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프 : 불만족의 심리학
존 네이시 지음, 강미경 옮김 / 예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만족을 느끼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을까? 도대체 '적당함'은 어느정도인걸까?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별로 가진 것도 없고, 경제적인 면으로는 분명 행복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더 만족하고, 행복해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분명히 전자에 속하는 쪽이다. 제대로 취직도 했고, 주위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열심히 살고 있다. 남들이 들으면 정말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불안해하고 현 상황에 그리 만족해하지 못하며 난 살고 있는 듯 싶었다. 학교 다닐때에도 무언가를 더 하지 못해 안달이었고, 열심히 일하면서도 무언가 부족하다고, 공부를 더 하고, 야근도 더 해야한다면 아둥바둥하고 있다. 나도, 주위 사람들도 이해 못해서 답답한 그런 불만족스러움.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이 궁금했다.

이 책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한번쯤 느껴봤을 법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었다. 인터넷의 활성화로 내가 사는 곳 뿐만이 아닌 전세계의 정보가 흘러 들어옴으로 느끼게 되는 정보 중독, 분명 배가 불렀음에도 더 먹고 싶다는 생각에 결국 소화불량과 비만으로 치달아가는 폭식, 그리고 무엇보다 삶의 질을 파괴하는 일중독. 사실 이 책의 목차를 처음 훑어봤을 때 나에게 해당되는 사항은 폭식과 일중독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책을 차근 차근 읽어가면서 그 둘 뿐만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야근을 싫어한다고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다고 하면서도 일이 없으면 괜히 불안해 하던 내 모습과 쇼핑을 나가서도 너무 많은 선택권 때문에 결국 무엇하나 선택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돌아오던 내 모습 역시 선택의 고문의 결과였다. 열심히 읽고, 쓰고 적절하게 정보를 활용할 줄 안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은 그냥 그런 정보들에 둘러쌓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현대인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렇듯, 그 누구도,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행복, 만족감을 느끼기는 어려운 듯 싶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 현대사회에서 인지하기 힘든 마음의 문제들을 깨닫게 한다. 나와 상관없다고 믿었던 증상들이 사실 알고보면 너무 많은 것을 누리면서 허덕이는 나의 마음의 병을 경고하는 증상들이었다. 적당한 욕심은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긍정적인 경쟁은 사람을 발전시킨다. 하지만 옛말에도 있듯이 모든 건 과유불급. 넘치는 건 모자람만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적당하게 욕심부리고, 적당히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인생이 알고보면 넘치는 욕심과 부족한 노력으로 점철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덮고난 후에도 난 여전히 무엇이든 풍족한 이 세상 속에서 '적당함'을 안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단번에 바꾸긴 어렵겠지만, 이 세상에 나를 맞춰 나가지 않고, 이 세상을 나에게 맞춰가는 연습을 시작해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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