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의 회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2
헨리 제임스 지음, 최경도 옮김 / 민음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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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연히 네이버의 책 섹션을 유심히 볼 일이 있었는데, 특정 기간 동안 오디오북을 무료로 책 전체를 대여해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무료니까... 거기에 민음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이니까... 깊은 고민 없이 바로 대여 버튼을 눌러서 듣게 되었다.

책 소개를 보다 보면 번역에 대해 이야기가 많다.

번역이 너무 안 좋아서 안 쓰던 리뷰도 쓰게 만들었다, 헨리제임스 학회장까지 맡은 경력이니 오독은 없었겠지만 번역은 전문번역가가 하고 교수님은 감수를 봐야 했던 게 아닐까 싶다, 시공사가 "기묘한 자유분방함"이라고 옮긴 단어를 민음사는 "괴이한 자유의 기운"으로 옮겼다, 오독과 오역 이전에 '국어 감성'의 문제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대한 구매 자체를 숙고하게 만든 번역이다, 할 말을 잃었다 등등

다행인 게 나는 이 책을 눈으로 읽지 않고 귀로 들었다. 그래서인지 번역이 거슬린다는 느낌은 사실 받지 못했다.

오디오 북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써진 글을 낭독을 한다는 특징 때문에 실제 대화보다는 연극의 독백에 가까운 느낌도 들고, 아무래도 활자가 소리로 바뀌면서 정보가 들어오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질 수밖에 없고, 눈으로 읽을 때처럼 온갖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정보를 제쳐두고(나는 이 오디오북을 들을 때 눈을 감고 앉아서 들었다) 오로지 글의 내용에 오롯이 집중을 하기 때문에서인지 특유의 번역이 오히려 생경함을 느끼게 해서 속세와 차단되는 것 같은 효과(?)를 낳은 것 같기도 했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지만 마치 수도원이나 산사에 가만히 앉아 명상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확실히 오디오북을 보고 나서 이 책을 활자로 읽으니 단어 하나하나가 오히려 육중하게 마음에 박히는 느낌이다.
번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그 분들은 그 분들대로 지적할 만하니 지적했을 것이다.
나사의 회전은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도 있으니 혹시 거슬린다면 다른 번역자의 글을 읽는 것도 방법이 되겠다.
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오디오북도 조심스레 추천할 수 있겠다.

일단 다음은 출판사에서 제시한 책 소개이다.

영국의 한 저택에서 가정교사로 일하던 젊은 여성이 유령을 목격한다. 혼자 걷던 산책길의 오래된 탑 위에, 세차게 펄럭이던 촛불이 꺼진 어둠 속 계단 꼭대기에, 아무도 없는 주방의 창밖에, 한적한 오후 호수 건너편에, 누군가 나타난다. 가정교사는 그 집에 유령이 나온다고 확신하고, 아이들을 유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작품은 유령의 실체에 대하여 상반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유령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가정교사의 환상에서 비롯된 것인가, 유령은 초자연적인 존재인가, 아니면 개인의 심리에서 만들어진 것인가. 어디에도 명확한 결론, 완전한 추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 헨리 제임스는 작품 속에 수많은 복선을 넣어 온갖 해석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인간 의식의 특징을 모호성으로 규정하여 유령은 물론, 유령으로 상징되는 여러 문제를 인식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사실 이 책은 그 어떤 쪽으로도 결론을 내리고 있지는 않지만, 독자로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무래도 한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내 아이들 이라는 말이 계속 반복되는 부분에서는 더더욱.
학교 선생님인 지인이 한 때 담임을 맡은 아이들을 표현할 때 내 새끼들 이라는 표현을 했었는데, 아직 엄마가 되기에는 한참 어리게 느껴지는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 굉장히 놀라면서도 그 이후에도 계속 생각이 났던 것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빅토리아 시대 가난한 시골 목사의 딸이 이제 막 가정교사가 되기 위해 부유하고 매력적인 연상의 부자 남자와 처음 만나 면접을 보는 장면에서는 제인 에어를 연상할 수 있었고, 그것은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여주인공에게도 어떠한 감정의 움직임을 만들어냈을 것이라는 추측은 무리가 아니다. 이후 그 남자의 조카들을 가르치기 위해 시골로 향하는 동안, 그리고 그 아이들을 돌보는 엄청난 권한을 부여받고 난 후, 사실상 저택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것을 자각했을 때, 그 책임감에 한편으로는 도취되었고 한편으로는 짓눌렸을 것이라는 짐작은 충분히 가능하다.


작가 헨리 제임스는 유명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동생이라고 한다. 집안의 분위기가 그랬는지 형으로부터의 영향도 있었는지 모르나 어쨌든 이 책은 최초의 심리 소설로 꼽히며,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 조지프 콘래드, D. H. 로렌스 등의 영국 작가들과 이디스 워튼, 윌라 캐더 등의 미국 작가들이 제임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작가들은 이른바 ‘의식의 흐름’이라는 수법을 사용하여 인간 행동의 내면에 있는 심리적 동기를 마치 해부하듯이 분석해 나가는 작가들이다.

헨리 제임스의 이 작품은 한 인물의 시점에서만 서술되며 이 때문에 심리 묘사가 더 촘촘하면서도 복합적으로 펼쳐진다. 가정교사의 시선으로 유령이 목격되고, 그녀의 관점으로 모든 것이 해석되며, 또한 유령이 아이들을 위협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독자는 유령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지 의심을 가질 틈도 없이 가정교사의 확신에 휩쓸리고 만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유령의 존재가 과연 있기나 한 것인지, 처음부터 그녀의 마음이 만들어낸 존재는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된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각 독자마다 다르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가정교사가 본 것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 유령이 있느냐 혹은 가정교사가 미쳤느냐 등등. 어쩌면 그 실체 자체가 무엇인지, 무엇이 사실인지는 애초부터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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