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 - 과학과 종교를 유혹한 심신 의학의 문화사
앤 해링턴 지음, 조윤경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 (앤 해링턴, 조윤경 옮김)

원제 : A History of Mind-Body Medicine (심신 의학의 문화사)




친구가 이혼을 했다. 같이 작은 회사를 차려 일하는 나로서는 좀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늘 점심은 간단히 패스트푸드를 먹던 내가 오후에 소주를 마시게 되었다. 밥이라기 보다는 안주를 곁들여서. 거의 보름동안 이러고 있다. 도대체 일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겨우 밤에 잠을 줄여서 해 내는 수 밖에 없다. 친구가 맡은 부분은 다른 친구에게 부탁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나와 친구는 각자의 길을 같다. 겨우 얼마전에 친구를 만났다. 이제는 좀 밝아진 것 같고 의욕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그 사이 살이 엄청나게 많이 빠진 것 같았다. 나이도 많이 들어보이고.




이 책속에서 스트레스를 수치로 표현한 부분이 나온다. 여러 스트레스 요인 중 1위가 ‘배우자의 죽음’이고 2위가 ‘이혼’이다. 내 친구는 즉 엄청난 스트레스를 술과 잠으로 버텼다. 이후에 모든 미련을 버리고 일에 매진하여 현재의 날씬(?)한 모습을 갖게 되었다. 그에 비해 친구의 아내는 현재 재혼하여 아주 잘(들은 이야기다. 확인할 방법은 없다.) 살고 있다.




왜 동일 사건에 처한 2명의 상황은 이렇게 다른 것일까? 이 책 속에 그런 것들에 대한 과학적이고 역사적인 이야기들이 상세히 설명된다. 국내 번역 출간된 『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는 일종의 건강서적이나 자기계발서 같은 냄새를 풍긴다. 하지만 원작은 엄연히 역사란 뜻의 History 로 표현되어 사회학 서적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




책을 들어보면 무겁다. 책 값만큼이나 책장수도 만만치 않다. 430 페이지의 분량이다.(다행인 것은 참고문헌이 100페이지나 된다. 그냥 연구보고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무슨 동기나 목적이 있지 않고서야 이 두꺼운 책을 쭈욱 읽어버리기에는 여유가 없다. ^^; 그래도 내 경우에는 동기가 있어 참 열심히 읽게 되었다. 내 주위에 병든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내 처지 때문인지 이 책 제목에 아픈 사람들을 위한 대안책이 있을 것 같았다. 회복이 쉽지 않은 환자들에게 뭔가 도움을 줄 것 같았다.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을 만든다』 로 제목이 달리 보인 것이다.




책 속에는 퇴마의식에서부터 플라시보 효과까지 다양한 과학적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모두 마음과 관련된 것이다. 의식과 정신이라고 이해해도 되겠다. 과거 과학을 선도한 미국은 사람의 육체와 영혼을 구분하여 영혼의 무게를 재는 경우도 있었다. 7그램이니 21그램이니 죽기 직전의 사람 무게와 죽은 후의 무게를 비교하는 식의 결과이다. 돌아가신 분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런 과학 행위로 유가족에게는 몇 푼의 돈이 돌아갔을 것이다. --;




책의 요지는 그런 일련의 마음과 관련한 과학과 종교적인 사건들을 나열하고 설명하면서 결과인 『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는 것을 밝힌다. 이 책은 과학사 교수가 집필했기에 자기계발서의 결론처럼 “정신력”등을 논하지는 않는다. 마음과 관련한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독자 각자가 나름대로 깨닫기를 원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가치 기준과 사고방식이 있다. 언제부터 결정된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그런 것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고 있다. 조금 비약한다면 병든 몸도 내 마음이 만든 결과이다. 그 동안 힘들게 열심히 살아서 잠시 쉬기 위해 감기가 걸렸을 수 있다. 감기가 걸려도 그냥 일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독감이 걸릴 수도 있다. 주변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충분히 쉬어주어야 한다. 우리안에 양심만이 정확히 내 몸에 일어나는 변화들의 원인을 알지 모른다. 그만큼 우리 자신 또한 우리 마음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이 “왜 내가 좋아?”라고 물으면 모범 답은 “그냥”이다. 그 또한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구질구질하게 설명하다가는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어 넌 우리 엄마를 닮았어. 난 그래서 좋아”라고 대답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책 속에는 A 유형의 사람이 소개된다. 성격이 급하고 매사 완벽하길 원하는 부류의 사람이다.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지만 병이 들기도 좋은 특징을 갖는다. 현대인들은 대체로 이런 유형이 많다. 내 주변의 사람들도 이런 유형이 많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부터 내 마음의 거울을 좀더 자주 열심히 들여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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