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졌으면 하는데 그건 바랄 수 없습니다. 별거 아니어도 날마다 무슨 일이 일어납니다. 그걸 못 느낄 때가 많을 거예요. 사람은 하루하루 나이를 먹고 죽음으로 다가갑니다.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아픈 것 같지만 그렇지 않겠지요. 하루하루 살았기에 몸이 안 좋아지고 기계도 날마다 써서 낡겠습니다.
가끔 안 좋은 일이랄까 돈 쓸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런 게 한번만 있어도 우울한데 여러 번이나 생기면 더 우울하지요. 그렇다고 그게 다 안 좋은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사고 싶은 책이 곧 나오거나 가까운 사람이 태어난 날이 다가올 때 컴퓨터가 고장나기도 합니다. 두 가지는 그런 걸 알고 있었겠지만 하나는 그때 일어날지 몰랐겠지요. 시간을 두고 일어나면 좋을 텐데 비슷한 때 몰려 있다니.
살다보면 안 좋은 일도 잇달아 일어납니다. 왜 그런 일은 이어서 일어나서 사람을 괴롭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쩐지 누군가 이런 시련 이겨낼 수 있겠냐고 시험하는 것 같아요. 전 좋은 일이 일어나도 기뻐하기 힘들어요. 언제 안 좋은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어떤 일이 일어나든 일어날 만해서 일어났겠지, 한다면 좋을 텐데. 제가 그렇게 되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어려울지도.
언제나 평정심을 지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주 큰일을 빼고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 일일 거예요. 우울해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어서 다행이다 생각하면 괜찮겠습니다.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 절망에 빠질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 해도 언젠가는 그것도 받아들여야 하는군요. 시간, 시간이 있어야 하는 일도 있어요.
어쩐지 많은 일은 돈과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 같네요.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서글프네요. 그렇지 않은 일도 있을 텐데. 자신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일도 많습니다. 거기에 돈이 조금 들고 시간이 걸리기도 하겠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