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특이하게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에서 표지에 작가 사진 또는 작품 내용을 상징하는 그림이 없는 유일한 작품이다. 책 뒷면에도 작품 소개가 쓰여져 있지 않으며 저자 소개에도 작품 목록만 달랑 쓰여있는데, 이는 저자의 요구에 의한 조치라고 하며, 후에 표지 그림과 작가 약력을 엽서형태로 끼워주는 식으로 출판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까지 알고 나면 이 작가 보통 결벽증이 있는 작가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 법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성공 때문에 조용히 살기가 힘들어지자 샐린저는 뉴욕을 떠나 뉴햄프셔의 시골로 가서 은둔하며 살았다고 하는데,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고 한다.
이 샐린저의 전기 영화가 2017년에 나왔다. 제목은 호밀밭의 반항아. 주연은 니콜라스 홀트. 그러고 보니 니콜라스 홀트는 영드 스킨스로 똑똑하지만 방황하는 10대 토니를 표현한 적이 있다. 문란하고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스킨스의 토니는 그의 여동생 에피를 끔찍히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고보니 이 모습은 여동생 피비를 끔찍히 아끼고 사랑하는 홀든 콜필드의 모습이다. 이렇게 연결되나...
중간 고리가 어찌되었든 홀든은 샐린저의 모습일 것이다. 온갖 가식과 위선이 판치는 사회로부터 도망쳐 그가 좋아하는 것, 순수한 것, 변하지 않는 것만 지켜주고 싶고 지켜보고 싶어하는 작가 자신의 외침이자 결과이다. 자신의 마음 한 조각도 다른 사람에게 전하기 싫어했던 샐린저는 평생 꽁꽁 숨어 살다가 세상을 떠났고, 스스로를 그리고 다른 사람을 끊임없이 기만하면서도 어딘가에 있을 유토피아를 그리워하던 홀든은 문학의 유토피아에 남았다. 인간이란 원래가 위선적인 것. 어쩌면 그 위선 때문에 겉치레 때문에 체면 때문에 인류가 문명이 역사가 유지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인간이 위대한 건 본성이 순수하기 때문이 아니라 순수하지 못한 본성을 누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 위선으로 가득찬 세계를 이유도 모르게 묵묵히 살아내고자하는 삶의 방식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회피하려 하는 방식은 감히 갖다대지도 못할 정도로 숭고한 거라고, 이렇게 말한다면 나도 홀든에게 경멸받아야 마땅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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