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

야쿠마루 가쿠   이정민 옮김

몽실북스  2019년 03월 05일

 

 

 

 마치다 히로시 이제 넌 어둡고 긴 굴을 지나 밝은 곳으로 나왔구나. 정말 다행이야. 책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네가 다시 어두운 곳으로 끌려 가는 건 아닐까 하고. 세상에는 한두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깊은 어둠의 세계가 있어. 보통사람은 처음부터 그런 곳에 발을 들이지 않지만, 자신이 살려고 그런 곳에 발을 들이는 사람도 있어. 그 가운데는 거기에서 겨우 벗어나는 사람도 있지만 쫓기다 죽은 사람도 있을 거야. 어둠의 세계 사람은 한번 눈독들인 건 끝까지 놓지 않으려 해. 난 그런 사람을 보면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왜 그렇게 덧없는 짓을 할까 싶거든. 어쩌면 거기에라도 매달리지 않으면 살 수 없어설지도 모르겠어. 사람은 거의 무언가에 매달려 살기도 해. 누구나 그런 건 아닐지도.

 

 난 히로시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안다고 말할 수 없어. 엄마가 있어도 밥을 제대로 주지 않고 호적에도 올리지 않아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는 생활은 어떤 걸까. 넌 왜 그런 사람이 자신을 낳았을까 생각했겠지. 자신이 아이를 책임지지 못하면 다른 곳에 맡기기라도 하지. 그런 것도 하지 않고 널 그냥 내버려뒀지. 그래도 히로시 네가 오자와 미노루를 만나서 다행이야.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 미노루는 지능이 모자라도 마음은 훨씬 나아. 히로시 너도 그걸 알고 집을 뛰쳐나오고 다시 미노루를 만났을 때 함께 살기로 했겠지. 그땐 호적이 없어서 히로시 네가 미노루인 척했지만. 그 뒤에 범죄 조직 같은 데 들어가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걸. 무로이는 네가 호적이 없고 머리가 아주 좋은 걸 알고 자신과 겹쳐봤겠지. 하지만 너와 무로이는 달랐어. 무로이는 아무도 좋아하지 못했지만 넌 그렇지 않았어.

 

 세상에는 감정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어. 날 때부터 그런 사람도 있고, 자란 환경 때문에 그렇게 되는 사람도 있어. 내 생각에 히로시 넌 감정이라는 걸 배우지 못하고 자라고 그걸 몰랐다는 느낌이 들어.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났다 해도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고 봐. 무로이는 바뀔 수 있었을 때 진심으로 자신을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게 아닐까 싶어. 히로시 너한테는 미노루가 있었잖아. 무로이는 머리 나쁜 사람보다 머리 좋은 사람을 더 눈여겨봤지. 히로시 너도 잠시 그랬구나. 말은 쌀쌀맞게 해도 네 마음은 아주 차갑지 않았어. 난 여러 가지를 봐서 그걸 알았지만 너를 처음 만나는 사람은 그걸 바로 알지는 못했어. 그건 네 한면만 봐서겠지. 사람을 죽이고 소년원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거 말이야. 소년원에서 나오고 살게 된 주인 집 딸 마에하라 가에데는 처음에는 널 무척 싫어했지만, 조금씩 널 잘 보려 했어.

 

 넌 심심풀이라 하면서 소년원에서 함께 달아나려다 차에 치이고 두 팔을 잃은 이소가이 의수를 만들었어. 이소가이는 자기 목숨을 살려준 널 원망하고 네가 자신을 자꾸 찾아오는 걸 싫어했지. 이소가이도 널 잘못 안 게 있었어. 넌 네 머리가 좋은 걸 남한테 보여주려 한 적도 없는데 이소가이는 네가 그런 생각으로 의수를 만든다고 여겼지. 히로시 네가 말을 조금 부드럽게 했다면 좀 달랐을까. 넌 설명하기보다 행동했지. 난 그게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은 길게 말하기를 바라기도 해. 중요한 건 말하는 게 좋겠지. 히로시 너도 여러 사람과 어울리고 그걸 조금 알았을 것 같기도 해. 두 팔을 잃고 자기 처지를 안 좋게 여기고 살던 이소가이가 달라져서 다행이야. 언젠가 이소가이가 히로시 너한테 빛을 찾고 그걸 보여달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군.

