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공부 - 치매 어머니와 시장터에서 느리게 살기
이동현 지음 / 필로소픽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보통 부모님이 연로하시고 치매와 그외 중병에 걸리면 요즘은 대부분 '요양병원'이나 그외 시설에 많이 가시게 한다.그리곤 시간을 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겨우 병원비나 대는 것이지 정말 긴 병에 효자 없다고 나 또한 아버지를 폐암으로 보내드리게 되었지만 아버지가 폐암이라는 소리를 듣고나니 덜컥 이제 아버지를 누가 맡아야 하나하는 생각부터 들게 되었다. 병원에라도 모시고 가게 된다면 아니면 병원에 입원을 하시게 된다면 그 뒷일을 누가 다 맡아서 할 것인가? 분명 혼자서는 하기 힘들다. 자식들이 있으니 모두 모여 상의를 해야했고 모두 모여 의견을 내지만 이유 없는 자식이 없다. 모두 이래저래서 안된다는 말뿐이지 선뜻 나서서 맡아서 자신이 모두 멍에를 짊어지겠다는 자식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가 할 수 있는 일을 나누어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서일까 그래도 보내 드리고 너무 많이 못한 일들이 사뭇쳐 아버지 생각을 하면 눈물이 앞서지만 그래도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동안 내가 함께 아버지 옆에서 수발을 들었던 그 귀한 시간들이 내 삶에 영양분처럼 날 지탱하게 해 준다. 그렇다고 홀로 계신 엄마를 좀더 챙겨 드리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인간의 마음이 간사하다 뒤돌아 서면 잊고 만다. 직접적인 내 일이 아니기에.

 

그런데 저자는 70중반에 치매가 온 어머니를 출퇴근 길에 함께 하면 극진히 봉양을 한다. 정말 부모님은 낳으실 제 괴로움을 다 잊은신듯 자식을 위해 허리가 휘도록 젊은 시절 열심히 두 손에 지문이 다 닳도록 하숙일을 하시며 그렇게 자식들을 키우셨다. 그런 어머니의 인생을 어쩌면 다시금 반추해 보는,어머니의 치매로 인해 자신이 어머니 인생을 통해 인생이란 것을 다시 배우고 있음을 더하지도 않고 빼지도 않고 모두 담아 놓은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백프로 모두를 담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지난날의 과거의 모든 것들,치매를 앓으시는 어머니가 잊어가고 있는 그 기억들은 아들인 장자는 다시금 불씨를 되살려내듯 하나하나 다시금 불씨를 집히고 있다. 우리 친정엄마고 그러지시만 다른 병은 걸려도 치매는 걸리지 말아야 한다며 엄마는 늘 말씀하신다. 시골동네에 엄마와 연세가 같으신 분이 치매에 걸리신 분이 계셨다. 날마다 동네가 떠들썩 하기도 하고 자식들은 어머니를 찾아 온통 동네를 휘젓고 다니기도 그 넓은 들로 찾아 다니기를 밥먹듯 하니 나중에는 어머니께 점점 험한 말도 하고 어머님이 알아 듣지도 못하는데 하지 말아야 말과 행동을 일쌈는 것을 보았다. 그 어머님 울집 밭에서도 늘 고추며 콩이며 한참 수확을 하려면 따가서 엄나도 나중에는 혼잣말로 속상하다고 하시면서도 가슴 한 켠에는 불쌍한지 '치매는 걸리지 말아야혀.' 하고 늘쌍 하셨다.

 

