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이 다가온다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1
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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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해버렸다. 아이들이 읽어도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소설. 글자 그대로 읽어도 좋지만 수많은 은유가 곳곳에 숨어 있다. 아이들이라고 늘 평화로운 것은 아니다. 지나보면 어떻게 그 위험한 시절을 지나왔는지 가끔 궁금해지기도 놀랍기도 할 때가 있다. 아이들 안에 몽글몽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온갖 감정들을 보는 사람의 연령과 경험에 따라 맞게 느낄 수 있는 신기하고 예쁜 소설. 특히나 책 뒤편은 한 단락은 마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마지막 부분을 볼 때와 똑같이 뭉클했다. 20살 넘어서야 느꼈던 이 감동을 훨씬 어린 시절에 이 동화로 느끼게 된다면 그 아이의 인생은 앞으로 얼마나 달라질까, 하는 생각에 부러움과 기대감에 흠뻑 빠진 느낌.

 

 '길이란 강은 참 희한해. 지나가는 걸 보고 있으면 묘하게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단 말이야. 따라가서 길이랑 강이 어디서 끝나는지 보고 싶어지는.......'

 

 "싫어, 싫어. 뒤는 싫다고. 마주치는 것보다 뒤따라오는 게 훨씬 나빠! 그런 일이 생기면 다 네 책임이야!"

 무민이 말했다.

 "그래, 그럼 네가 앞장 서."

 스니프가 소리를 질렀다.

 "그것도 싫어! 그냥 나란히 갈 순 없어?"

 그래서 둘은 꼭 붙어 나란히 숲 속 깊이 들어갔다. 숲은 더욱 푸르러졌고 더욱 어두워졌으며, 처음에 위쪽으로 나 있던 길은 나중에는 아래쪽으로 향했고 점점 좁아지다가 결국 끝나 버렸다. 길이 끝난 자리에는 이끼와 고사리만 나 있었다.

 무민이 말했다.

 "길은 어디로든 나 있어야 해. 이건 잘못됐어. 길이 그냥 이렇게 끝나버리는 법은 없어."

 

 "바다야!"

 무민이 이렇게 소리치더니 달리기 시작했다. 무민은 수영을 정말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스리프가 소리를 질렀다.

 "기다려! 나 혼자 두고 가지 마!"

 그러나 무민은 앞에 바다가 펼쳐지고 나서야 겨우 멈추어 섰다. 무민을 모래밭에 앉아 연달아 밀려드는 파도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파도 꼭대기마다 가장자리에 흰 물거품이 일고 있었다. 잠시 뒤 숲에서 나타난 스니프가 무민 옆에 앉아 입을 열었다.

 "무민, 너 나만 두고 도망쳤어. 날 위험한 곳에 남겨 놓고 가 버렸어!"

 

 "그 바지는 너무 새것처럼 보이는데요."

 "더 오래된 바지 말이냐? 이게 여기에서 가장 오래된 바지란다."

 할머니는 안경 너머로 스너프킨을 바라보며 희망차게 말을 덛부텼다.

 "하지만 내일이면 더 오래된 바지가 되겠지."

 

 무민은 황량한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빛나는 불덩어리가 다가오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지구가 얼마나 두려워할지 생각했다. 또 무민은 자신이 세상 모두를, 숲과 바다와 비와 바람과 햇빛과 풀과 이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그리고 그 모든 것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뒤이어 무민은 생각했다.

 '엄마는 모든 걸 구해 낼 방법을 알고 계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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