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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웨이 - 세계는 지금 새로운 리더를 요구한다
달라이 라마, 라우렌드 판 덴 마위젠베르흐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평점 :
리더스웨이 (달라이라마 공저)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가 경제와 경영, 리더십에 대해서 조언을 한다. 그의 전공은 불교이다. 그는 오랜 기간 불교 교리를 연구했고 마음수련에도 탁월한 조예가 있다. 그런 그가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인 마위젠베르흐(본명, 라우렌스 판 덴 마위젠베르흐)와 10년간 나눈 문답을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경영 컨설턴트와 종교 지도자 간의 대화. 그것도 10년간이라고 하니 그 내용이 얼마나 깊이가 있을지 궁금하고 반갑다.
달라이라마 스스로 밝히듯이 그는 불교 교리에 입각하여 물질과 세상을 보았기 때문에 자본주의 보다는 사회주의(공산주의로도 볼 수 있음)에 더 많이 공감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쓰고 10년간 마위젠베르흐와의 문답을 통해 자유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이 책의 시작과 끝에는 한결 같은 불교 교리가 등장한다. 《바른 눈과 바른 일》. 윤리 교과서에서 등장하던 정견(正見)과 정업(正業)이다. 올바로 보고 올바로 행하라. 사물과 현상의 이면을 보려 노력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라. 달라이라마는 다음과 같은 말로 정견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모욕이나 무시를 당하면 괴롭다 ↔ 칭찬을 받으면 마음이 들뜬다
⋅실패를 경험하면 우울해진다 ↔ 성공을 경험하면 행복해진다
⋅가난해지면 낙심한다 ↔ 부를 얻으면 기뻐한다
⋅인정받지 못하면 화가 난다 ↔ 명성을 얻으면 즐겁다
각각의 현상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느끼는 감정과 상황들이다. 하지만 달라이라마는 부정적인 면을 벗고 긍정적인 면을 보라는 식의 단순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경우에 무엇이 옳다가 아니라 그런 상황이 일어난 속 사정, 진실, 원인을 생각해 보라고 말씀한다. 왜 칭찬을 하는 것일까? 그저 듣기 좋으라고? 아니면 나의 어떤 면이 칭찬 받을 만 한 걸까? 등등으로 의문을 갖고 원인을 이해하고 그 이해로 결과를 보라고 말씀한다. 이런 마음자세가 리더에게 특히 필요한 요소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불교 교리에 입각하여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들에 대해서 달라이라마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뒤를 이어 마위젠베르흐가 실제 시장경제와 기업현실의 예로 설명을 구체화한다. 성공한 기업들의 리더가 갖춘 덕목들이 달라이라마의 설명과 부합된다는 설명이 부가된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리더십은 장기적인 목표에 부합된다. 다소 이상적인 면이 있지만 실제로 최근 올바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는 리더십이다. 단순히 이윤만을 목적으로 노력하는 그런 기업의 리더십이 아니다. 철저히 공동의 목표로 합의된 리더십이며 함께 나누는 공생의 리더십이다. 위에서 밑으로 내려가는 상명하달의 리더십 또한 아니다. 직원들의 행복추구권을 인정하는 밑바탕이 튼튼한 리더십이다.
이러한 리더십이 실현된 몇몇 기업들의 예도 나오는데 인도의 풍력 터빈 개발사인 탄티가 그렇다. 작은 섬유회사로 시작한 탄티는 잦은 정전으로 수입이 형편없었다. 그래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풍력 터빈을 도입했고 이런 시도가 다른 영세 기업들에게 효과적일 것이란 판단에 섬유회사를 접고 풍력 터빈 기업으로 다시 시작한다. 회사는 다국적 기업의 면모를 갖고 있다. 발전소 설계는 네덜란드가 맡고, 터빈 제조는 M&A한 독일 업체가 한다. 강철 작업과 설치는 인도에서 직접한다. 사업 또한 환경 비즈니스라서 여러모로 일거양득이다. 빈곤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던 인도에 새로운 바람이 불게 한 성공 모델이 탄티이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 또한 하층민의 자립을 위해 발벗고 나선 기업이다. 이렇듯 사회와 기업의 이익이 서로 부합되는 일들은 모두 올바른 리더십이 갖춰짐으로 가능한 것이다.
바르게 보고 바르게 행동하자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처럼 올바른 리더십의 기본 원칙을 철저히 준행할 필요를 이 책을 통해 확실히 느끼고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