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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나는 체포되었다. 퀴즈쇼에서 우승한 대가로!”
슬럼독 밀리어네어. 제목 그대로 빈민가의 소년이 백만장자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모두 인생 역전을 노립니다. 말로는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좀 더 쉽고, 좀 더 편한 길을 찾습니다. 끊임없이 로또 상금이 불어나고, 공익광고에서 도박이나 경마에 대한 경고 메세지가 끊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물론 퀴즈쇼의 우승을 로또나 도박과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겠지요. 퀴즈쇼에는 운과 동시에 실력이 있어야하니깐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그렇게 운칠기삼의 인생 역전을 보여줍니다.
2009년 오스카 8관왕, 골든 글로브 4관왕에 빛나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원작인 이 작품은 영화 못지 않게, 아니 영화보다 반짝거립니다. 소설은 앞에서도 말했듯 인생 역전을 이루어낸 퀴즈쇼의 우승자 람 모하마드 토머스가 체포당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아무리 법, 규정 등이 뒤죽박죽인 인도라지만, 퀴즈쇼의 우승자를 체포하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그들의 생각도 이해가 갑니다. 일자무식의 가난뱅이 웨이터가 10억 루피나 되는 퀴즈쇼의 상금을 타가다니 누구나 의심해볼법합니다. 괜히 배도 아파오겠죠. 그리고 그런 우리들을 설득하기 위해 그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13문제나 되는 퀴즈를 어떻게 맞출 수 있었는지, 그의 삶이 어떻게 이 퀴즈쇼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진행되어왔는지. 절묘하지만 있을 법한 그의 이야기에 결국 경찰도, 우리도 두손을 들게 됩니다.
람 모하마드 토머스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책 못지 않게 흥미진진합니다. 이 세상에는 사람 수 만큼의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그 많은 이야기 중 톱을 차지할 만합니다. 그래서 책으로도, 영화로도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거겠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듯 모를듯 했던 인도란 나라의 모습을 다양하게 담아냅니다. 엄격한 신분제도, 부패한 관료들, 빈민가의 아픔, 헐리웃도 못 이긴다는 영화산업. 파란만장한 주인공의 인생처럼 배경 역시 지루하지 않게 바뀌어 나갑니다.
작가는 퀴즈쇼에 필요한 것은 고급두뇌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체득하는 지혜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그 모든 지혜는 내가 찾아내고, 기회를 만들어나가는 것 역시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얽히고 설킨 삶 속에서도 토머스가 퀴즈를 풀어내는 자리에 온 것은 결국 그의 선택과 태도 때문이 아닐까요.
생소한 나라의 작가가 풀어놓은 자기 나라와 자기 나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 기발하고 멋집니다. 무엇보다 단순한 재미만이 아니라 정말 가슴으로부터 칭찬하고픈 무언가가 이 책에는 있습니다. 한참을 정신없이 내달려 오면 마음 한구석부터 벅차오르는 무언가를 분명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3월,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합니다. 2009년 최고의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책과 영화를 비교해보는 쏠쏠한 재미 놓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