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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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최고의 소설. 연말에 출간되어 그야말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문학 열풍을 몰고 온 주역, 엄마를 부탁해를 읽어보시죠~ 라고 권하는 건 그야말로 뒷북일 수 있습니다. 벌써 몇주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08년 10월에 출간되었으면서 '09년 읽을만한 소설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식상하다 말하면서도 이 책을 다시 한 번 권하는 건, 딱 한가지 이유, 참 좋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읽고 펑펑 울지도, 엄마 아빠에게 전화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코끝이 약간 찡해왔지만, 꾹 넘겨버렸습니다. 이렇듯 굳이 모든 사람 감정 끝에 있을 법한 엄마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참 좋습니다.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 라고 이 책은 시작합니다. 자식들을 만나러, 아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두 내외가 서울에 올라왔다 아빠는 엄마를 놓쳐버립니다. 처음에는 내가, 우리들이 엄마 아빠를 찾아갔는데, 발길이 뜸하고, 바쁜 우리를 위하여 언제부턴가 엄마 아빠가 우리를 만나러 왔습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아빠 생일과 얼마 차이가 안 나는 엄마의 생일은 아빠 생일에 묻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런 엄마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그렇듯이, 잃어버린 순간, 엄마의 존재는 더 크고,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책은 총 4장 그리고 에필로그로 이루어집니다. 처음에는 딸, 큰아들, 아버지·남편, 어머니·아내 그리고 다시 딸이 끝을 맺습니다. 그런데, 시점이 좀 독특합니다. 첫장부터 분명 내가 이야기하는데 '너'라고 합니다. 어색하게 다가옵니다. 그 서먹함이 이야기에 거리를 두게 만듭니다.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딸, 큰아들, 아빠 그리고 엄마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분명 거리가 있다고 느꼈는데, 어느덧, 내가 너가 되고 너가 내가 됩니다. 딸과 큰 아들은 내 모습이기도 하고, 아빠와 엄마의 모습은 바로 내 아빠와 엄마의 모습과 겹쳐집니다. 뒤에서 나를 위해 마냥 희생하고, 자신을 죽이기 때문이 아니라, 엄마의 모습과 삶이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졌기에 일종의 충격을 받으면서도 자꾸 겹쳐서 생각하고 느끼게 됩니다.   

 

신경숙 작가는 눈물 찔찔 짜게할 뻔하고 진부한 소재인 엄마를 이토록 세련되게 그려내었습니다. 마음 한구석 어쩔수 없는 서걱거림과 함께 누구도 생각못한 쿨함을 곁들여 우리에게 엄마를 내놓았습니다. 그녀가 원하던 바로 '엄마이기 전에 한 여자'인 엄마를 만들어내는데 멋지게 성공했습니다. 함부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부디 이 책을 읽고 덮는 당신에게 아직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살며시 손 잡을 수 있는 엄마가 옆에 있길 바랍니다. 아니, 적어도 당신이 보고 싶고, 알고 싶은 모습만 보던 당신의 '누군가'가 조금쯤 다르게 보이길, 그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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