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를 리뷰해주세요
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
누주드 무함마드 알리.델핀 미누이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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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0살 이혼녀라.  제목으로 느껴지는 사건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인 사실. 이 세상은 넓고 세상 곳곳에서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10살 이혼녀라니. 실제 그녀는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린 이혼녀일 것이라 이야기된다. 사실 나에게 예멘은 그렇게 생소한 나라가 아니다. 아니, 이제 우리나라 많은 이들에게 예멘은 그리 생소한 도시가 아닐 것이다. 최근 여러 테러사건이 있었고, 한국인 중에서도 희생자가 있었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나라에서 벌어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을 이 책은 다루고 있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딸은 물건처럼 남에게 팔려 간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예멘까지 갈 필요도 없이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벌어지던 일이었다. 물론 현대사회에서는 아마 파렴치한 가족으로 신문에 날 것이다. 하지만, 예멘에서는 다르다. 대통령이 있지만 각 부족의 장이 의사결정을 하고 여자들은 얼굴을 드러낼 자유조차 없으면, 아버지의, 가족의 소유물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어린 누이를 떠나보낸지 얼마 안되어 누주드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자신보다 나이가 세배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게 된것이다. 고작 많아야 10살인 나이에. 다 클 때까지 안전한 성장을 보장했던 것과 달리 누주드는 폭행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바꾸기로 결심하고 이혼을 감행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법정이다. 누주드가 법정에 들어서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현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고, 아이의 이야기이기에, 읽기가 아주 편한 책은 아니었다. 아이의 일기를 읽는 느낌이었다. 솔직하지만, 직설적이었다. 누주드가 처한 현실은 끔찍했다. 나라면 어땠을까. 그 어린 나이에... 미쳐버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또 현실에 적응해서 그저 그렇게, 괴로움을 참으며 평생을 살아갔을까.  

 

그런 면에 있어서 누주드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러한 압박과 현실에서, 가족을 거스르고, 자신을 믿는 그녀의 모습은 어린 나이임에도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웠다. 그리고 읽는 내내 그렇게 대단하고 철든 그녀가 마냥 안타까웠다. 그녀가 앞으로 다른 아이와 똑같이 교육을 받고 자라난다고 하더라도 세상을 보는 그녀의 시각은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의 끔찍한 경험과 승리가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모두 어린 그녀에게 달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을 덮고 생각한다. 그녀에게는 분명 약이 될거라고. 마지막으로 그녀가 꿈꾸는 멋진 변호사가 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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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초 살인 사건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생각해보면 온다리쿠님의 책은 참 이상하다. 첫 작품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워낙 인상 깊었는지 (사실 그 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녀의 작품을 볼 때마다 욕심이 나는데, 막상, 또 사거나 얻게 되면 잘 읽지 않게 되고 왠지 보기만 해도 만족스러운 그런 책들이 많은 것 같다. 정말 독특한 정신 세계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서인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나지 않는 한 섣불리 그녀의 책은 시작하지 않게 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작고 얇았던 이 책은 보다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색감이 그리 밝지 않은 표지임에도 무섭다는 느낌보다는 좀 더 코믹스럽다는 생각마저 들정도였다. 책에 담겨진 14가지 이야기는 적절한 추리소설이기도 하고, SF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짧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녀의 특기이자 분위기라 불리는 노스탤지어가 물씬 풍기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읽으면서 좀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지만, 짧아도 온다리쿠 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수정의 밤, 비취의 아침]과 [그대와 밤과 음악과]는 복잡하지 않지만 추리소설의 긴장감을 물씬 풍겼고, [그 뒷이야기]와 [외로운 성]은 잔혹동화를 읽는듯한 즐거움을 주었다. 마지막 작품인 [아침 햇살처럼 상쾌하게]는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집중력이 떨어져서일까... 종종 온다 리쿠의 책을 접했을 때 느꼈던 뜨뜻미지근함이 느껴지는 이야기었다. 

