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엉겅퀴 1
박경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봄에 보랏빛 꽃이 피는 엉겅퀴 말이야.풀인데 어찌나 가시가 모진지 찔리기만 하면 며칠씩이나 손가락이 아려.그게 엉겅퀴야? 응. 그런데 말이야 그게 뚝 부러진 것을 봤을때 그때도 난 엉겅퀴라는 것이 밉고 싫었어.그 질기고 뻣뻣하게 말라버린 꼴이 말이야. 무슨 소릴해? 질기고 강한 건 싫단 그 말이지. 질기고 강하지 않음 낙오한다.
 
질기고 강한 엉겅퀴 어쩌면 희련의 이복 언니 희정은 엉겅퀴인지도 모르겠다.희련과 희정은 육이오때 부모님을 잃고 희정은 전쟁통에 숨어 있다가 날아온 파편에 맞아 오른팔이 없고 얼굴에 상처까지 있다.거기에 희련과는 나이차도 십년이 넘고 이복자매라 엉겅퀴에 달라 붙은 진드기처럼 그녀를 못살게 한다. 그들은 부모님이 남겨 주신 집에서 희련이 양장일을 하여 돈을 벌면 희정은 그 돈으로 계를 들었다.희련은 장기수라는 무명화가와 결혼을 하였지만 불감증같은 그녀의 단점때문에 결혼생활을 원만히 하지 못하고 이혼을 하여 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하지마 그녀는 여리디 여리면서도 불같은 성격을 소유하고 있다.
 
희련의 친구인 인애는 정양구라는 남편을 두고 있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정신병이 있었다.혈통이 정신병이 있어 그의 오빠인 강은식은 결혼을 하지 않고 일본에서 사업을 하며 혼자 지낸다.그들의 곁에는 인숙이라는 후배가 있는데 희련과 희정의 옆에서 흡혈귀처럼 그들의 돈과 모든것을 빨아 먹듯 하며 산다.그녀는 희정의 돈을 최일석과 연관을 지어 놓아 희련을 그의 정부로 넘기려 한다. 하지만 희련은 은애오빠인 강은식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어느날 백화점에 딸의 옷을 사러 갔던 은애는 남편이 젊은 아가씨 남미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집안 혈통이 그러하듯 정신병이 도지고 만다. 희련은 그녀의 남편인 정양구를 찾아가 그녀가 이상함을 말하고 그녀를 돌보게 하지만 그는 남미의 아파트에서 그녀와 함께 지낸다.그런 어느날 남미가 외국인 사장을 따라 바닷가에 놀러 간다고 하자 그와는 끝난것을 알고 아내에게 돌아오지만 아내는 이미 정신병이 발발해 있어 그녀의 오빠와 함께 그녀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갑사로 내려보낸다.
 
한편 희련과 이혼한 장기수는 그녀의 주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맴돈다. 그러면서도 재혼을 하기 위하여 저울질을 해 보지만 맘에 드는 여자가 없다.그런 그는 그가 놓친 희련이 강은식에게 가는 것도 못보아줄것 같아 훼방을 놓는다. 여린 감성을 가진 여자 희련은 장기수가 내두르는 칼날에 베이듯 상처를 입는데 인숙과 최일석 그리고 그녀의 정부인 김마담까지 그녀를 짖밟아 놓아 그녀는 미친 은애보다 더 미칠듯 그녀의 영혼은 흔들린다.
 
갑사로 병간을 떠났던 은애는 다행히 맑은 정신이 되어 돌아오지만 희련은 언니 희정이 계를 한것이 잘못되어 집까지 넘어가게 되었다.인숙이 쳐 놓은 그물에 걸리듯 최일석이 그녀의 집문서를 쥐게 된 것이다. 강은식과의 사랑도 이루어지지 않아 혼란스런 그녀에게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인 부모님의 유산인 집을 팔아야 하니 그녀는 자포자기하듯 한다.희정은 희련에게 날이 퍼렇게 선 칼처럼 덤벼들던 서슬이 풀리고 기가 죽어 지내고 집은 우여곡절끝에 그들의 양장점에 드나들던 이여사에게 넘기기로 한다.하지만 은식과의 깨진 사랑의 상처가 컸던 희련은 빚청산을 하고 남은 통장의 돈과 작은 아파트를 은애에게 맡기고는 죽고 만다.한편 정양구에게까지 버림받은 남미는 암에 걸려 그녀 또한 신변을 비관 자살하게 된다.
 
소설은 어찌보면 엉겅퀴처럼 질긴 사람들만 살아 남는다는 것처럼 연약한 영혼을 가진 희련이나 남미는 죽음으로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은애는 정신병자로 부유하는 여인들의 삶이 가슴 아프게 한다. 하지만 엉겅퀴에 달라 붙은 진딧물처럼 남을 악용하여 잘살아가고 있는 장기수와 인숙은 신혼여행을 가고 강은식 또한 사랑의 도피처럼 일본으로 떠나니 남겨진 자들이 져야 하는 짐의 무게는 얼마이기에 희련이 죽어야 할까...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 늪에 빠져 들어가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14p 이 문구처럼 이 소설은 읽으면 읽을수록 늪에 빠지는 기분이다.아니 희련이 늪에 빠져 가는 것 같아 구해내고 싶지만 그녀는 너무 세상 물정도 모르고 정신이 연약하여 상처입기에 딱 맞으니 어찌 해보지도 못하겠다.그런 그녀에게 독한면도 있어 김마당과 싸울때는 자신의 이를 스스로 부러뜨리는 악함도 보여주지만 그것은 어쩌면 늪에 빠진 자신의 삶을 더이상 헤어나지 못할것 같아 스스로를 죽이는것 같은 암시를 받았다.
 
'희련은 죽은 게 아니예요! 죽인 거예요. 한 사람이 그앨 죽였나요? 여러 사람이 덤벼들어서 죽였지.오빠도 살인자의 한 사람이에요.내가 내가 다시 보는가! 죄인들이야! 범죄자들이에요!'
"아무도 죽이진 않았어.살 수 없으니까 죽은 거요. 살 힘이 없어서 죽었지.그렇지.살아가려면 살아남으려면 죄인이 돼야 하는 거요. 강하다는 것은 남을 먹는 일이며....진실을 외면해야 하는 일이며 아니 죄의식을 갖지 말아야 하는 일인지도 몰라.'   -304p
 
'자동차는 꾸역꾸역 밀려가고 건물은 차츰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사람은 많아질 뿐이다. 약한 사람은 이 거대한 운행 속에서 함께 돌아갈 생각이면 제가 저지른 죄악을 쉬이 잊어야.그렇지 않으면 시곗바늘은 멎는다. 한번 멎으면 그 시간뿐만 아니라 시간마다 착오가 난다.앞 아 한대가 멎으면 수백 수천의 차량이 멎어야 하는 것처럼.오늘은 그런 시대다.잊어야지.죽은 사람도 잊고 자기 죄도 잊어야지.'    - 305p
 
질기고 강한,살아남으려면 죄인이 되듯 질긴 사람들은 상처를 입어도 살아 남지만 나비처럼 날개를 퍼득여야 순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여린 삶은 날개짓을 멈추면 죽고 만다. 퍼득퍼득 안간힘을 쓰며 악인들 속에서 살아 남으려 날개짓을 하던 희련은 악인들에게 날개를 짖밟혀 퍼득일 날개마져 잃었기에 죽어간것 같다. 작가의 작품은 여인들의 삶의 그려나간 소설들이 주를 이룬다. 악과 선 중에서 악이 살아 남은 것은 육이오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질긴 엉겅퀴같은 생명력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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