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 / 돌베개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한국인이라는 말을 민족의 총칭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이란 민족 전체의 광대한 생활권의 관점에서 보면, 그 일부를 차지할 뿐인 국가의 호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인이라는 호칭은 국민적 귀속을 나타내는 한정된 의미로 사용되어야 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재일조선인 2세지만, 국적은 한국이다. 내 경우 민족적으로는 조선인이며 국민으로서는 한국인인 것이다.
독자들은 여기서 이미 참 복잡하구나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롳더 복잡한 것을 써내려가야 한다. 디아스포라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17p

예능 프로에서 추성훈과 그의 가족을 애정하는 마음으로 본 적이 있다. 온갖 불편함을 무릅쓰고 일본에서 한국 국적을 유지했던 추성훈은 한국 유도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않은 후, 일본으로 국적을 옮겨 아시안게임에서 일본 대표로 한국 대표를 꺾어 일대 파란을 일으킨다. 추후 국내 예능 프로에 출연하여 당시 상황에 대한 이야기, 재일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공개되며 연민과 공감을 얻었고, 일본 톱스타와 결혼 후 아이와의 생활을 공개하며 가족 전체가 신드롬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면 이 가족이 한일 양국에서 인기있는 것은 이례적이고도 따뜻한 모습이라고 생각되었는데 공개된 이 가족의 근황은 하와이로 이주했다는 것이다. 이주 이유에는 직접 밝힌 이유가 있었으나 이주 전 있었던 다른 일이 직접적인 이유 아니겠느냐는 의견들이 있다. 역시 재일한국인으로서 살아가는 것, 특히 자식 대에 이르러서는 한국과 일본 혼혈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은 뒤로 하고 비교적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을 하와이에서 본인과, 부모, 조부모의 백그라운드에 연연하지 않고 커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제 3의 국가로 이주해야만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덜 느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씁쓸함도 있었고. 이 책을 읽으면서 유사한 환경에서 비슷한 좌절을 경험했을 저자와 추성훈을 계속 견주며 읽게 되었다. 예능 프로에서 밝은 모습을 주로 봤지만 그 이면에는 같은 처지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슬픔이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디아스포라란 복잡한 것이라고, 아이러니컬하다고, 스스로의 아이덴티티가 어떻게 분열되어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막연히 불안하고 긴장하고 있다고 서술한 것처럼. 읽으면 읽을수록 그 처지를 경험해보지 못한 자는 함부로 가늠할 수 없는 심연으로 가라앉는 느낌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계속 읽어나가는 것이 힘들어 일부러 설렁설렁 넘어갈 정도로.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나면, 당장은 말고, 다시 찬찬히 읽어볼 예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