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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4
김시습 지음, 이지하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평점 :
소설이라는 장르로 치면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이다.
최초의 한글소설은 홍길동전.
최초의 근대소설은 무정.
금오신화의 금오산은 잘 알려진 구미시의 금오산이 아니라, 경주시 남산의 한 봉우리를 뜻한다고 한다. 세조의 왕위찬탈 이후 김시습이 금오산의 용장사에 7년간 은거하며 금오신화를 썼다고 하며, 현재 용장사는 터만 남아 있다고 한다. 여기에 나오는 남원의 양생, 송도(개성)의 이생, 송경(개성)의 홍생, 경주의 박생, 송도(개성)의 한생은 요즘 식으로 하면 양모 씨, 이군, 미스터 홍, 박 선생, 한 선생님 정도로 부를 수 있겠다. 관직은 없고 글재주는 많고 자기 소신은 분명한 것으로 보이는 이 모든 사람들은 김시습의 분신일 것이다. 과거를 준비하던 중 세조의 왕위 찬탈 이야기를 듣고 현실 정치에서 자신의 이상을 펼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를 ‘방외인’이라고 칭하면서 전국을 두루 유람하며 다녔던 김시습을 시대를 잘못 만난 불우한 천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 문학사의 거장이 되었다. 자신이 쓴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현실을 벗어나 이번 생 바깥에서는 더 고귀한 존재가 된 것이다. 어쩌면 신곡을 쓴 단테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만복사에서 저포놀이를 하다-만복사저포기]
부처님과 내기를 해서 배필을 점지해 달라고 한 노총각 양생이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졌는데, 그 여인은 실은 왜구의 난 때 정절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린 명문가의 여인이었다. 잠깐 신혼을 즐기다가 여인은 다른 곳에서 남자로 환생했다며 사라진다. 양생은 여인을 위한 재를 올리고 지리산에 들어가 혼자 약초를 캐며 살다가 죽는다. 만복사는 실제로 전라북도 남원에 있던 절로, 현재는 터만 남아 있다고 한다.
[이생이 담 너머를 엿보다-이생규장전]
준수한 외모와 학식을 가진 이생과 명문가의 최 씨 처자가 우연히 만나 시를 주고받으며 사랑의 마음을 키운다. 천생의 연분이 결혼을 해서 꿈같은 날들을 보내던 중, 홍건적의 난이 일어나 최 씨가 도적에게 잡혀 처참한 죽음을 당한다. 어느 밤에 최 씨가 찾아와서 함께 남은 인연을 다하기 위해 이승으로 돌아오고, 서너 해 동안 이생과 정분을 나누다가 최 씨는 다시 구천으로 돌아가고, 이생은 아내의 뼈를 찾아서 묻어준 후 아내를 그리워하다가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난다. 이생은 생육신인 김시습 자신을, 아내 최 씨는 사육신을 뜻하며 계유정난을 비판한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부벽정에서 취하여 놀다-취유부벽정기]
홍생이 부벽정에 놀러 가서 기자조선의 준왕의 딸이었다는 여인을 우연히 만난다. 이 여인은 위만에게 나라를 빼앗기자 자살하려다가 단군의 도움으로 천녀가 되었다고 말한다. 밤새도록 함께 놀다가 새벽이 되자 여인이 사라지는데, 이후로 홍생은 여인을 그리워하며 몸져눕는다. 홍생은 꿈에서 옥황상제의 부름을 받고 죽었는데, 사람들은 그가 신선이 되었다고 말했다.
[남염부주에 가다-남염부주지]
박생이 꿈에 남염부주에 가서 염라대왕을 만난다. 염라대왕과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부터 현실 정치 문제에 이르기까지 문답을 주고받는다. 박생은 염라대왕에게 인정받아 왕위를 물려받는다. 토론의 내용은 당시 사회에서는 파격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어 김시습의 방외인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
[용궁 잔치에 초대받다-용궁부연록]
글을 잘 짓는 한생이 용왕의 초대를 받아 잔치를 즐기고, 글을 써준다. 좋은 구경과 유쾌한 경험을 하고 다시 돌아와서는 그곳에서 받은 선물을 간직한 채 산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춘다. 여기서 한생은 어린 시절 글을 잘 쓴다고 세종에게 직접 칭찬을 받았던 김시습 자신이며, 용왕은 세종이라는 해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