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나의 아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7
아서 밀러 지음, 최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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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러 (손에 든 편지를 보며) 이 편지가 내게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면 이 편지는 대체 뭐란 말이오? 물론이지, 그 애는 내 아들이었어. 하지만 래리는 그들 모두가 내 아들이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 생각에도 그들이 내 아들이었던 것 같군. 그들이 내 아들이었던 것 같아. 곧 내려오겠소. (집안으로 퇴장한다.)

아서 밀러라는 극작가는 문학에 큰 조예가 없는 나에게는 영화배우 메릴린 먼로의 남편으로 더 친숙하던 사람이다. 세일즈맨의 죽음 이외에 다른 작품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던 나에게 이 희곡은 여러 모로 읽으면서 재미있었다.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는 제목만 보더라도 아서 밀러가 어떤 의미로 작품을 썼는지는 비교적 명확하게 알 수 있는데 이 희곡은 제목만 봐서는 어떤 의미인지 잘 알기는 어렵다. 연극 막바지에 가서야 이 제목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2차 세계 대전이 배경이자 소재다. 자수성가한 사업가 조 켈러는 전쟁 발발 이후 전투기 부품 군납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다. 그러던 중 결함이 있는 부품을 그대로 출하하는 바람에 21명의 조종사가 전투기 사고로 사망한다. 납품을 제때에 못 하면 계약이 취소되고, 그 경우 아들들에게 물려줄 사업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조는 병에 걸렸다는 핑계를 대고 출근하지 않은 채, 동업자에게 전화로 지시를 내린다. 재판 과정에서 조는 전화 통화의 증거 입증이 어려워 무죄가 되고, 그의 지시를 따른 친구이자 이웃인 스티븐은 감옥 형을 선고받고 가족과 관계가 단절된다. 조는 이런 과거를 묻은 채 사업에서 승승장구하며 좋은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스티븐의 딸 앤이 이들을 찾아온다. 그는 조의 둘째아들이자 전쟁에서 비행 사고로 사망한 래리의 약혼녀였고, 현재는 조의 큰아들인 크리스의 구애를 받고 있다. 조는 아버지와는 관계를 끊었다는 앤에게 출소 후 자신이 돌봐 줄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며 신경을 쓴다. 이러던 중 앤의 오빠 조지가 오랜만에 아버지를 면회했다며 나타나 잊으려 했던 과거를 폭로하게 되고, 둘째 아들의 죽음을 부정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죄를 부정하는 큰아들에게 앤은 약혼자 래리가 자신에게 쓴 편지를 보인다. 래리는 아버지에 의한 죄의식으로 스스로 비행 사고를 일으켜 자살하고, 그 계획을 사전에 편지로 약혼자에게 부쳤던 것이다. 아들의 사망이 사고가 아니라 자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조는 총으로 자살을 한다.

읽으면서 소름이 끼쳤던 것이, 최근 유행하는 드라마의 한 내용과 너무 비슷하다는 것이다(나는 이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고, 워낙 인기 있는 드라마라 줄거리는 기사를 통해 늘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대강의 내용은 파악이 가능하나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 틀릴 수도 있겠다). 아마도 작가가 모티브를 따 왔을 수는 있겠다. 남의 아들은 망가지든 말든 내 아이의 행복만을 위해 달려가는 부모, 그러나 정작 내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아이는 행복하지 않았다는 사실, 모든 것이 잘 되어 간다고 부모가 만족하고 있을 무렵 자식은 이때까지 부모가 자신을 위해 해 왔(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히려 자신을 얽매었다는 것을 어쩌면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알려 준다. 무너져 버린 부모가 총으로 자살을 한다는 내용까지. 읽을수록 소름이 끼쳤다. 한편으로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후의 미국과 지금의 대한민국이 놀랍도록 닮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고 후대에는 어떤 삶의 방식을 알려주어야 할지 갈수록 모르는 것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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