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난 죽는다. 어쩌다 보니 참 오래 살았다. 일찍 죽고 싶었는데 내 마음대로 죽지 못했다.

 

 난 다른 사람과 잘 사귀지도 못하고 자신도 없어서 늘 우울했다. 이런 내가 살아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무척 커져 참을 수 없던 난 죽으려고 했다.

 

 처음에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 높은 데서 뛰어내리면 모습은 안 좋아도 바로 죽을 것 같았다.

 

 가까운 데 있는 높은 건물로 올라가 뛰어내리려고 건물 가장자리까지는 갔지만 그 이상은 갈 수 없었다. 내가 난간을 넘으려 하니 무언가 나를 뒤로 끌어당겼다. 몇 번이나 그랬다. 고개를 숙였을 때 내 그림자가 내 뒤로 길게 뻗은 걸 보았다. 그림자가 길게 뻗을 수록 내 몸은 뒤로 끌려갔다.

 

 그림자가 멋대로 움직여서 깜짝 놀랐다. 그림자한테 끌려가다보니 죽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내가 죽든 살든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난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살아보기로 했다.

 

 그런 일이 있었던 뒤에도 난 죽고 싶은 유혹에 빠졌다. 그럴 때마다 그림자가 나를 살렸다. 그림자 때문에 죽지 못하고 사는 게 괴롭고 힘들었지만 나를 살게 한 그림한테 고맙다. 내가 세상에 꼭 있어야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해도 난 나대로 살았다.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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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9 15: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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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0 00: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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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9 20: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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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0 00: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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