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연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9
D.H. 로렌스 지음, 정상준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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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연인의 원제는 아들들과 연인들이다. 복수형과 단수형의 차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민음사 판에서는 1권과 2권으로 나눠져 있는데, 원래 아들들과 연인들의 이야기는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지만 2부의 일부가 잘려서 1권에 붙어 있다. 큰 아들에 관한 이야기와 작은 아들에 관한 이야기로 보면 되겠다. 이 사이에 딸도 있지만 아들 둘에 비하면 비중이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1권을 읽다 보면 초원의 빛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10대의 소년소녀가 학교를 졸업한 후 서로 어울리고 일하며 사랑을 느끼고 가정을 꾸리는 이야기인데, 물론 양 쪽에 등장하는 가족의 분위기는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이상화했던 남자와의 결혼 후 현실을 아프게 깨닫고, 이어서 그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들을 이상화하는 한 여인의 삶을 훑어가다 보면 200여 년 전의 영국의 이야기가 현대의 한국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에 답답하다. 광부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가 어머니 사망 후 스승의 아내였던 연상의 여인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소설은 작가가 자기 이야기를 매혹적으로 포장해내었다는 생각도 들고, 자기 합리화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고, 일종의 현실 도피이자 회피처럼 보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 이 소설이 그저 작가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로 소설 속 모렐 부인의 속마음은 작가가 추측해서 써낸 것이고 중간 중간 괴기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조차 작가는 애써 변호하며 슬프지만 아름답게 그려내려고 노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의 어머니는 침대에 누워 아이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에게는 자기만의 생활이 없었고 청소하고 요리하며 아이를 돌보고 바느질하느라 아침부터 밤까지 바빴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삶을 젖혀놓고 실상 아이들이라는 은행에 맡겨놓아야 했다. 그녀는 아이들에 대해 생각하고 기대했으며 아이들이 자랐을 때 자신은 아이들의 뒤에서 밀어주는 원동력으로 남아 있으면서 아이들은 무엇을 하게 될까 환상에 잠겼다. 벌써 윌리엄은 그녀에게 연인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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