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이긴 날 문학동네 동시집 1
김은영 지음, 박형진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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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동시집을 읽다보면 정말 내게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 하면서 오래전 추억을 떠올려 보곤 한다. 그래서일까 숨겨 놓은 추억의 앨범의 들추는 것처럼 '동시집' 을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아니 동시집을 들고 있는 그 순간, 동심으로 돌아간 듯 하여 넘 맑고 깨끗해져서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지기도 한다. 너무 멀어진 듯한 그시절, 그리고 가끔씩 만나는 아픔이 묻어나는 글들이 아련하게 한다.


이 책은 '문학동네어린이' 동시집 19권 중에 첫 권이다. 제목의 '선생님을 이긴 날', 선생님을 어떻게 이겼을까 하고 살짝 먼저 읽어 보았는데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자꾸만 자신의 별명을 부르는 선생님을 한방(?) 먹였다고 할까..표현이 그렇지만 그런 의미의 시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자꾸만 자신의 이름을 놔두고 별명을 부르는 것이,그것도 무얼 잘해서 부르는 것이 아니라 못해서 자꾸만 별명으로 불리워 진다면 아이들이 좋아할까 싫어할까? '선생님을 이긴 날...내가 무얼 잘못하면/ 선생님은 내 이름 대신/ 별명을 부른다// 선생님이 부른까/ 아이들도 내 별명을 부른다// 오늘은 아침 자습 안 했다고/ 또 내 별명을 불렀다/ 순간 내 머릿속에서/ 시한폭탄이 터져 버렸다// 선생님/ 내 별명 부르지 마세요/ 차라리 종아리를 때려 주세요// 깜짝 놀라 벌게진 얼굴로/나를 노려보기만 하는 선생님// 떨렸지만/ 속이 후련했다// 얼마나 그동안 맺힌 것이 많았을까. 아이들이 많은 가운데 자신의 별명을 부르는 선생님께 한마디로 대드는 것인데 자신은 속이 후련하다고 느끼고 선생님을 이겼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생각나 씁쓸하면서도 웃음이 나온다.


작가는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자신 속에 있는 '어린이와 만나는 길' 이라고 했다. 자신 속에 있는 또 다른 나인 어린이,초등학교 선생님이라 더욱 아이들과 가깝고 친근하여 더욱 좋은 동시가 많을 듯 한데 때론 아이들의 입장에서 때론 자신의 추억이 담긴 이야기 일수도 있는 그러면서 우리 세대에겐 유년의 추억을 떠올려 보게 하는 시들이 가슴에 와 닿기도 했다. '고양이 발자국... 마루 위에/ 꽃이 걸어간 발자국// 비에 젖은 고양이가/ 구석에 웅크리고 있어요// 엄마 여길 좀 봐요/ 꽃무늬가 참 예뻐요// 엄마가 문을 여자/ 고양이가 훌러덩 달아났어요// 고양이 발자국을 보고는 '꽃무늬' 라고 했다. 어린이의 상상 속에서 피워 올릴 수 있는 동심이 그대로 보여진다. 그런가 하면 추억을 생각할 수 있는 동시도 있다. '그령... 나를 때린 명진이 오빠/ 발 걸려 넘어지라고/ 억센 풀잎끼리 묶어 놨는데/ 집에 다 와서 생각나네// 동부콩 따시던/ 우리 할머니/ 그 밭둑길로/ 소쿠리 머리에 이고 돌아오실 텐데// 술 드시면 딸꾹거리는/ 외딴집 명진이 오빠네 할아버지/ 그 밭둑길로/ 저녁때 우리 집에 놀러 오실 텐데// 그령,나 또한 시골에서 자라서 이런 일을 정말 많이 했다. 친구들과 논둑길로 학교를 오가며 풀과 풀을 묶어 놓고는 저만치서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넘어지나 안넘어지나 구경하곤 했다. 그것을 가끔 가끔 함정처럼 만들어 놓고 장난을 쳤던 추억이 새록새록.정말 그 길은 우리만 다니는 길이 아닌 농부아저씨들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지나 다니는 길이 었는데...


동시집을 읽다보니 그 옛날 추억들이 하나 둘 어제일처럼 생각나 날 행복하게 만든다.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너무 마음에 때가 끼었나 잊고 살고 있다. 올 가을에는 아이의 마음으로 추억도 생활도 삶도 움직여 봐야겠다.'꽃구경하다가' 라는 동시를 읽으며 학교에 가는 시간이 한시간여를 걸어 다니던 시절, 오며가며 친구네 집도 들르고 꽃도 구경하고 시냇물도 구경하고 산도 구경하고 곤충도 구경하고 정말 모든것들 담느라 한시간이 더 많은 시간으로 때론 친구네집 가정방문으로 이어지던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그 친구들 다 무엇하고 있는지.이쁜 동시 하나 곱게 써서 친구에게 보내볼까.이쁜 동시들이 가슴을 마구마구 헤집어 놓는다.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어 들어 오도록 '틈' 을 만들어 주었다.

<이미지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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