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의 발칙한 지식인을 만나다 - 왕을 꾸짖은 반골 선비들
정구선 지음 / 애플북스 / 2009년 2월
평점 :
조선의 발칙한 지식인을 만나다 (정구선 지음)
부제 : 왕을 꾸짖은 반골선비들
전하, 도대체 지금껏 무엇을 하셨나이까?
처사, 은일. 이런 말들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초야에 묻혀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스스로 학문과 기량을 닦는 일에 정진하는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밝힌 처사들은 관직에 욕심이 없다. 관직에 몸담아 제대로 뜻도 펴지 못하고 파벌 싸움으로 허송세월하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목숨을 걸고 왕께 직언한다. 상소를 올린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처사이다.
조선시대에 왕들은 이런 처사들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 책속의 왕들은 절대군주의 모습보다는 신하들의 눈치를 보는 졸장부의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대장부의 면모를 갖은 왕은 어땠을까? 세종이나 정조 임금을 보면 인재기용을 잘 했던 것 같다. 즉 처사들이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도록 했으며 그런 잔소리를 몸에 좋은 약처럼 받아 들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속에는 16명의 처사들이 소개된다. 이 중 몇몇은 형제이거나 친척 또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인 사람들도 있다. 콩심은 데 콩나고 팥심은 데 팥난다고 처사 곁에 처사있고 처사 밑에 처사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속에 거명된 사람들을 헤아린다면 16명의 몇 배는 될 것 같다. 이들의 제자와 이들의 동문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직을 제수하지 않은 순수한 처사는 이들이 대표적이라고 할만하다.
이 책의 저자는 대체로 처사들을 평하거나 처사들의 면모를 통해 현 세태를 평하지 않는다. 그저 처사들을 소개하고 처사들이 남긴 직언들을 이야기 한다. 독자들이 알아서 느끼고 배우기를 바라는 것 같다.
잠시 16분의 이름을 밝혀 보려한다. 성수침, 조식, 서경덕, 성운, 육조구비인, 이지함, 성혼, 민순, 최영경, 장현광, 윤선거, 권시, 김창흡, 민우수, 김원행, 송명흠.
이중 들어본 이름이 얼마나 되는가? 나는 딱 3분의 이름을 들어보았다. 조식, 서경덕, 이지함 이렇게 말이다. 조선시대 선비의 첫째이자 마지막 덕목은 입신양명이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 또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가치기준이 많이 실용에 중점을 둔다. 16분의 처사들은 입신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양명이란 면에서는 많이 부족하다. 그들은 양명을 포기한 것 같다. 그 대신 제자들을 키우면서 양명을 대신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그들은 진정한 스승의 모습을 보인다. 훈장이 아닌 가치판단의 기준을 세워준 진정한 선생님으로 역할을 준행한다. 처사들은 암기식 학습인 과거시험 공부를 거부했다. 실제 합격한 분들도 많지만 소과시험 정도에서 그만둔 분들도 많다. 내 판단에는 단순 암기로 지식의 양만 자랑하고 자신의 생각이 여물지 못하는 것에 제동을 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책만 정신없이 읽어서 머리에 기억에 둔다면 과연 그것이 자기의 생각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사들은 정통학파의 어디에도 속하지를 못한다. 그러니 학파니 파벌이니 하는데서도 당연히 멀어지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크게 배운 것은 옳다고 믿는 일에 의지를 굽히지 않는 처사들의 결연한 태도이다. 그러한 태도가 세상의 시스템을 변화⋅발전시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