 구속을 끊어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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