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 천국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2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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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천국편

그대는 이렇게 말할 거예요. 빛이 반사되는 건
맞지만, 반사된 빛은 더 멀리 뻗어 나가기
때문에 더 희미해진다고. 그러나

이런 반론쯤은 그대가 원하기만 한다면
인간의 기술의 원천인 실험으로
금방 물리칠 수 있어요.

거울을 세 개 들고서 그중 두 개를
그대로부터 같은 거리에 양쪽으로 두고
그 사이로 세 번째 거울을 당신 정면에

멀리 두고 나서 그것들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당신 등 뒤에 불을 켜 한꺼번에
세 거울에 비치게 하고 어느 거울에서 반사된 것이

그대에게 돌아오는지 살펴보세요. 가장 먼 곳에 있는
빛이 다른 두 거울에 비친 빛보다 그 양에서는 약하지만,
성질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관찰할 겁니다.

그렇다면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속에서
눈[雪]이라는 실체가
그 본래의 흰색과 차가움을 포기하듯이,

그대의 지성도 깨끗하게 포기되겠지요.
나는 이제 아주 반짝거려서 그대 눈에는
별처럼 초롱초롱할 진실을 보여 주겠어요.-천국편 2곡

이 부분은 주석에 따르면 하느님의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신곡을 읽는 내내 작가가 궁극적으로 이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 생각했는데 바로 이 부분에 잘 나타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거기에 오르기 위해 땅에서
발을 떼려 하지 않고, 내가 만든
규범은 쓰레기처럼 뒹굴고 있다.

수도원의 성벽은 이제 짐승의 소굴이 되었고,
수도승이 걸치는 옷은 부패한
밀가루를 담은 자루가 되었다.- 천국편 22곡

단테가 이 책을 쓸 무렵 종교가 얼마나 그 기능을 상실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지나온 일곱 개의 하늘들을
하나하나 돌아보고 우리의 세계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작게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세상을 가볍게 보는 정신이
최고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것에
사고의 방향을 돌리는 사람이 진정 현명하다.-천국편 22곡

어쩌면 이 부분은 단테가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일 것이다.


스승이 결론을 맺기 위해서가 아니라 논의하기 위해서
질문을 던질 때까지 조용히 생각에 잠겨
정신 무장을 하는 학생처럼,

나 역시 그녀가 말하는 동안
마음을 모아 내 논점을 정리하여
묻는 자에게 대답을 주기 위해 준비했다.-천국편 24곡

누가 천국에 가고 지옥에 가고 연옥에 가는지는 사실 작가의 마음이다. 그리스로마신화의 인물이며 로마시대의 역사적인 인물까지 작가가 마음대로 천국에도 보내고 지옥에도 보내고 연옥에도 보낸다. 작가 나이 9살에 처음 만났고 18살에 두 번째로 만났으며 작가가 25살이 되었을 때 사망했다는 베아트리체는 천국에서 작가의 길잡이로 등장한다. 그야말로 이상화의 극치다. 현실이 괴로운 만큼 나의 즐거움과 기쁨과 환희는 죽은 베아트리체의 세계에서나 있다는 것일까? 데카메론을 읽고 나서 신곡으로 넘어왔는데 두 작품의 연결성을 고려하더라도 어떤 부분에서 대조가 되는지는 알 것 같다. 베아트리체는 아내 젬마와 약혼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들까지 출생한 후에 사망했다고 하는데 팔자 좋은 귀족의 다소 답답하고 뜬구름 잡는 집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5남 1녀 중 유일한 딸의 이름을 후에 베아트리체로 개명했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잠깐 비커밍제인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최소한 제인 오스틴은 연애라도 했었다. 단테는 1304년 지옥편을 구상하고 1320년 천국편은 완성 후 바로 배포되었으며 출판되었고 1321년 사망한다. 신곡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는데, 첫 번째 작품은 바로 작가가 베아트리체를 두 번째 만났다는 1283년부터 써 온 베아트리체를 향한 사랑의 글들을 모은 새로운 인생이라고 한다. 다음 독서의 방향이 정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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