 

 빛은 사람일까. 사람한테 받은 아픔은 사람 때문에 낫기도 해. 히로시 네 엄마는 그저 널 낳았을 뿐이야. 엄마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듯해. 그러고 보니 그런 사람 많았군. 미노루도 부모나 친척한테 버림받았지. 부모한테 버림받고 무로이를 만나고 무로이 생각에 빠져들고 무로이 마음에 들려 한 사람도 있었군. 세상을 바꾸려고 누군가를 희생해도 괜찮을까. 난 그렇게 세상을 바꿀 순 없다고 생각해. 무로이는 머리가 좋은 사람만 인정했어. 그건 무서운 생각이야. 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이 있고 생각이 다른 사람이 살기도 해. 히로시 너도 이젠 알겠구나. 동료라는 걸 생각하게 됐으니.

 

 히로시 널 보니 정말 사람은 감정을 익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많은 사람이 감정을 제대로 알까. 어쩐지 난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사람은 거의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거나 책을 보고 배워. 나도 다르지 않아. 그러고 보니 히로시 네가 이제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됐구나. 지금까지는 네가 살려고 지식을 얻는 책을 봤잖아. 사람과 어울리고 감정을 알 수도 있고 소설을 봐도 조금 알 수 있어. 난 히로시 너처럼 이런저런 책을 빨리 보고 기억하고 이해하면 글을 잘 쓰겠다고 생각했어. 별 생각 다했지.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된 네가 언젠가 소설 쓸까. 그것도 재미있을 듯해.

 

 앞으로 너한테 좋은 일만 있지 않겠지. 네 둘레 사람과 잘 헤쳐나가기를 바라. 미노루와 다시 만나서 잘됐어. 여기까지만 쓸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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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에 아주아주 오래 산 벚나무가 있었어요

 

벚나무에 꽃이 피면

나비가 많이 날아오고

열매 맺히면

새들이 날아와 노래했어요

 

벚나무는 나비와 새가

자신을 찾아오는 게 기뻐서,

해마다 꽃을 피우고

열매 맺으려 무척 애썼어요

 

벚나무에는 나비와 새 말고도

작은 곤충이나

작은 동물도 찾아왔어요

 

달이 가고

해가 가자

벚나무는 힘이 빠지고

쓰러졌어요

 

쓰러진 벚나무 바로 옆에는

작은 싹이 나 있었어요

 

언젠가 다시

나비가 날고

새가 노래하겠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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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건축가 2019-11-07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시에요. ^^

희선 2019-11-09 05:14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희선
 

 

 

 

 이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친구 집이 없다. 언젠가 한번 가 본 적 있는데, 며칠 동안 같은 길을 걸어도 친구 집에 가지 못했다. 친구 집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아니 난 정말 친구 집에 간 적 있을까.

 

 이튿날 학교에 가서 다른 아이들한테 물어보았다. 친구 이름을 말했지만 아이들은 그게 누구냐고 하고 그런 애 우리 반에 있었느냐고 했다. 그 친구가 말이 없고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지만 그 애는 있었다. 왜 아무도 그 애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친구는 몇달 전에 전학왔다. 몇달 전인 걸로 보면 이 학교에 몇달이나 다녔다는 거다. 한 두주 전쯤부터 학교에 오지 않고 선생님도 아이들도 별 말이 없었다. 사람이 그렇게 감쪽같이 사라지고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질 수 있을지.

 

 그 뒤에도 몇번 친구 집에 가려고 했지만 가지 못했다. 친구 집으로 가는 길을 걸었는데 늘 다른 곳이 나왔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며칠전에 학교 다닐 때 갑자기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 친구를 보았다. 친구를 봤을 때 바로 생각난 건 아니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 그 친구라는 게 떠올랐다. 친구는 내가 한번 가 본 적 있는 집에 아직도 사는 듯했다. 내가 그렇게 찾아가려고 해도 닿지 못한 집인데. 왜 지금까지 한번도 친구와 마주치지 않았는지. 친구한테 달려가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친구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친구 뒷모습을 보고 난 그저 친구가 앞으로도 마음 편하게 살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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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눈빛
야쿠마루 가쿠 지음, 최재호 옮김 / 북플라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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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형사에 어울리는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지금 생각하니 형사도 ‘사’가 들어가는구나. 형사는 ‘사’가 들어가는 일에서 가장 인기 없을 듯하다. ‘사’라 해도 한자는 다르구나. 형사는 처음부터 형사가 되지는 않겠지. 경찰 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모르지만. 경찰, 형사는 소설에서만 봤구나. 걷다가 경찰차 보거나 파출소 지난 적은 있다. 어쨌든 경찰은 나와 참 멀다. 어릴 때 자라면 경찰이 될 거야 하는 사람은 아버지나 가까운 사람이 그 일을 할 때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이 범죄 피해자일 때도. 본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경찰을 하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겠다. 여기 나오는 히가시 이케부쿠로 경찰서 형사인 나츠메 노부히토는 본래 소년분류심사원으로 법무부에서 일했다. 소년분류심사원은 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소년원으로 보낼지 집으로 보낼지 결정하는 일을 한다. 그런 일을 하다 나츠메가 형사가 된 건 열해전 딸이 누군가한테 망치로 머리를 맞고 식물인간이 된 다음이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자기 손으로 범인을 잡고 싶은 마음이 있었겠지.

