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의(靑衣)
비페이위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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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비페이위라는 작가를 처음으로 접했다. 국내에도 그의 작품은 처음인것 같은데 느낌은 괜찮았다. 이런 작품이 잘 알려지지 않고 숨겨져 있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이 작품에는 <청의> <추수이> <서사> 세 작품이 실려 있는데 다른듯 하면서도 20세기 많은 변화 속에서 물질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시기에 고통을 겪어야 했다는 것이다.
 
<청의> 경극 분월에서 '항아'라는 주인공 역할을 맡은 샤오엔추는 자신이 곧 항아인양 제일 적격이라고 믿는다. 다른 사람이 항아역을 하는 것을 보고는 틀렸다고 믿는 그녀, 리쉬에펀에게 뜨거운물을 끼얹고는 사고후 무대를 떠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이십여년을 보낸다. 그중에서 자신을 꼭 닮은 춘라이를 자신의 열정을 다 바쳐 가르친다. 그런 그녀에게 다시금 분월에서 항아역을 맡아 할 기회가 찾아 오지만 예전이 자신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는 것을 다이어트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이어트후 다시 젊어진것이 아닌 추함이 들어나자 자신이 아닌 제자에게 항아자리를 양보한다. 하지만 제자에게 양보하였던 자리가 자신의 자리라고 믿게 되고 다시 무대에 오르면서 자신감이 넘치는데 그녀는 뜻하지 않는 임심을 하여 유산을 하고 무대에 올라서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하혈을 하게 된다. 병원에 입원해 있게 된 동안 자신의 제자인 춘라이가 항아역을 맡게 되고 자신은 스스로 분장을 하고 극장밖에서 항아역을 처절하게 연기한다.
 
작가는 샤오엔추의 아픔을 노래했다고 하지만 나는 웬지 아픔보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한 이기주의가 빚어낸 자멸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처음부터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아름답게 물러서서 제자에게 자리를 양보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자신의 아이까지 잃어가면서 어거지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발버둥친 댓가가 무참히 무너진 여인인가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욕망이 얼마나 허망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하는 섬뜩함도 느꼈다.
 
<추수이>도 물질적으로 풍부한 집안의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훔치려는 순간에 물난리가 일어나 자신과 형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이 모두 죽었지만 그 참혹한 죽음보다도 물질에 더 탐욕을 부렸던 망나니 아들,기어이 아버지의 마지막 재산처럼 남겨진 서화들을 들고 집을 나가 기생집을 차리지만 자신의 욕심이 과해 죽음에 이르고 만다. <서사>라는 작품도 자신의 할머니가 일본인에게 당해 나은 아들인 자신의 아버지, 정체성을 찾던 아버지처럼 자신도 그 정체성을 찾아 헤매이는 자신. 세 작품에는 아픔이 진하게 묻어 있다.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자신의 욕망이 곧 파멸로 이르는 길인것을, 하지만 샤오엔추처럼 자신에게 닥친 행운을 잡고 싶어 안달하는 누구든 그러고 싶겠지만 과한 욕심은 자신을 파멸로 이른다는 것을 작가는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 같다.
'전 연습 같은 거 한 적 없어요. 그저 나 자신이 고스란히 항아였을 뿐이라구요.' ....<청의>중에서
'세상 만물에는 모두 자기만의 목숨이란 게 있지. 그 무엇도 그것에서 벗어날 수 는 없단다...<서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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