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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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1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13쪽
너무나 유명한 바로 그 시작 문장이다.

˝자네는 매우 순수한 사람이야. 그건 자네의 미덕이자 결점이기도 하지. 자네는 순수한 성격이라 인생 전체가 순수한 현상으로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자네는 공무 활동을 경멸해. 자네는 행위와 목적이 언제나 일치하기를 바라니까. 하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또 자네는 한 인간의 활동이 언제나 목적을 갖기를, 사랑과 가정생활이 언제나 일치하기를 바라지. 하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해. 인생의 변화, 인생의 매력, 인생의 아름다움, 그 모든 것은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져 있기 마련이야.˝ -99쪽 스테판이 레빈에게 한 말, 레빈을 나타내는 이 문장들이 나중에 레빈의 마음속에서 어떻게 변모하고 발전해 나가는지!

세상에는 모든 행운을 두루 갖춘 경쟁자를 만났을 때 그 즉시 상대방의 장점을 모두 외면하고 단점만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그 행복한 경쟁자에게서 무엇보다 그에게 승리를 안겨 준 장점들을 발견하려 하고 가슴이 저리도록 아픈데도 그에게서 좋은 점만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레빈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115쪽 등장인물 중 가장 애처롭고 공감이 가는 사람은 레빈이었다. 레빈은 ‘당위’로 움직이는 사람 같았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런 생각 때문에 혼자 상처 받는 것도 감수하는 사람. 주변의 시선에 신경, 겉으로는 아니어도 속으로는 귀족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레빈의 모습에서 위선이 아닌 그의 노력이 짐작되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는 속으로는 귀족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주변의 시선에 신경을 쓰더라도 노력하여 농민들 속에 섞이려고 애쓴다.

종종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녀는 계속 시계를 쳐다보며 매순간 시누이를 기다렸는데도, 막상 손님이 도착한 그 순간을 놓치는 바람에 벨소리를 듣지 못하고 말았다. -148쪽 눈에 그려지는 것 같은 비유이다.

눈물은 두 자매의 소통을 연결하는 기계를 작동시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윤활유와도 같았다. 눈물을 쏟은 후, 자매는 그들의 마음을 차지한 문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하잘것없는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서로를 이해했다. -275쪽 특히나 이런 부분은 여자도 아닌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 자매애를 잘 묘사했을까를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에 봄이 왔다. 애타게 기다리게 하거나 속이는 일 없이, 식물이나 동물이나 사람이나 모두 다 즐거워하는 보기 드물게 아름답고 다정한 봄이었다. -331쪽 다시 안 올 것 같은 추위가 지속되어도 어김없이 오고야 마는 봄의 우직함을 식물로, 농민으로 연결시킨 부분이다. 왜 레빈이, 작가가 농촌으로 가게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집 안에 있고, 집에서는 벽돌도 주인을 돕기 마련이다. -373쪽 똥개도 자기 집에서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을 이렇게 고급지게 표현하다니!

심하게 다친 어린아이가 아픔을 참으려고 펄쩍펄쩍 뛰며 근육을 움직이듯,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에게도 아내에 대한 생각을 떨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신의 운동이 필요했다. 아내와 브론스키가 눈앞에 있고 브론스키의 이름이 끊임없이 들리는 이러한 상황에 내몰리자 그의 신경이 온통 아내에 대한 생각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펄쩍펄쩍 뛰는 것이 아이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듯, 그에겐 훌륭하고 지적인 말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말했다. -448쪽 이 책의 특징은 심리에 대한 기술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설명은 물론이고 주변의 풍경이나 등장인물의 행동으로 간접적으로 묘사해 내기 때문에 이렇게 긴 글을 읽으면서 지겹다는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안나의 임신까지 다루는 1권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고전이 이렇게나 재미있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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