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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한 때 일본 소설에 빠져 있을 때라 옮긴이 권남희라는 여섯 글자를 수도 없이 봤었다. 이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하고 궁금했던 적이 많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나가다 오해를 남기고 떠나지 말기 라는 부분에서 멈칫했다. 편집자가 써놓은 글이 아마도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느라 한 것 같은데 되레 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그래서 그 문장 조차도 빨간 펜으로 고쳐 주었다는 부분.
사회 생활을 별로 하지 않은 편집자의 마음에 빙의(?)되어 만약 나라면 무안했을 것 같다, 잘 나가는 번역가라고 필요 이상으로 까칠한 것 아냐? 등등 생각을 하다가 뒷부분까지 다 읽고 나서야 불현듯 알게 되었다. 혼자서 자식을 먹이고 키우고 멋진 성인으로 키워내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이 유입되는 번역의 세계에서 직업인으로서 1인자에 서기까지 글로는 표현 못 할 정도의 노력과 고통이 있음이 틀림없을 것이나, 이 글의 작가는 태생적으로 뽐내지 못하고 포장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해 왔을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는 아주 가볍고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쓰고 있지만, 다시 태어나고 싶지도, 다시 결혼을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래도 다시 태어난다면 또 내 딸의 엄마가 되고 싶다는 대목에서는 작가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을지 짐작이 갔다. 그러면서도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라는 제목을 뽑아내는 여유와대범함. 에세이만으로 다 안다고 하긴 어렵지만 단단하면서도 겸손한, 차돌같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든 번역이든 앞으로 이 분의 글을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