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스타벅스
마이클 게이츠 길 지음, 이수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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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과 회식이 많은 나에게 커피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묘약이다. 많게는 8잔, 아무리 적어도 하루에 2잔씩은 꼭 마시는 커피에 관심이 안 생길 수가 없다. 커피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언젠가 스타벅스 같은 커피샵에서 한번쯤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종종 휴일 아르바이트는 못하나 기웃거렸던 기억이 있다. 그러던 와중 스타벅스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니, 안 읽어볼수가 없었다. 

세계적 광고회사에서 일하던 마이클은 해고 통보를 받고 창업을 시도했다 망하고, 심지어 그의 가족마저 그의 잘못으로 조각나게 된다. 무엇보다 일을 못하고, 아버지 노릇을 못한다는 것에 괴로워했던 그는 우연히 들른 스타벅스에서 28살 흑인 여성으로부터 스타벅스에서 일하지 않겠냐는 말을 듣고, 이를 냉큼 승낙한다. 항상 서비스를 받던 입장에서 서비스를 하던 입장으로 순식간에 바뀌게 된 그는 길고 긴 출근시간을 감내하고, 상상도 못하던 화장실 청소, 쓰레기 버리기 등의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사람을 대해야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배우고 바뀌어간다. 

저자는 스타벅스에서 지내는 동안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흥미진진하게 써내려간다. 그가 60살까지 경험해왔던 화려한 삶과 스타벅스에서의 삶은 
서로 대조를 이루면서 그의 변화를 좀더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사실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것이 내가 상상하는 것처럼 낭만적일 것이라곤 생각 안했다. 실제로 마이클이 하는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하지만 실제 업무를 떼어 생각하니, 스타벅스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고,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떤 곳이든 잘 안 맞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읽으면서 종종 스타벅스라는 직장에 대해 너무 칭찬 일색이 아닌가 싶었지만, 인생을 바꾼 곳인만큼 저자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고, 굳이 그곳이 스타벅스란 것에 얽매이지 않고 읽어내려간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직장으로 느껴졌다. 

사실, 최근 무언가에 끌려다니듯 살고 있어서 뭐랄까 여유... 자신만의 페이스를 되찾고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중얼거리는 마이클에 모습이 좋아 책은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그 후 몇일이 지났지만, 난 여전히 뭔가에 끌려다니듯 정신없이 살고 있다. 잠시 멈추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숨 좀 돌려도 될텐데...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소박하게 써내려갔기 때문일까- 흐뭇한 미소를 띄고 있는 마이클이 그려진 표지처럼 무척 따뜻하고 힘이 되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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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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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체포되었다. 퀴즈쇼에서 우승한 대가로!”

슬럼독 밀리어네어. 제목 그대로 빈민가의 소년이 백만장자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모두 인생 역전을 노립니다. 말로는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좀 더 쉽고, 좀 더 편한 길을 찾습니다. 끊임없이 로또 상금이 불어나고, 공익광고에서 도박이나 경마에 대한 경고 메세지가 끊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물론 퀴즈쇼의 우승을 로또나 도박과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겠지요. 퀴즈쇼에는 운과 동시에 실력이 있어야하니깐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그렇게 운칠기삼의 인생 역전을 보여줍니다.

2009년 오스카 8관왕, 골든 글로브 4관왕에 빛나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원작인 이 작품은 영화 못지 않게, 아니 영화보다 반짝거립니다. 소설은 앞에서도 말했듯 인생 역전을 이루어낸 퀴즈쇼의 우승자 람 모하마드 토머스가 체포당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아무리 법, 규정 등이 뒤죽박죽인 인도라지만, 퀴즈쇼의 우승자를 체포하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그들의 생각도 이해가 갑니다. 일자무식의 가난뱅이 웨이터가 10억 루피나 되는 퀴즈쇼의 상금을 타가다니 누구나 의심해볼법합니다. 괜히 배도 아파오겠죠. 그리고 그런 우리들을 설득하기 위해 그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13문제나 되는 퀴즈를 어떻게 맞출 수 있었는지, 그의 삶이 어떻게 이 퀴즈쇼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진행되어왔는지. 절묘하지만 있을 법한 그의 이야기에 결국 경찰도, 우리도 두손을 들게 됩니다.

