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후연 1
민소영 지음 / 청어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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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귀들이란 죽었다 살아난 자로, 그 피에 귀의 독이 들어 찬 자다. 이자들은 안에 진액이 없어 산 사람들의 피와 진액을 마셔야 한다. 이것들이 피를 마시고 생살을 먹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들의 숨이 피로 들어가면 산 사람들은 절로 피와 진액이 마른다. 여귀는 사내 피를 탐하고 남귀는 처녀피를 탐한다 하더라.혈귀라고도 부르고,생귀라고도 부르지.만지면 돌처럼 차다고 하더라.'

 

이매와 인간이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는 김시습의 <금오신화>에서 짧지만 재밌게 읽을 수 있어 이매와 인간의 사랑이야기라고 하여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려 청한 책이다. 혈귀 혹은 생귀라 하는 이들은 차다고 한다. 서늘한 기운이 맴돌기도 하고 인간인듯 하면서도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자들이 인간세상에서 인간과 함께 살고 있는 그런 세상 이야기다. 귀와 인간이 살고 있고 때는 조선 중기인듯 하다. 그 시대 또한 귀세상처럼 인간이면서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그야말로 귀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역사와 함께 귀와 인간이 함께 어우려지고 그 사이 사랑이 움터 삼각관계가 벌어지는가 하면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복수심을 가지고 있다. 심장이 뛰고 있다는 말인지.

 

아버지가 돌아 가시고 그 뒤를 이어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어린 남동생도 죽었다. 그렇게 하여 눈치밥을 먹으며 숙부와 숙모 할머니와 살고 있는 우은, 그녀는 누가 보아도 병자처럼 하얗고 비실비실이다. 그런 그녀를 보고 숙모는 자기 자식들에게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하고는 양반과 상놈의 경계에서 기거를 하게 하였다. 하지만 노비와 같은 취급을 하며 부려 먹기 일쑤이지만 늘 비실비실 병자처럼 아프기도 하고 죽음의 그림자가 그녀 곁에서 그녀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 아버지가 가실 대에도 어머니가 가실 때에도 죽음을 그림자를 본 그녀에게 늘 검은 그림자가 보인다.무얼까? 화가 뭉크가 늘 두려움에 떨었다는 그 죽음의 그림자처럼 그녀를 감싸는 그림자와 함께 그녀는 어느 날 차디찬 몸을 가진 반여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살아 있으나 살아 있다 말 할 수 없는 귀다. 그리고 또 한사람 우은을 죽이려고 한 숙모의 계략을 알아채고 나갔다가 만난 명헌 그는 인간일까 귀일까.그에게 움트는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반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은,그들의 삼각관계는 어떻게 펼쳐질지.

 

서양에 드라큐라가 있다면 우리의 이야기 속에는 귀가 있다. 귀들 중에 그들을 지배자인 공후, 한양의 침을 잘 놓는 하랑이 있는가 하면 평양의 이채가 있고 우은을 살려 준 남반여가 있다. 그리고 그들을 죽이려 하는 또 다른 존재인 명헌,그들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져 서양의 드라큐라에 맞써듯 조선의 역사와 함께 귀와 인간의 삶이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인간세상인지 귀의 세상인지 정신이 없다. 인간인듯 하면서도 귀의 세상인듯 하고 귀의 세상인듯 하면서 분명 인간과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는 귀의 세상,그 또한 모두가 귀중한 인연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소중한 인연을,귀중한 인연을 놓치면 안 되는 거다.언제라도 맺어지지만 언제라도 끊어질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인연이다. 그때마다 소중한 것이 인연인 법이다.' 살아 생전에 얼마나 억울하면 다시 귀의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까. 드라큐라처럼 그들은 피를 나누어 귀의 세상에 살게 되기도 하고 죽게 되기도 하지만 명헌을 보면 그들도 인간처럼 복수심을 가지고 오로지 복수를 위하여 삶을 다 바치듯 한다.

 

생귀로 살아도 인간으로 살아도 시대가 인간을 인간 취급을 해주지 않았다면 오히려 귀로 살아 부유하게 살면서 영원한 삶을 누리는 것이 더 복된 삶이었을까 묻게 되는 소설이다. 아직 2권을 읽지 않아 감이 잡힐듯 하면서도 가물가물 하지만 우은의 가족을 몰살하려던 '숙모와 숙부'는 귀보다 못한 사람들이다. 서서히 죽어가게 비상을 먹이면서 하나 둘 피붙이를 죽게 만들고 모두를 차지하려던 사람들,그런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궁과 조정 또한 어지러운 혼란의 시대이다. 그런 시대에 귀와 인간이 혼돈의 세상에서 살아 가고 있다. 귀가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이 귀를 사랑하게 되는 그야말로 혼돈의 세상이다. 명헌과 반여 그리고 우은의 관계가 어떻게 펼쳐질지.' 혈귀에 대한 이야기는 전하는 것이 아니니.그 혈귀 중에서도 대장이 있지.당연하지.사람에게도 임금이 있고 짐승에게도 우두머리가 있는데. 그를 일컬어 공후라 한단다. 두려움을 일으키는 대장들이란 뜻인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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