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Zeppelin - Led Zeppelin IV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 노래 / 워너뮤직(WEA) / 1992년 6월
평점 :
품절


"최고 밴드의 최고 앨범"이라 주문처럼 되뇌에게 만든.. 그것!이 이것이다.

레드제플린과 하드락의 역사 양쪽에, 분명 하나의 성취라고 하겠다.

첫 곡  'Black Dog'에는 하나의 신화가 따른다. 이야기는 이렇다. 멤버들의 연주가 이어지고 끊어질 때(물론 처음 시작할때도 그렇겠지만), 그 공백을 지나 다시 연주로 이어지는 타이밍, 그 순간이 마치 보이지 않는 작용처럼 유효적절하게 멤버들의 호흡이 일치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신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존 본 햄이 스틱으로 아주 작게 신호를 보냈다는 게 정설이다. 다만 감상할 때 우리 귀에는 그것이 잡히지 않았던 게다. 이 곡은 곡명에 담긴 색깔만큼이나, 제플린에 짙게 묻어 있는 곡이기도 하다.

'Rock and Roll'은 아마 가장 시달림?을 많이 받았을 곡이다. 락음악하면서 이 곡을 카피 안해본 밴드가 몇이나 될까? 제플린의 입구에 놓일 만한 대표곡이다.  'The Battle of Evermore'은 꽤 이색적인데, 신화적인 색채가 농후한 (심오한) 가사는  다른 곡들과 분명 차별성을 가진다. 점점 상승하는 보컬이 가사와 어우러져 거대한 무언가를 상징적으로 울리는 듯 하다. ' Misty Mountain Hop' 원시적인 흥겨움까지 불러일으키는 묘한 리듬을 가졌다. 특히 중간 중간 자연스럽게 내뱉는 보컬이 묘한 긴장 속에서 색다른 '자유'를 느끼게 한다. 이어지는 곡도 예사롭지 않다. 'Four Sticks'도 앞곡과 함께 주술성이 느껴지는데, 몽롱하게 무언가가 점차 접근하는듯이 드럼 연주가 가깝게 들리는 곡이다.

'Going to California'는 어쿠스틱한 진행이 어느 지점에서 신경질적인 보컬로 이어지는데, 보컬의 기교가 돋보인다. 그리고 이 앨범의 마지막은 거대한 범람같이 ' When the Levee Breaks'가 멤버 전원의 탁월함을 품은 채 놓여 있다. 특히 곡이 제한된 (그러나 거대한) 공간안에서 뒤로 갈수록 순환하듯 '맴돌이'를 일으키는듯한 (체감) 효과는 정말 경험하기 어려운 일품의 맛이다.

락에서 느낄 수 있는 최대치의 미학이 담긴 'Stairway to Heaven'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30년이 넘게 이 음악의 계단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귀를 갖다 댔을까?  하늘, 천국, 이 지상 너머 -그 곳에 닿기를 꿈꾸는 건 어리석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젠 레드제플린이 락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영역, 영토위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가?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란 곡이 여기에 있지만, 우리는 천국을 경험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앨범은 가장 탁월한 '제플린으로 가는 계단'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즉시 '레드제플린'을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 사전: 이론과 비평 한나래 시네마 12
수잔 헤이워드 / 한나래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사전'의 형식을 갖추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사전류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저자는 이 책에 어느 정도 (개인적) '의도'를 심고 있는데, 평이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이고 미지근한 설명에 구애받지 않고, 대신  좀 더 '능동적인 영화와의 조우'를 가능케 하는 영화에 대한 '것'들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어디에 치우치거나 침소붕대하는 제스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이 영화에 대한 비판적인 읽기를 독려하면서, 편견까지 부추키지는 않는 '균형 감각'이라 할 것이다.

각 용어의 설명도 그 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용어와의 연계성, 그리고 다른 지식에 대한 관심을 유발한다. 그것은 저자인 '수잔 헤이워드'가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는 수준 위에서 뭔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적당한 레벨은 갖춘 거라 짐작되는 부분이다.

영화에 끌려가듯이 시간 때우기로 활용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이 책은 몇번 들추다 말 것이 뻔하다. 가끔 '지독한 감상'도 마다하지 않는, 훌륭하지만 지루한 영화도 견뎌내고 스스로 대견해 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나중에 악몽이 되지 않게 이 책이 몇개의 해몽 역할은 해줄 거 같다.