람 모하마드 토머스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책 못지 않게 흥미진진합니다. 이 세상에는 사람 수 만큼의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그 많은 이야기 중 톱을 차지할 만합니다. 그래서 책으로도, 영화로도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거겠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듯 모를듯 했던 인도란 나라의 모습을 다양하게 담아냅니다. 엄격한 신분제도, 부패한 관료들, 빈민가의 아픔, 헐리웃도 못 이긴다는 영화산업. 파란만장한 주인공의 인생처럼 배경 역시 지루하지 않게 바뀌어 나갑니다.  

작가는 퀴즈쇼에 필요한 것은 고급두뇌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체득하는 지혜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그 모든 지혜는 내가 찾아내고, 기회를 만들어나가는 것 역시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얽히고 설킨 삶 속에서도 토머스가 퀴즈를 풀어내는 자리에 온 것은 결국 그의 선택과 태도 때문이 아닐까요.

생소한 나라의 작가가 풀어놓은 자기 나라와 자기 나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 기발하고 멋집니다. 무엇보다 단순한 재미만이 아니라 정말 가슴으로부터 칭찬하고픈 무언가가 이 책에는 있습니다. 한참을 정신없이 내달려 오면 마음 한구석부터 벅차오르는 무언가를 분명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3월,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합니다. 2009년 최고의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책과 영화를 비교해보는 쏠쏠한 재미 놓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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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세상에 지지 마 - 공부밖에 몰랐던 선배가 세상에 나가 부딪히고 깨지며 터득한 사회생활 생존 매뉴얼
신예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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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기에 저는 조금 늦은 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년생도 아니고, 20대 초반은 더더욱 아닙니다. 오히려 어정쩡하게 저자가 그리는 모습을 찾아가는 중간 과정정도 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생활을 헷갈리고, 지난 나의 생활을 평가받고 인정받고 싶은 생각에서인지, 이 책에 손을 뻗게 되었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우리는 그 때 그걸 알았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도, 사랑도, 가족도... 항상 잃고난 후에 혹은 생채기가 난 후에야 그런 사실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인지, 조금이나마 그런 안타까움을 줄이고자 함인지, 많은 책들과 멘토들이 종횡무진 활약을 합니다. 자신이 남겼던 아쉬움들을 정리해서 내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스무살, 세상에 지지마' 역시 그러한 책 중 한권입니다. 

학교에서 공부만 하다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해도 너무 달라지는 생활에 오히려 당황스러워하고, 그토록 잘 쌓아왔던 경력과 인상이 무너지기 일쑤입니다. 아니 어떻게 겨우겨우 그러한 모습을 유지해나간다고 해도 본인이 지치기 쉽습니다. 조금쯤 사회생활을 해본 친구들에게 이 책은 그러한 어려움들을 잘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일을 대할 때의 자세, 사회생활에 있어서 외모란 어떤 것인지, 제대로 연애하는 법-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저자는 본인이 느끼고 배운 것들을 전달해줍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은 재미도 있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에 의한 특수한 상황도 흥미롭고, 일반적으로 겪을 수 있는 경험담에서는 공감도 할 수 있습니다. 

요즘들어 이런류의 책이 참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20대가 예전의 10대만큼 혼란스럽고 질풍노도의 시기란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에서 사회로 나오는 변화는 항상 어렵고, 두려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부딪히고 깨지는 과정-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더 많이 챙겨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추천합니다. 20대 여러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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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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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전하는 건 어떤 것일까?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사랑이 있고, 또 그런 사랑을 이어가면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아마 사랑을 전하는 가장 간단하고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말'이겠죠. 사랑을 전달하려는 수많은 말들이 세상에 맴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시다 슈이치는 우리에게 이런 '말'로 전달하지 못하는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순페이와 귀가 들리지 않는 교쿄는 근처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 끌려 연인이 됩니다. 온갖 소리를 들으면서 지내온 순페이에게 교쿄는 참 다른 사람입니다. 뒤에서 싸움이 벌어져도 모르고, 사랑하는 사람이 집에 들어와도 어깨를 두들겨야 놀라며 알아챕니다. 사실, 이런 류의 사랑은 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서로에 대한 호기심에 끌려 사랑을 시작하고 결국 서로의 다른 점으로 인해 상처받고 지쳐서 사랑을 끝내게 될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읽어 내려간 순페이와 교쿄의 사랑은 참 좋았습니다.

