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신쥬쿠. 일본 동경 정확히 중심부 왼편에 있는 그곳. 그곳 어디쯤 있는 공원에서 주인공 슌페이와 교코는 처음으로 만났다.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왜냐면 그녀는 청각장애인이다. 처음 만났을 때 서로간 이야기도 없었고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하지도 않았다. 다만 느낌이 좋았고 각자의 마음 속에 또 다시 만난다면 하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집중하면 주변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나도 느껴 본 적이 있다. 아내를 처음 만나서 한참 데이트를 하던 그 때가 그랬고, 철없이 누군가를 좋아해서 약속하고 만났던 그 시절에도 그랬다.




이 소설은 매우 차분하다. 일본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역시나 같은 것 같다. 일상에서 뭔가 잔잔한 여운을 주는 그런 식의 이야기 들이다. 뭔가 특별하지 않다. 그런 중에 뭔가 유기적으로 결합되고 연결된 느낌을 준다.




일본 연애 소설을 많이 본 적은 없다. 겨우 읽어본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이 전부이다. 하루키는 대체로 직설적이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은 전혀 그런 면이 없다. 또한 시간의 흐름도 그리 빠르지 않다. 천천히 관계가 유지되고 서로의 관심이 전달되고 주말에 서로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주중에는 각자 자신들의 생활을 살아간다. 함께 살고 싶다고 이야기 할 때 자유연애가 익숙한 일본 문화와 달리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지도 않는다. 머뭇거리고 기다려달라고 하고 기다리고 때론 지치고 때론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런 모습이다. 너무도 평범하고 사실적이다. 마치 외로운 도시 동경의 가장 사건사고가 많은 신쥬쿠에 내가 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조용히 공원에서 책을 읽다가 마주친 꽤 느낌이 좋은 한 사람. 그 사람을 만나고 사랑해 보고픈 그런 느낌을 주는 이야기이다.




늘 똑같은 일상에 실증을 내고 짜증을 부려본다. 하지만 정작 소설속의 이야기에 뭔가 모를 동경심이 생긴다. 차분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관계의 발전을 상상해 본다.




어느 나라나 남녀간에는 사고의 차이와 표현의 차이, 행동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상대가 청각장애자라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는 것 같다. 남자는 사랑을 갈구한다. 여자는 그런 남자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낀다. 남자는 자기에 대한 모든 것들을 알려준다. 심지어 부모님 집에도 계획없이 데려간다. 그리고는 자기만족에 뭔가 다 된듯한 착각을 한다. 하지만 여자는 더욱 이질감을 느낀다. 자신에 대해서 정작 알려준 것이 별로 없다. 남자가 자신에 대해서 많이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게 생각된다. 돌연 여자는 연락을 끊는다. 남자도 그제서야 그녀가 어디에 사는지 주소가 어딘지 몰랐다는 사실에 놀란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지쳐간다. 어떻게는 다시 만나고 싶다. 대답없는 전화기에 연신 문자를 보낸다. 청각장애인에게 전화를 걸 수는 없다. 걸어서 뭐라고 할까?




하지만, 나라면 걸었을 것 같다. 고요와 침묵 속에 무언가 소통되던 두 사이에 그런 시도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다시금 만날 약속을 정하고 찾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일본 드라마 한편이 마무리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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