그렇게 치매는 자신 뿐만이 아니라 옆의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다른 병 또한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존재가치를 점점 잃어간다는 것은 정말 슬픈일인듯 하다. 그런데 저자는 부모님의 과거가 모두 저장되어 있고 할머니와 외할머니까지 함께 사시다 가셨던 북아현동의 저잣거리 집을 다시 수리를 하여 부모님과 함께 한다. 어머니의 치매가 좀더 깊어진 다음에는 아예 출퇴근도 함께 하고 그동안 부모님과 함께 하지 못한 연극을 보러 가기도 하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기도 하고 함께 여행을 하기도 한다. 어머님이 치매에 걸리고 좋은 것이 있다면 그가 운전을 하게 된 것이다. 어머님의 치매가 아니었다면 평생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것이란 말이 와 닿는다.그런 어떻게 보며 고지식하고 세상과 소통이 그리 많이 않았던 아들이 어머니의 치매로 인해 많은 돈을 들여 집도 수리하고 마당에 감나무며 매화나무며 대추나무도 심어 사계절을 느끼고 집안에 새로운 가구와 가전제품을 들여 놓는다. 어머니의 치매로 인한 변화였는데 무엇보다 큰 것은 차를 장만한 것이다. 운전도 못하면서 차를 장만하여 평생 여행한번 제대로 못하고 맛난것 한번 사드시지 못한 부모님과 함께 드라이브를 한다는,새로운 세상을 보여드린다는 마음으로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 큰 기쁨이 되지 않았을까.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중병에 걸리면 물론 요양기관에 맡기면 잘 알아서 돌봐드리겠지만 무엇보다 더 안정감을 갖고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것은 가족인듯 하다. 우리 부모님들도 병원에만 가시면 하시는 말씀이 '집에 가야지 여기에 못 있는다.밭에도 가봐야하고 수확도 해야 하고..' 늘 집걱정이셨다. 그렇다고 옆에 다른 사람을 시켜 돌봐드리라고 할수도 없는 처지, 그럴정도가 아니었기에 내가 시간을 내어 함께 했는데 그 시간이 없었다면 난 정말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평생 후회하며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병간호를 한다는 것은 '문병인'이 아니고 '간병인'이라면 누구나 힘들다. 문병인들은 알지 못하는 환자와 나누는 세세한 것들을 나 또한 알고 있었고 처음엔 서로 맞지 않는듯 하면서도 가족이기에 서로가 잘 통하고 금세 우린 어느 누구도 부러워하는 짝이 되어 아버지를 돌봐드렸다. 저자 또한 요양병원에 맡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아버지가 그 말씀을 한번 꺼냈지만 정말 본전도 찾지 못하고 아들에게 혼자고 마셨다. 남이 못하는 부분을 가족이기에 어머니이기에 더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그는 자신이 하는 모든 것들이 당연하다고 느꼈겠지만 남이 보는 시선에서는 또 그렇지가 않다.요즘은 모두 돈으로 해결하려는 세상이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면서 우린 자식에게 나중에 어떤 거울이 될지 생각도 못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그가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것은 어머니가 할머니와 외할머니를 모셨기 때문에 자신도 모셔야 된다고 당연하게 생각을 했는데 그 일로 그는 상을 받기도 한다. 안받겠다고 하지만 어머니가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받게 되는 효자상, 그 앞에서 해맑게 웃으시는 어머니가 평안한 모습이다.

 

'어머니를 찾아 가는 길은 나를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고 자신들을 돌보고 키웠지만 그것을 외면하고 살아오듯 부모님에게 못한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어머니의 치매로 인해 세상공부 인생공부를 하게 되는 그의 이야기는 진솔해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물론 극진히 봉양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점점 드문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우리 또한 나이를 먹을 것이고 인간의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고 우리도 그런 병에 걸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금 세상은 병이란 것이 나이를 따라 오는 것이 아니고 젊은 사람도 노인들이 걸리는 병에 걸리는 것이 보통의 일이 된 세상이다. 자신의 뿌리가 박힌 곳에서 어머니의 인생을 그리고 아버지의 인생을 함께 지켜가며 지천명이라는 나이에 비로소 어머니로 인해 세상을 다시 보는 인생 공부를 하는 그의 담담한 이야기가 우리가 잊고 있던 무언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당연한 것이 외면 당하는 세상,난 부모님을 모시지 않으면서 내 자식은 우리를 모셔주길 원한다면 그것이 생각처럼 될까. 본대로 배우고 익히게 되어 있는데 과연 자식에게 무엇을 보여주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치매환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평안하신 어머님의 얼굴이 좋다. 좀더 오래 아드님의 곁에서 평안하시고 아프시지 않고 오래사시길 바라며 많이 가져서 부자가 아니라 그는 어머니의 모든 것을 품고 있어서 부자로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