순페이가 귀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교쿄를 더 사랑했는지 아니면 그와 상관없이 교쿄를 매우 사랑했고, 그녀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그의 마음이 안타까웠는지... 어느쪽이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전자라고 생각했었는데 갈수록 후자가 아닐까란 생각도 해봅니다.

이 책에서는 들을 수 없는 연인의 모습으로 현대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문제와 현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 현실 속에서는 모두 잘 들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말들이 허공을 맴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을 해서 확실해지는 것도, 아니면 오히려 불확실해지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늘 그렇듯이 말이 전부는 아닙니다. 하지만 가장 직설적으로 내 마음을,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지난 '악인'으로 절 매료시키고, '여자는 두번 떠난다'에서 절 실망시켰던 요시다 슈이치의 이번 작품은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악인'의 묵직함은 없었지만, 봄이 슬슬 오려는 이 시점 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올 봄 많은 연인들이 행복하게 서로에게 사랑을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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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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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최고의 소설. 연말에 출간되어 그야말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문학 열풍을 몰고 온 주역, 엄마를 부탁해를 읽어보시죠~ 라고 권하는 건 그야말로 뒷북일 수 있습니다. 벌써 몇주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08년 10월에 출간되었으면서 '09년 읽을만한 소설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식상하다 말하면서도 이 책을 다시 한 번 권하는 건, 딱 한가지 이유, 참 좋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읽고 펑펑 울지도, 엄마 아빠에게 전화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코끝이 약간 찡해왔지만, 꾹 넘겨버렸습니다. 이렇듯 굳이 모든 사람 감정 끝에 있을 법한 엄마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참 좋습니다.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 라고 이 책은 시작합니다. 자식들을 만나러, 아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두 내외가 서울에 올라왔다 아빠는 엄마를 놓쳐버립니다. 처음에는 내가, 우리들이 엄마 아빠를 찾아갔는데, 발길이 뜸하고, 바쁜 우리를 위하여 언제부턴가 엄마 아빠가 우리를 만나러 왔습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아빠 생일과 얼마 차이가 안 나는 엄마의 생일은 아빠 생일에 묻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런 엄마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그렇듯이, 잃어버린 순간, 엄마의 존재는 더 크고,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책은 총 4장 그리고 에필로그로 이루어집니다. 처음에는 딸, 큰아들, 아버지·남편, 어머니·아내 그리고 다시 딸이 끝을 맺습니다. 그런데, 시점이 좀 독특합니다. 첫장부터 분명 내가 이야기하는데 '너'라고 합니다. 어색하게 다가옵니다. 그 서먹함이 이야기에 거리를 두게 만듭니다.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딸, 큰아들, 아빠 그리고 엄마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분명 거리가 있다고 느꼈는데, 어느덧, 내가 너가 되고 너가 내가 됩니다. 딸과 큰 아들은 내 모습이기도 하고, 아빠와 엄마의 모습은 바로 내 아빠와 엄마의 모습과 겹쳐집니다. 뒤에서 나를 위해 마냥 희생하고, 자신을 죽이기 때문이 아니라, 엄마의 모습과 삶이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졌기에 일종의 충격을 받으면서도 자꾸 겹쳐서 생각하고 느끼게 됩니다.   

 

신경숙 작가는 눈물 찔찔 짜게할 뻔하고 진부한 소재인 엄마를 이토록 세련되게 그려내었습니다. 마음 한구석 어쩔수 없는 서걱거림과 함께 누구도 생각못한 쿨함을 곁들여 우리에게 엄마를 내놓았습니다. 그녀가 원하던 바로 '엄마이기 전에 한 여자'인 엄마를 만들어내는데 멋지게 성공했습니다. 함부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부디 이 책을 읽고 덮는 당신에게 아직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살며시 손 잡을 수 있는 엄마가 옆에 있길 바랍니다. 아니, 적어도 당신이 보고 싶고, 알고 싶은 모습만 보던 당신의 '누군가'가 조금쯤 다르게 보이길, 그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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