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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기타노 다케시 지음, 이영미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9월
평점 :
아날로그
내가 좋아하는 일본 배우 "기타노 다케시"의 소설이다.
분명 첫 작품은 아닐 것이다.
그가 영화감독이고, 과거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임을 증명하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다만 세련된 느낌은 없어, 역시 "기타노 다케시"란 느낌이 든다.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이 일본의 소설을 볼 때 당황스러운 것은
역시나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다.
우리나라는 김철수란 주인공을 철수, 김군, 김씨, 김가라고 다르게 칭해도
크게 헷갈리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 이름은 영어식 이름과도 유사하게
초반 도입부를 상당량 지나야 감이 생기고 익숙해 진다.
이 책의 주인공인 "미즈시마 사토루"를 예로 들면,
초반에 사토루란 이름이 한 참 나오는 중에 누군가가 "미즈시마"라며 부른다.
미즈시마는 누굴까 하며 당황하게 된다. 뭐 이런 식으로 주인공의 친구들을 거쳐
주인공의 여자친구까지 진도가 나가게 된다. 이제 주인공이 잘가는 단골집 주인,
주인의 딸, 종업원을 거친 후에는 직장 동료들을 쭈욱 파악해야 된다.
때에 따라서는 장소도 이해력을 요구한다. 이 책의 도쿄를 예로 들면,
번화가인 긴자부터 신주쿠 등등 다양한 지명들이 등장한다.
이런 것들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 이 책이 재미가 없어질 수 있다.
역시나 이런 면에서 <아날로그>는 아직까지는 일본 내수용 소설이라 생각된다.
주인공의 연령을 30대로 설정하였는데, 작가의 나이가 60대이니 감성은
어쩔 수 없이 60대의 느낌을 주게 되는 것 같다. 제목이 그런 설정을 표현하는 것 같다.
일본의 만담을 풍자하는 몇몇 장면은 정말 일본의 30대들이 이럴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야한 농담은 그래도 30대의 모습을 그런 대로 잘 묘사한 것 같다.
저자의 재치와 유머도 곳곳에 숨어 있다. 대머리를 풍자하는 부분이 몇군데 나오는데,
피식 거리며 웃음짓게 만든다.
핵심은 저자가 선택한 <아날로그>라는 단어와 글의 전개라 생각된다.
인테리어와 건축 전문가인 주인공은 컴퓨터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직장 동료들이 핀잔을 주어도 여전히 자와 칼, 본드, 색지, 스티로폼 등을 사용하여 모형을 만든다.
하지만, 실력이 탁월하여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고객 또한 금새 이해시킨다.
그런 주인공이 우연히 매주 목요일마다 "미유키"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전화번호를 서로 주고 받지도 않았지만, 매주 그렇게 잘 만난다.
일때문에 한주가 늦어지기도 하고, 2주나 3주가 늦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날부터 서로 만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딱 1년이 지나, 재회한다.
왜 1년간 만날 수 없었는지 알게 되면서 그들은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