번역이 약간 불안한 곳이 가끔 보이지만, 매끄러움과 섬세함의 차이 정도이므로, 읽기에 지장은 없어 보인다. 이렇게 영화에 대한 용어를 (개념적으로) 철학, 정신분석학 등이 스며들게 하면서 '이데올로기' 를 의식하게 만드는 책은 따로 만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책은 작은 가치를 지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ed Zeppelin - Physical Graffiti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 노래 / 워너뮤직(WEA) / 1993년 11월
평점 :
품절


1975년 제플린 멤버들이 직접 세운, 스완 송(Swan Song) 레이블을 통해 나온 [Physical Graffiti]는 그들 최초의 더블 앨범이다.

'2' 장에 나눠 담긴 풍부한 곡들은 다양한 대비를 갖고 있다. 첫 번째장의 곡들이 볼록한 돌출적인 힘이 느껴진다면, 두 번째장에는 오목하니 어떤 유유자적한 흐름을 담아내는 듯 하다.

첫곡 'Custard Pie'는 약간 불투명한 음색의 보컬과 일정한 높낮이로 흥겨운 입체감을 주는 드럼 연주가 독특한데, 귀족적인 느낌마저 나는 곡이다. 이어서 나오는 'The Rover'를 듣노라면, 안에서 뭔가 알록달록한 먼지가 일어날것만 같다. 특히 이 곡에서도 보컬이 선명함 보다는 약간 비틀어진 맛이 나는데, 반항적이면서도 섹시하게 들린다. 5번 곡 'Trampled Under Foot' 는 부담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데, 특히 결정적인 부분에서 쨍그랑 하듯 들리는 보컬과 연주가 짧지만 인상적이다.

이국적인(인도풍) 먼 풍경을 안으로 따라 들어가는 카메라의 시선처럼 신비한 인트로를 가진 'In The Light'는 두 번째장의 첫곡에 올려져 있다. 여러 겹의 보컬이 이 음악의 두터움과 중층성을 더욱 일깨워주는데, 어떤 공간에 여진을 계속 남기는 느리지만 무거운 파동을 가진 곡이다. 이어지는 곡은 상큼하면서도 목가적인 분위기로 전환을 독려하는 'Bron-Yr-Aur'가 보컬 없이 차분하고 짧게 울린다. 'Down By The Seaside'는 한없이 늘어지는듯한 너무도 가볍고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그러다 너무 밑으로 쳐지지 않게 뒤에 약간의 흥겨운 반전이 있다.  'Ten Years Gone'은 쉽게 지나치기 쉽지만, 독특한 세련미를 갖춘 곡이다. 느릿 느릿 하면서 약간의 템포 변화로 감칠맛을 준다. 'The Wanton Song'에서는 속도감이 붙는데, 'Trampled Under Foot'과 약간 흡사하다. 그리고 'Boogie With Stu'는 '락 엔 롤'의 부기 버전으로 봐도 좋을 듯 싶다. 일상적인 짤막한 대화로 특이하게 시작하는 'Black Country Woman'은 또 한번 로버트 플랜트의 기묘한 보컬의 세계를 맛보게 만든다. 우는 듯 마는 듯한 그 적절한 톤은 비애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 앨범에는 이렇게 다양한 빛깔을 가진 좋은 곡들이 가득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두 갈래의 도드라진 양각을 새긴) 두 곡은 첫 장에 실린 3번과 6번 트랙의 'In My Time Of Dying' 'Kashmir'이다.  다른 어떤 밴드들도 쳐다보지 못할 하나의 영역을 나타내는 곡이기도 하다. 그들만이 생산해낼 수 있는 '음향의 멋진 유랑'이 광야로 향하는 듯 하다. 세세한 곡 설명이 오히려 스스로를 작아지게 만들 거 같다.

 

이 더블앨범에서 '2'로 나뉨, 그 곡들의 배치는  마치 거친 모래를 가진 땅과 부드러운 모래를 가진 촉촉한 해안가를 연상케 한다.  제플린의 겉으로 발산하는 힘과 내면으로 스스로 유유자적하는 풍류. 그 안과 겉이 이 앨범에 남김없이 새겨져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몽상가들 - 완전 무삭제판, 태원 5월 할인행사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마이클 피트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감독이 누군지 모르고 봤다가 나중에야 알았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Bernardo Bertolucci), 이 감독의 이름이 이 영화하고는 어울릴듯 하면서 어울리지가 않는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그에게 '거미의 계략(La Strategia Del Ragno'70)'이니 '순응자(Il Conformista'71)'의 이글거림이나, 혹은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의 느린 파격,  대작 '마지막 황제'에서 보여준 3시간이 넘는 길이 안에 두터운 시공간을 가두는 노련한 솜씨 등을  바라는 건 괜히 노인(감독)에게 부담을 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물론 어느 정도 징후는 있었다. 리브 타일러가 나온 '미녀 훔치기(Stealing Beauty'96)' 같은 영화에서도 제한된 공간(마을)에서 흔히 말하는 '무거운 주제 의식'은 괄호 쳐지고, 그냥 여인의 행적을 따라 가는-미녀 감상만으로도 가능한 영화가 있었으니 말이다(물론 이 영화가 가볍고 이해하기 쉬운 영화라는건 아니다).

