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면
다시, 봄이네
가면 아쉽고
오면 반가워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다시, 봄이 오네
어서 와,
“봄”
*봄은 멀었지만, 일월이 가고 이월이 가면 다시, 봄이겠지.
희선
비 오는 날엔
비를 써야죠
오랜만에 온 비는
세상을 촉촉하게, 아니
세상을 축축하게 만들었어요
모든 게 축축해진 느낌이에요
나무나 꽃은
실컷 물을 마셨겠지요
비가 만나면 안 좋은 친구보다
만나면 좋은 친구면 좋겠네요
비는 그저 비인가요
맞는 말이네요
사람 형편에 따라
비를 반기기도
비를 원망하기도 하네요
비는 고마운 자연현상일 뿐이에요
*언젠가 하루 내내 비가 온 날...
하루가 가고 하루가 오는 건 같은데
해가 바뀌는 날은 신기해
지나간 한해 잘 보내주고,
새해 잘 맞았지
해가 바뀐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
한달 두달 보내다 보면
어느새 한해가 끝나가겠어
아니아니
새해가 오면
좋은 것 즐거운 것만 생각해
새해 복 많이 받아
구구구
비둘기가 노래하네
즐겁게
구구단을 외워
이제는 십구단인가
구십도로 인사해
예의 바르구나
은하철도 999는
힘차게 우주를 달린다
비둘기가 또 노래하네
난 연필이에요
어느 날 아이가 날 길에 떨어뜨렸어요
개가 냄새 맡고
고양이가 살짝 물어보고
새가 쪼았어요
난 길을 굴러다녔어요
누군가 날 집어들었어요
잠깐 보고 버릴까 했는데
가방에 넣었어요
난 새로운 집에 오고
볼펜과 펜이 많이 꽂힌
유리컵에 꽂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