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1년 5월
평점 :
김금희 소설 다 만난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여러 권 만났습니다. 산문집도 봤군요. 거기에서 개 장군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기도 했습니다. 지난번에 나온 소설집 《오직 한 사람의 차지》를 보고는 김금희 소설이 힘들다고 말했네요. 뭐가 힘들었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만난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는 좀 편하게 보자고 생각했어요. 이 생각하기 전에 그렇게 본 것 같습니다. 여러 번 만나서 조금 나아진 건지. 그건 아닌 것 같아요. 한국 단편소설은 아직도 어렵습니다. 이야기로 글을 보는 저는 거기에 담긴 걸 잘 모르기도 해요. 그래도 단편소설을 보다보면 어떤 건 슬프기도 하고 어떤 건 따듯하기도 합니다. 그런 것도 잘 못 느낄 때 있지만. 제가 이상한 거겠지요. 많은 사람은 소설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 잘 하던데, 저는 잘 못하겠습니다. 책 보고 쓴 지도 열해 넘었는데. 이건 그렇게 오래된 게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 담긴 소설을 보다 보니 거의 여름인 듯하더군요. 여름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지만, 여름이 많았습니다. 이 소설집은 2021년 5월에 나왔군요. 오월은 늦봄. 첫번째 소설 제목에 여름이 들어갑니다.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이 책을 잠깐 펼쳐봤을 때 ‘장의사’라는 말을 봤는데, 그때는 장례를 하는 그 장의사인가 했어요. 책도 안 보고 그런 생각을 하다니. 장의사는 ‘나(주미)’가 같은 고등학교에 다녔던 친구로 의사가 되려고 한 사람이었어요. 반 아이들은 그 사람을 장의사라 했더니 정말로 의대에 들어갔습니다. 장은 성, 의사는 의사예요. ‘나’는 삼수생이고. 삼수생인 ‘나’와 장의사가 우연히 만나고 잠시 만나기도 하는데, 둘 사이는 멀어지고 마는군요. 왜 그렇게 됐을지. 두 사람이 좋아한 건 아니고 그저 친구로 만났던 거였어요. ‘나’는 장의사 학교 조교하고 잠깐 사귀고, 장의사는 학교에 적응 못했는데 다시 학교로 돌아가요. 그러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요. 이 이야기는 ‘나’가 나중에 떠올리는 거예요. ‘나’는 장의사한테 마음을 썼다면 장의사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기 아이가 글자를 익히고 친구한테 편지를 쓰는데, 거기에 ‘안녕’이라는 말을 써요. 그런 인사를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는 듯합니다. 다른 소설도 이런 느낌이 들어요.
두번째 소설은 <크리스마스에는>이에요. 이건 여름이 아닌 겨울이네요. 여기에서 ‘나(이지민)’는 방송국 피디로, 방송 때문에 지금은 맛집 알파고가 된 옛날 남자친구 현우를 만납니다. 맛집 알파고는 사진만 보고 그곳이 어딘지 맞혀요. 그걸 방송으로 할까 해서. 어쩐지 가짜 같았습니다. 사진만 보고 어떻게 음식점 이름을 맞히는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왜 두 사람은 헤어졌는지. 현우가 ‘나’가 아닌 선배를 좋아하게 됐군요. 아니 그 선배는 ‘나’도 좋아했습니다. 그 선배는 누구나 다 좋아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선배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이것보다 다른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를 텐데. 지금 생각나는 건 이거군요. 현우를 만나고 ‘나’는 예전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쯤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도 해요. 그런 때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건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사람 사이에는 좋았던 때도 있고 안 좋았던 때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쓰다니.