이 영화 '몽상가들'을 보고 기억에 남은 건. 매력적인 젊은 여배우(Eva Green)의 발견이고, 그 여자의 카메라 밖으로 미끄러지지 않는 하나의 온전한 나체였다.  그것이 도발적인 이유는 우리의 시선을 능동적으로 그 여자의 알몸을 위에서 아래로 훑듯이 나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여자의 알몸이 우리를 응시하듯 드러난다는 데 있다. 영화 안에서도 그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결국 그 여자에게 순응해가듯, 관객의 눈도 똑바로 그 여자를 즐길 수는 없을 것이다. 약간 비켜나간 점에서 '쳐다보기'그 떨림과 긴장감이 이 여자의 나체를 에로티시즘과 다른 느낌으로 우리를 유도하는지도 모른다.

프랑스 68 학생 운동의 줄기가 이 영화에 담겨 있고(굵은 줄기는 아니다), 그것에 동떨어지지 않는 세 명의 모습들이 있지만, 서로 직접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은 몽상가들이기 때문이다. 몽상은 그것이 아무리 거창하고 요란해도, 자신을 파국으로 삼을 지언정, 밖으로 당장 전이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창 밖에서 무리들의 행진이 있고, 소음이 들려도 이 협소한 집 안에 가득한 '몽상의 공기'는 그들 세 명이 뿜어낸 것이고, 또 순전히 그들만의 것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비록 무거운 것들을 다룬다고 해도, 그 방법은 무겁지 않다. 의식 있는 대화나 토론, 마치 영퀴 같은 장난, 박물관에서 줄행랑 등 생각해 볼거리 보다는 시각적인 처리로 관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즉 안전하고 불편하지 않게 젊은 남녀의 싱싱한 (약간 위험해 보이는) '지적 유기체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재능 있는 신예 감독의 데뷔작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베르톨루치라니? 이 감독이 혹시 회춘한 것이 아닐까? 영화 안에도 몽상가들이 있지만, 그들을 만들어내고 가볍게 즐기고 싶은 또 하나의 몽상가는 감독 자신이 아닐까?

내 감상이 너무 주관적이었다면, 나도 몽상에 탓을 돌리고 싶어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7-04-09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상은 원래 주관적이어서 나쁠 게 없지요. 이 영화도 얼마전 보았는데
에바 그린의 아름다운 몸매에 빠졌어요. 흥미롭게 본 영화입니다.

TexTan 2007-04-10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바 그린이 이번에 007에 나온건 생각보단 덜 매력적이더군요. 눈가 진한 화장이 꽤 묘한 느낌을 주는 배우같네요.
 
5X2 (2disc) : 일반 킵케이스 - 할인행사
프랑소와 오종 감독, 발레리아 브루니 떼데시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자극적이지 않고 뚜렷한 스토리 라인이 없는 영화를 보는 건 어떨까?

달콤하지 않은 쿠키 다섯개를 (설탕 없는) 블랙 커피와 함께 먹는 맛, 그런 맛을 즐기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눈짓을 교환하고 잘 되면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을 보내고, 아이도 낳고, 그러다 나이 든 중년이 되어 이런 저런 이유로 헤어지기도 한다. 그 긴 시간을 몇줄로 요약하면 너무도 밋밋하게 보이지만, 그 안에도 상대방이 모르는 순간의 비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이 영화는 그러한 것들도 건조한 시선으로 그냥 담아내어 버린다.

이런 쿠키를 먹는 경험이 허무를 가져다 주기도 할테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 자극이 없는 맛에 남다른 맛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여운으로 포장해서 그 후로도 가끔 꺼내먹을지도 모를 일이다.

두 남녀를 거꾸로 되감아서 바닷가로 옮겨 두고, 음악을 흘려 보내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그 음악이 파도처럼 영화를 먹어버린 것 같다. 이젠 해변가 두 남녀의 뒷모습만 어른거린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의 ost를 찾아 다녔으니까..   음악은 필립 롬비(Philippe Rombi)가 맡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