단편은 장편보다 더 많은 여운과 아쉬움을 남긴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좀 더 탄탄하게 구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느껴지는 이야기들도 있다. 이 책의 14편 이야기가 모두 좋았다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겠지만, 온다리쿠의 매력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정말 몇몇 주옥같은 글이 실려있음에는 틀림없다. 초여름 본격적인 여름 독서를 시작하기 전 가볍게 애피타이저로 즐겨보면 좋을 법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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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프 : 불만족의 심리학
존 네이시 지음, 강미경 옮김 / 예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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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을 느끼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을까? 도대체 '적당함'은 어느정도인걸까?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별로 가진 것도 없고, 경제적인 면으로는 분명 행복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더 만족하고, 행복해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분명히 전자에 속하는 쪽이다. 제대로 취직도 했고, 주위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열심히 살고 있다. 남들이 들으면 정말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불안해하고 현 상황에 그리 만족해하지 못하며 난 살고 있는 듯 싶었다. 학교 다닐때에도 무언가를 더 하지 못해 안달이었고, 열심히 일하면서도 무언가 부족하다고, 공부를 더 하고, 야근도 더 해야한다면 아둥바둥하고 있다. 나도, 주위 사람들도 이해 못해서 답답한 그런 불만족스러움.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이 궁금했다.

이 책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한번쯤 느껴봤을 법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었다. 인터넷의 활성화로 내가 사는 곳 뿐만이 아닌 전세계의 정보가 흘러 들어옴으로 느끼게 되는 정보 중독, 분명 배가 불렀음에도 더 먹고 싶다는 생각에 결국 소화불량과 비만으로 치달아가는 폭식, 그리고 무엇보다 삶의 질을 파괴하는 일중독. 사실 이 책의 목차를 처음 훑어봤을 때 나에게 해당되는 사항은 폭식과 일중독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책을 차근 차근 읽어가면서 그 둘 뿐만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야근을 싫어한다고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다고 하면서도 일이 없으면 괜히 불안해 하던 내 모습과 쇼핑을 나가서도 너무 많은 선택권 때문에 결국 무엇하나 선택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돌아오던 내 모습 역시 선택의 고문의 결과였다. 열심히 읽고, 쓰고 적절하게 정보를 활용할 줄 안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은 그냥 그런 정보들에 둘러쌓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현대인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렇듯, 그 누구도,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행복, 만족감을 느끼기는 어려운 듯 싶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 현대사회에서 인지하기 힘든 마음의 문제들을 깨닫게 한다. 나와 상관없다고 믿었던 증상들이 사실 알고보면 너무 많은 것을 누리면서 허덕이는 나의 마음의 병을 경고하는 증상들이었다. 적당한 욕심은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긍정적인 경쟁은 사람을 발전시킨다. 하지만 옛말에도 있듯이 모든 건 과유불급. 넘치는 건 모자람만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적당하게 욕심부리고, 적당히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인생이 알고보면 넘치는 욕심과 부족한 노력으로 점철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덮고난 후에도 난 여전히 무엇이든 풍족한 이 세상 속에서 '적당함'을 안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단번에 바꾸긴 어렵겠지만, 이 세상에 나를 맞춰 나가지 않고, 이 세상을 나에게 맞춰가는 연습을 시작해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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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어 - 개정판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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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두 사람은 정말 조용한 커플이지.”
“네가 너무 말이 많은 거야! 신인 개그맨처럼 시시껄렁한 얘기를 재잘재잘.”
“그렇지만, 침묵이 이어지면 목이 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난 네가 얘기하기 시작하면 그런 느낌이 드는데.”
- 그린피스 中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그의 작품에 대한 평은 대부분 좋았고, 나 역시 읽었던 '악인' 같은 작품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의외로 그의 대표작을 많이 읽지 못해서인지, 일부 몇몇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들도 분명히 있었다. 안타깝게도 '열대어' 역시 그러한 작품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만약 이 소설이 책 띠지에 굳이 연애소설이라고 말하지만 않았더라도, 이러한 실망감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갖고 있는 요시다 슈이치의 이미지는 '젊음, 청춘, 감수성' 이러한 것들인데, 내가 너무 '서늘한' 이라는 앞의 단어를 무시했던 걸까... '열대어'는 내가 상상하던 책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들을 꺼내 놓았다.  

