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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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z Kafka 의 변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갑자기 일어났더니 벌레가 되어 있는 남자. 이걸 인간의 존엄성이나 실존과 연결시켜서 해석하려고 하면 머리가 아파지지만, 단순하게 내가 아주 하찮은 인간이 된 것 같은 느낌을 한 번이라도 받았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박에 이 소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주 하찮은 인간이 된 것 같은 느낌을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실망, 나에 대한 낯선 느낌, 주변에서 나를 외면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끝내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문학사적인 위치를 생각하면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기억하고, 좋아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한다. 아마도 정도는 다르지만 소설 속 그레고리의 상황에 어떤 의미로든 공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일 것이고, 이 소설이 100년이 지나도 생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마 향후 100년 동안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유대인 집안이면서도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령 있었던 지금의 체코에서 태어나 평생을 자랐고, 독일어 교육을 받고 독일어로 글을 쓴 작가. 나는 문학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다른 그 무엇도 아니고 다른 그 무엇도 될 수 없다(Ich habe kein literarisches Interesse, sondern bestehe aus Literatur, ich bin nichts anderes und kann nichts anderes sein)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문학을 사랑했으나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학을 전공하고 노동 보험 공단에서 일하게 된다. 이런 그의 배경 때문에 평생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상당히 고민을 했을 것이고, 이는 사회적 소외감으로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자수성가한 유대인 상인이었던 아버지는 세 아들 중 두 명이 일찍 죽고 남은 프란츠에게 건 기대가 컸기에, 보통 사람들이 다녔던 체코어를 쓰는 학교 대신 당시 지배층이 주로 사용했던 독일어를 사용하는 학교에 보낸다. 어릴 때부터 병약하지만 독서를 즐겼고, 감성적인 반면 출세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아들을 아버지는 고함을 지르고 때리며 키웠는데, 이런 경험이 카프카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을 지는 이 책에 수록된 소설 <판결>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카프카의 직장은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로 근무 시간이 짧았고, 2시쯤 퇴근하고 귀가한 후 3시부터 7시 반까지 잠을 자고, 밤 11시경부터 3시간쯤 글을 쓰다가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그의 창작 활동을 배려하지 않고 수시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가족들이 모두 잠든 밤에 글을 썼다고 하는데, 이것은 가족에게 전업 작가의 꿈을 인정받지 못하고,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작가의 꿈을 끝내 놓지 않으려는 카프카의 노력이라고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요즘에는 시작할 때에는 직장 생활과 창작을 병행하더라도, 어느 궤도에 오르면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는 분들이 많은데, 생전에 카프카는 전혀 알려지지 못했다. 스스로 상당수 작품을 찢거나 불태우고, 길거리에서 자신의 글을 찢고 날리며 미친 듯이 웃어 경찰에 끌려간 적도 있었고, 아버지는 이런 아들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고 했다고 한다. 평생 인정받지 못했던 카프카는 약혼과 파혼을 반복하다 결혼하지 않고 자식도 남기지 않은 채 아버지보다 7년 일찍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인생을 놓고 보면 비극적이지만, <변신>이나 <판결> 등을 보면 소설 속 대부분의 절망이 그의 아버지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생각도 들고, 여동생들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나치 정권 하에서 가스실에서 사망했다는 후일담을 접하고 나면 카프카에게 허락된 삶이 이 이상 최선일 수는 없지 않겠나 하는 다소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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