예전에 한번 본 <마지막 이기성>은 지금도 이름과 자신을 생각하는 이기성(利己性) 두 가지가 생각나는군요. 일본 도쿄에서 공부할 때 이기성이 그곳에서 한국계인 가네다 유키코를 만나고 사귀다 헤어지는. 몇 해가 지나고 다시 도쿄에 가다니. 김금희도 마지막에 다시 만나는 이야기가 많다고 했는데, 다음 이야기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도 그렇군요. 이기성은 가네다 유키코가 아주 한국 사람이 아니어서 그렇게 헤어진 거 아닌가 싶습니다. 좋아한다고 했으면서.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에서도 ‘나(채은경)’는 여름 방학에 족보를 정리하는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기오성을 만나요. 어쩐지 두 사람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했는데, 조금 오해가 생기고 그 뒤로 끝나고 맙니다. 그런 것뿐 아니라 정치, 이라크, 산재를 당한 사촌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이야기. 이런 것도 나오더군요. 어쩌면 이건 큰 뜻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자기와 상관있는 일 그렇게 많지 않지요. 하지만 그런 건 아주 없는 일은 아니기도 하지요.
누군가의 사랑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괴의 탄생>에서 ‘나’는 자신을 많이 칭찬해준 교수가 무용과 대학원생과 함께 하려고 남편과 헤어진 걸 그리 좋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일하는 곳에는 뉴욕에 살다가 남편과 헤어지고 한국으로 돌아온 리애 씨도 있네요. 리애 씨는 남편과 헤어졌다고 했는데, ‘나’가 찾아보니 리애 씨 남편이 죽었다는 글이 나왔어요. 리애 씨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건지도. 그런 교수와 리애 씨는 뭔가 맞는 건지. 나중에 두 사람이 함께 가는 모습이 나오는 걸 보니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사는 게 맞다 틀렸다 말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교수님이 더 좋게 살기를 바랐을 테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은 별로다 해도 자신은 좋을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왜 소설 제목이 <기괴의 탄생>일지.
제주도가 나오는 소설 《복자에게》가 있었는데, 여기에도 그런 소설이 있군요. <깊이와 기울기>. 여기에서는 예술가가 제주도 섬에서 지내는 이야기예요. 여러 예술가가 ‘공가’라는 곳에서 지내더군요. 거기에서 해야 하는 예술보다 르망 차를 고치는 일을 더 열심히 한다고 할까. 그때도 여름이었네요. 그런 가운데 집단체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자기의 예술을 했습니다. ‘나’는 집단체가 언제 그런 걸 했을까 해요. 여기에도 스치듯 세월호가 나오는군요. 요즘은 예술가가 제주도에서 작품을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 그런 사람 있다고 한 듯합니다. 김금희가 제주도에 갔을 때 그런 사람을 봤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걸 이렇게 소설로 쓰다니. 소설가는 자신이 보고 듣고 겪는 걸 이야기로 쓰는군요.
잘 쓰지 못했지만, 스케치처럼 쓴 듯하네요. 스케치도 안 되려나. 제가 쓴 거 앞부분까지 보고 뭐야 이거, 할지도. <초아>는 사람 이름입니다. ‘나(김유은)’의 사촌. 앞에도 사촌 이야기 잠깐 나왔는데, 이번에 또 나왔네요. 초아는 지금 젊은이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좋은 대학에 갔지만, 일자리는 구하지 못하고 주식에 마음을 쓰는 듯하더군요. 그게 잘되면 좋겠지만, 안 되면 더 힘들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나’의 어머니와 이모는 부모 유산을 물려받지 못해 재개발 한다는 고향 땅을 사고 그거로나마 위안 받으려고 했어요. 그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실제 농사 짓지 않으니. 그래도 자기 땅, 아니 딸 이름으로 된 땅이니 아무것도 없지는 않겠지요. 그러기를 바랍니다. ‘나’의 어머니는 ‘나’한테 초아한테 마음을 쓰라고도 하더군요. 혼자 두면 더 안 좋아진다고. 사촌하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있을 텐데, 저는 그러지 못하는군요. ‘나’는 한때 초아하고 살기도 했지만, 다음에 연락할지.
누군가를 생각하고 다시 만나지만 그걸로 끝인 듯도 하네요. 모든 관계가 그렇지는 않겠지요. 아니 어쩌면 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연락이 끊겼던 친구 다시 만났지만, 오래 연락이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어떻게 살지. 잘 살았으면 합니다. 여기 나온 사람도 만났다 헤어진 사람이 잘 살기를 바랄 것 같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