이 책에는 '열대어', '그린피스' 그리고 '돌풍'이라는 세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열대어는 목수일을 하며 애인과 그녀의 딸 그리고 동생 미쓰오와 같이 사는 다이스케의 이야기이다. 해외 여행을 가자고 하고, 아무 일도 안하는 동생을 거둬주면서도 다이스케와 그들은 계속 어긋난다. 그리고 그린피스의 연인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 돌풍에서도 닛타와 주인집 아내와의 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쭉 어긋나는 관계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미숙하다. 아니, 못 되었다. 그 나이까지... 한 역할을 하는 사회인이 되어서까지 그모양이라면 그들은 못 된것이다.  

내가 예상했던 이야기들은 좀 더 애절하고, 안타까운 연애 이야기였던 것 같다. 서늘하면서도, 좀 더 따뜻한 무언가가 밑바닥에 깔려 있길 바랬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대어의 이야기들은 그저 제멋대로이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우리 모두 한번쯤 겪었을 법한... 경중의 차이가 있겠지만 누군가에게 행했거나, 당했을 법한 일들. 그런 관계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사실 이 책을 다 읽고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것을 모두 캐치하지 못한 듯 싶었는데, 옮긴이의 말을 읽고 나서야 좀 더 이야기들에 대한 이해가 생겨나지 않았나 싶었다. 특히 '돌풍'의 경우에는 이야기의 내용을 잘 못잡아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분명 각각의 이야기가 충분히 훌륭했다고 막연하게 느낌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에 100% 공감하지 못하는 건 불행한 일인듯 싶다. 어긋나는 사람들의 관계와 소통. 열대어 역시 나에게 그런 소통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말이죠, 누가 기다려주는 게 질색이에요. 애인과 만나기로 했는데 일 때문에 늦어질 때가 있지 않습니까? 삼십 분쯤 지나버려서 이제는 없겠지 생각하고 가보면 거기에 그냥 있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뭐랄까, 소름이 끼친다니까요. 원래 같으면 감격해야 할 텐데 아무리 좋아하는 여자라도 소름이 끼쳐버리거든요.”
- 돌풍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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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박찬욱 외 지음 / 그책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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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칸에서 쾌거를 이룩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 영화로 만나보기 전에 소설을 먼저 만나볼 기회를 얻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주워 듣기도 하고 기사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다. 박찬욱 감독의 기존 영화들이 썩 즐거운 기분을 안겨주지 않았기에 애초에 극장에서 보는 건 포기하고, 혹여나 나중에 DVD를 보게 되었을 때,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책을 펼쳐 들었다. 

남을 위한 삶을 살아가던 신부 상현은 수혈 받은 피가 잘못 되어 흡혈귀가 되고, 그의 친구 강우의 아내 태주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렸을 적 수양딸로 들어가 시어머니와 남편의 말도 안되는 시중을 들으며 살아가는 여자 태주. 상현과 태주는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 사랑은 그들에게도 그리고 그 주위 사람들에게도 치명적이었다. 

2시간 남짓한 영화보다 책은 조금 더 둘의 감정과 그 둘을 둘러싼 상황을 세심하게 설명해주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으면서, 영상으로 이 책의 내용을 봤을 때 얼마나 충격적일지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어떤 설명으로도 그들의 삐뚤어진 욕망과 사랑이 이해되지 않았다.
물론, 감독의 상상력과 표현력에 있어서는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한다. 하지만, 내가 그의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항상 직접적인 공포라기보다는 스멀스멀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절망의 공포였다. 그리고 이 책 역시 마찬가지 였다. 

질퍽거리면서도 매혹적인 태주의 유혹이, 거칠면서도 소심한 상현의 사랑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주변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찬욱 감독은 늘 그렇듯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어떻게 보면 벗어날 수 없는 사랑에 빠져버린 인간 (인간이라 표현하기에는 적절하지 않게 느껴지지만.) 이라고, 그들의 사랑에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야 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욕망에 저버린 그들의 모습은 처절하게만 느껴진다. 이렇듯 그들의 사랑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난 아마 [박쥐] DVD가 나온다면 망설임없이 손에 집어 들리라. 그들의 질퍽거리는 운명이 너무도 매혹적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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