 

 가까운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인 범인을 잡으려고 형사가 된 사람도 있지만 그 일은 맡을 수 없다. 의사가 자기 식구 수술을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구나. 그렇다 해도 자기 식구 수술을 하는 의사가 있는 것처럼 자신과 상관있는 사건을 맡는 형사도 있구나. 나츠메를 보는 사람은 다들 형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예전부터 나츠메와 알던 사람이 그랬다. 형사는 인상이 무서울 듯한데, 형사에 그런 사람만 있는 건 아니겠지. 오랫동안 형사를 하다보면 눈빛이 무서워지지 않을까. 형사는 누군가를 의심해야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그래도 나츠메는 조금 다르게 보이는 듯하다. 눈빛이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롭다고 하면 될지. 나츠메가 남을 부드럽게 따스하게 보는 건 교사가 되려던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좀 다른 형사가 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는 일곱편 담겼다. 몇해 전에 우연히 드라마를 보고 책을 사서 볼까 하는 마음을 가졌는데 시간이 흐르고 한국말로 나왔다. 한국말로 책이 나온 걸 보고 이 책이 나왔구나 했다. 이 작가가 쓴 소설에 형사가 들어가는 책 여러 권이던데 거기에도 나츠메 노부히토가 나올까. 나츠메가 예전에 소년분류심사원을 해선지 청소년이나 그때 만난 사람을 다시 만나기도 한다. 나츠메는 다른 사람 마음을 잘 들여다 보는 것도 같다. 심리학을 공부해설까. 그렇다고 모든 사람 마음을 다 아는 건 아니다. 나츠메는 상대와 이야기 하면서 보이는 모습으로 생각하고 증거를 찾거나 상대가 참된 것을 말하게 이끈다. 부모라고 자식만 생각하지는 않고 어느 한순간 나쁜 마음을 먹고 그 일을 하기도 한다. 그걸 그저 한순간 마가 끼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그런 부모와 자식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들이 보낸 신호를 조금 늦게라도 알아차린 아버지도 있다. 그 아버지와 아들은 앞으로 나아지겠지.

 

 한번 범죄자가 되면 살기 어렵기도 하다. 그 사람이 아무리 성실하게 살려 한다 해도 둘레에서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 그래서 다시 죄를 짓는 사람이 많겠지. 하지만 어떤 사람은 예전에 다른 사람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죗값을 치렀는데 또 그러려고 했다. 나츠메는 소년분류심사원일 때보다 관찰을 더 잘 하게 된 듯하다. 앞에서 나츠메가 형사에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고 했는데 나츠메는 형사 일 잘 했다. 그래도 마음은 괴로운 듯하다. 언제나 남을 의심해야 하니 말이다. 자기 자식이 죽임 당하면 범인을 용서하기 어렵기도 하겠지. 시간이 흐르고 범인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기도 할 거다. 피해자 식구는 범인이 죄를 뉘우치고 살기를 바랄 텐데,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고 복수하는 것도 안 좋을 텐데. 난 피해자 식구 같은 게 아니어서 이렇게 말하는구나.

 

 사람은 자기 자신 안에 갇히면 아무 말도 잘 듣지 못한다. 예전에 나츠메는 그걸 잘 몰랐던 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그때와는 조금 달라졌을지도. 그래서 형사가 된 것이기도 하구나. 소년분류심사원이라는 일에 의심을 품어서. 아무 희망도 없다고 믿는 사람한테는 아무리 좋은 말이라 해도 마음에 닿지 않는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잘 모르겠다. 이야기를 듣고 그동안 힘들었구나 하는 게 좋겠다. 다른 말은 천천히 해도 괜찮겠지. 자기 신세를 탓하고 잘못을 저지르거나 자기만 힘들고 다른 사람은 힘들지 않다고 여겨도 안 좋다. 그런 걸 깨달으려면 시간이 있어야겠구나. 청소년은 그런 거 바로 알기 어렵겠다. 청소년이 자신뿐 아니라 남도 잘 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청소년만 죄를 짓는 건 아닌데 이런 말을 했다. 나츠메는 괜찮은 형사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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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고

세차게 땅으로 떨어지는 비

그리고 휘몰아치는 바람

 

세상이 끝날 것 같은 밤은 가고

한층 선명한 빛을 내는

아침이 왔네

 

지난밤 폭풍우가 바꿔버린 것도 있지만

세상은 평소와 다름없다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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