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능소화
도라지꽃
며칠 전에 걷다가 산수유가 달린 걸 봤습니다. 어쩌면 산수유 열매 달린 건 처음 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푸른 산수유는 못 보고 빨갛게 익었을 때 알아보기는 했습니다. 푸른 산수유 열매를 못 본 건 산수유 잎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사진에서도 잎에 가려서 산수유 열매 잘 보이지 않지요. 좀 더 가까이 가서 담았다면 잘 보였을지도 모를 텐데. 몇 달 뒤 가을에는 이게 빨갛게 익습니다. 몇 해 전에는 걷다가 문득 나무를 보니 빨간 산수유가 보이더군요. 여름에 푸른 열매는 못 봤는데.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못 보고 지나치는 게 많은 듯합니다.
여름엔 능소화가 피죠. 두번째 건 능소화예요. 이 사진을 담고 나니 예전에 빈 집에 핀 능소화가 생각났습니다. 지금 그 집은 헐리고 그곳에는 남천을 심었더군요. 이번에 담은 능소화는 빈 집에 핀 건 아니예요. 걷다가 보여서 담았습니다. 그래도 예전에 빈 집에 핀 능소화를 보고 쓴 글도 함께 올립니다. 이렇게 걷다가 쓸 게 생각나는 일은 아주아주 가끔입니다. 제가 잘 걷지 않아서거나, 걸어도 그냥 걸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빈 집
여름 오고
능소화는 피었는데
반겨줄 이 하나 없네
그 앞을 지나는 사람만이
잠시 멈추어설 뿐
당신은 언제 돌아오세요
저는 도라지꽃을 보면 늘 별을 떠올립니다. 도라지꽃은 흰색과 보라색 두 가지가 피어요. 예전에 쓴 걸 찾아보니 그때도 도라지꽃과 능소화 사진을 함께 올렸더군요. 그때도 감자꽃 동시를 떠올리고 이번에도 도라지꽃을 보고 그걸 생각했습니다. 감자꽃은 색깔에 따라 감자색이 다르다고 하지만, 도라지는 꽃 색깔과 상관없이 다 하얗겠지요.
지난해에는 어땠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예전과 이번에 도라지꽃과 능소화 담은 게 비슷한 때라니 조금 신기하기도 하네요. 몇 해 전이 좀 더 빨랐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늦게 본 거겠지요. 지난해에는 비가 와서 능소화도 도라지꽃도 못 본 건가 싶네요. 능소화는 꽃이 통째로 떨어져요. 동백꽃처럼. 도라지꽃은 떨어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시드는군요.
장마가 일찍 끝난다고 하더군요. 정말일까요. 늦게 시작하고 일찍 끝나다니. 더위 때문에 고생하겠습니다. 비가 한번 내리면 엄청나게 쏟아질지도 모르겠네요. 그것도 안 좋은데. 여름이 잘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거의 반이 가기는 했네요. 더위 조심하시고 소나기도 조심하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