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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1년 9월
평점 :
베니스의 상인을 보고 셰익스피어도 그 당시 유럽의 반유대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했구나, 인종차별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했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이 책을 보면 생각이 완전히 뒤집힘을 느낀다. 무어 인이란 아라비아인, 베르베르인, 흑인의 혼혈로 구성되며 좁은 의미로는 이베리아 반도에 살던 무슬림, 넓은 의미로는 이베리아반도로 이주하지 않고 북서아프리카에 남아 있던 사람들까지 모두 총칭하며, 현대의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몰타, 모리타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중세 무어 인의 후세들이라고 한다. 무어 인은 인종학적인 명칭도 아니고 단일 민족이 아니기에 연대감이 약하며 무어 인이라는 용어 자체도 개념이 명확하지는 않다고 한다. 이러한 무어 인을 주인공을 삼아 비록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더라도 자존심이 강하고 용감한 사람으로 그리고, 피부색만으로 그를 미워하고 의심하는 백인들에 대한 비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오셀로 증후군이라는 말도 연관검색어에 뜨는데 정식 용어는 아니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주인공이니만큼 배우자의 정조를 의심하는 부정망상을 설명하기에 딱 좋은 단어인 것 같다. 대체 왜 오셀로처럼 유능하고 고귀했던 사람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다. 어느 것이 답인지는 모르겠지만 3막 3장에서 음모를 꾸미는 이아고의 대사를 보면 마음 한 구석에 자고 있던 열등감을 이아고가 자극시켜 깨운 것이 시작일 것이다.
이 손수건을 카시오의 숙소에 떨구고
그가 발견토록 해야지. 질투하는 사람에겐
공기처럼 가볍고 하찮은 물건도
성경 말씀처럼 강력한 확증이야.
이게 무슨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
무어인은 벌써 내가 준 독약 먹고 변했어.
위험한 상상은 그 본질이 독약인데
맛이 고약한 줄 처음엔 거의 모르다가
약간씩 핏속으로 퍼지기 시작하면
유황불처럼 타는 거야. 그렇다고 했잖아.
질투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생각은 이아고의 대사 뿐 아니라 3막 4장에서 오셀로의 아내 데스데모나와 이아고의 아내 에밀리아의 대사에서도 나타난다.
데스데모나 어쩌나, 난 절대 원인 제공 안 했어!
에밀리아 질투하는 이들에게 그건 답이 아니에요.
그들은 원인이 있어서가 아니라
질투하기 때문에 질투하는 거라고요.
그건 스스로 생기고 스스로 태어나는
한 마리 괴물이랍니다.
어쩌면 오셀로는 완벽하게 열등감을 극복하지는 못한 인물이었고, 어쩌면 아내 데스데모나는 그가 적어도 그 자신에게, 그리도 남들에게 나는 나의 처지를 완벽히 극복했다는, 그래서 나의 처지에서 오는 열등감과 싸워 이겼다는 증표이지 않았을까. 금이 간 댐에 점점 물이 스며들다가 터져 버리는 것처럼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숨죽이고 있던 열등감이 자극되어 깨어나면서 심리적 안정도 같이 무너져 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오셀로가 카시오에게 가지고 있는 열등감은 젊은 나이와 백인이라는 것, 그리도 아내인 데스데모나는 젊은 나이의 백인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 하지만 적어도 겉보기에는 가지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것’, 그렇지만 그것을 가진 상대에게 끌려 사랑에 빠지고 이제 나는 과거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겠다고 희망에 부풀어 있을 때 역시 너는 ‘그것’을 가지지 않아서 안 되겠다고 잔인하게 버림당했다고 믿게 되는 정황. 시대적인 설정을 들어내면 이것을 현대에도 충분히 적용시킬 수 있지 않을까. 영원히 현대적인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